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대조표 프로그램도 조기 종료… 전문가들 "달러화 약세 지속, 채권시장은 강세"

[뉴스포스트=홍성완 기자] 미국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중지하겠다는 것을 시사했다. 아울러 '양적 긴축'으로 불리는 대차대조표 프로그램도 조기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번 FOMC의 결정이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 성향을 보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뉴시스)

▲ 연준, 올해 기준금리 ‘동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0일(현지시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발표한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을 2.375%로 제시했다.

2020년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올해보다 1번 오른 2.625%로 제시됐다. 4명의 FOMC 위원이 이 수준을 예상했다. 7명은 동결을, 6명은 2번 이상의 인상을 점쳤다.

이는 연준이 현재 2.25~2.50%인 금리를 연내에는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FOMC 위원 17명 중 과반수인 11명이 이 수준을 예상했다. 연내 1번 인상을 전망한 참가자는 4명, 2번 인상을 전망한 참가자는 2명이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점도표에서 2019년 2회 2020년 1회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 경우 연방기금금리는 3.375%까지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점도표를 보면 금리는 2020년 2.625%로 한 차례 오른 뒤 2021년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해 연준이 좀 더 낮은 금리에서 긴축을 끝낼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의 장기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12월 점도표 때와 마찬가지로 2.75%로 제시됐다. 

▲ 대차대조표 프로그램도 조기 종료

이와 함께 연준은 '양적 긴축'으로 불리는 대차대조표 프로그램도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제로 금리 정책과 함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자산 매입을 통해 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QE) 정책을 썼다. 

이후 2017년부터는 4조5000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된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자산 규모는 4조 달러까지 줄었고, 최대 월 500억 달러 규모(국채 300억 달러, MBS 150억 달러)로 2021년까지 축소 프로그램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연준은 대차대조표 축소 프로그램이 금융 시장에 부담을 주고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5월부터 미 국채의 축소 한도를 현행 30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줄이고 9월에는 프로그램을 완전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또 MBS의 축소는 지속하지만 10월부터는 MBS를 정리해 유입되는 현금을 최대 월 200억 달러까지 국채에 재투자하기로 해 대차대조표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이 이처럼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적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한 것은 최근 중국과 유럽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 되면서 악화된 대외 경제 여건이 미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 중국과 유럽 성장세 둔화에 통화정책 기조 변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과 중국의 경제가 상당히 둔화되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다"며 "탄탄한 글로벌 경제성장이 순풍이 되는 것처럼 약한 글로벌 성장은 미국 경제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아직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데이터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것들은 우리가 인내심을 유지하고 상황이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경기 지표 전망치도 지난해 12월 전망 때보다 하향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3%에서 2.1%로, 내년 전망치는 2.0에서 1.9%로 내렸다. 

물가 상승 압력도 줄어든 것으로 판단했다. 2019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9%에서 1.8%로 낮아졌다. 내년 전망치는 2.1%에서 2.0%로 떨어졌다.

▲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비둘기파’ 성향

시장에서는 이번 FOMC가 예상보다 훨씬 비둘기쪽으로 움직였다고 보고 있다.

이언 린젠 BMO캐피털마켓 미국금리전략팀장은 이날 마켓워치에 "연준의 이번 결정은 연준이 '점진적인 긴축' 기조에서 180도 돌변해 비둘기 쪽으로 합의를 이룬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미셸 마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미국경제부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연준이 금리 인상에 대해 보다 높은 기준을 설정했다"며 "그들은 지난해 가을 자신들이 말했던 방식에서 상당히 극적으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처럼 큰 폭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긴축 중단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과도하게 반영됐기 때문에 3월 FOMC 결정 이후 증시 하락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상당한 상황이었다.

현대차증권의 김지만‧박민영 연구위원은 이번 FOMC 결과에 대해 ‘예상보다 더 파격 행보’라고 평했다.

김 연구위원은 “점도표가 큰 폭 수정되면서 올해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수정된 점은 예상과 다른 부분”이라며 “대차대조표 축소 종료 시점도 파월의장의 기존 발언이나 시장 예상대비 빠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따라서 올해 미국 기준금리는 점도표대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달러화 약세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연준은 금리인상 여지는 남겨두면서 상당기간 동결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늦춰지면서 한국 금리인상도 늦춰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미국이 0.75%p 높은 상황으로 여전히 인하가 고려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의 비둘기파적 행보에 4월 환율보고서 대기 등으로 달러 약세 흐름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파월의장은 현 상황과 경제전망은 여전히 좋다면서 오늘 결정의 부정적 해석의 여지를 줄이고자 했다”며 “다만, 뉴욕 연은이 리세션 판단의 선행지표로 활용하는 미국채 10년-3개월 스프레드가 0.06%p 수준으로 좁혀졌는데, 전구간의 금리가 하락한 가운데 3개월물의 금리만 상승한 점은 특이한 변화로, 이 지표의 변화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이승훈 연구위원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이 연구위원은 “연준은 경제전망 및 점도표 하향 조정과 자산축소 9월 종료를 시사하며 시장 기대에 비해 더욱 dovish(비둘기파)한 행보를 보였다”며 “Alternative scenario(대체 시나리오) 중에서는 연내 인하보다는 인상이 오히려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경기회복에 편승한 미세조정이라는 점에서 금융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전망이다.

이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연준의 스탠스 변화는 분명 달러 약세에 일조하는 요인”이라며 “이런 흐름이 연장되기 위해서는 유로화 강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2분기 이후 독일 중심의 유로존 재정정책 대응 구체화가 가세하면서 연말까지 유로화 강세 모멘텀을 부여해 줄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브렉시트(Brexit)나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야기할 개연성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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