‘굿캅’ 폼페이오도 “北美간 깊은 불신 있다”
문정인 “北어떤 형태 발사도 그 결과는 재앙”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미간 관계가 심상찮다.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입을 통해 비핵화 협상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고, 미국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북 ‘군사옵션’을 또다시 염두에 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특히 대북협상 최전방에서 북한과 대화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하노이 회담 결렬에 큰 역할을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JTBC는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회담 결렬은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으로 들었다”고 19일 전했다.

그동안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관계에서 ‘굿 캅’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최선희 부상은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적대감과 불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강경론으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캔자스주 KSNT NBC 방송의 제이스 밀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 ‘깊은 불신(deep distrust)’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이것은 검증이 관한 것이며 신뢰에 관한 것이 아니다(This is about verification. This isn’t about trust.). 양측(미국과 북한)에 깊은 불신이 있다. 김 위원장이 실제로 이행하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나 김 위원장이 약속한 비핵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나갈 의지를 보였다. 그는 “경제제재와 협상이라는 두 가지 노력이 진정으로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그 과정을 계속 밟아나가고 있다. 협상은 진정한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해야할 일이 많다.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도달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北, 인공위성 발사 ‘만지작’

북한의 경우 조만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워장이 나서 향후 북미관계에 대한 방향성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최선희 부상은 “북한 지도부가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의 중단(suspension)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초로 북미회담 ‘판’을 깰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 부상은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지속할지, 그리고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을 유지할지 등을 곧 결정할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향후 북한의 행동계획을 담은 ‘공식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북한은 추가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이전부터 미국과 한국에 폐기하기로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원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양국 관계가 완전히 파멸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지난 6일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북한 서해 미사일 발사장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발사장 복원 움직임이 감지됐다고 전했고, 미 국무부와 한국 국방부도 이러한 정황을 포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과 협상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인공위성 발사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만약 김정은이 군에게 자신을 증명하고 강한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줘야겠다고 느끼고 있다면 (인공위성 발사는) 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아마 인공위성 발사 시험이 그들에게 어떻게 이득이 될지를 놓고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2월 미국과 비핵화 합의를 체결했지만 두 달도 안 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합의를 파기한 전력이 있다. 당시 북한은 4월 열린 13기 최고인민회의를 시작하면서 위성을 발사했고 모든 합의는 ‘무효’로 돌아갔다. 그리고 내달 초, 북한은 14기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인공위성 발사라는 초강경 도발을 감수할지 주목된다.

문제는 북한이 이런 선택을 할 경우 그 후폭풍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어떠한 형태의 발사를 하더라도 미국과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9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종류의 발사도 재앙이 될 것이다. 그 결과는 파멸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특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사대의 20%를 포함해 서해 미사일 발사장의 30%를 폐기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는 우리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면서 “북한은 그 모든 것을 정말로 폐기하는 추가 조치를 해야 한다. 여전히 일종의 감시 또는 사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군사옵션’ 진지했던 트럼프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 지난 2017년 ‘화염과 분노’로 치달았던 북미간 관계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옵션’을 진지하게 고려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각) CNN의 외교안보 담당 카일리 앳우드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가 지난 2017년 북한과 전쟁에 진지했느냐는 질문에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그렇다’고 답했다”며 “브룩스 전 사령관은 ‘트럼프는 진지했다. 우리의 전쟁에 나갈 능력과 준비 태세는 실제적이었고 진짜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판’이 깨지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북한을 향해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계속 내보내고 있는 상황. 볼턴 보좌관도 19일(현지시간)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실망할 것”이라며 모라토리엄(중지) 약속은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북한과 미국 간 감정의 골은 계속 깊어지는 모양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성 인공위성 발사를 감행하면, 미국 역시 대북정책에 ‘군사 옵션’을 염두에 두는 상황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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