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미세머지 해결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그러나 정계복귀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연목구어(緣木求魚·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함)”라며 선을 그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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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반기문 전 총장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뒤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조금 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출범에 관해 상세한 의견을 나눴다”며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야당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수용하고 중책을 맡겨준 대통령의 뜻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돌이켜 보면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한 10년은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파리 기후변화협약 체결에 헌신한 기간이었고 국제사회가 이를 유엔 창설 후 최대 업적으로 평가하는 데 큰 자부심 있다”며 “퇴임 후 세계 곳곳을 다니며 파리기후변화 협약 이행과 지구 생태환경 복원 등을 위한 노력을 호소했다. 이를 고려해 이번에 국가적 중책 제의받았고 제 필생의 과제를 다시 한번 전면에서 실천할 기회라 생각해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문제가 정치 문제가 되면 안 된다면서 “미세먼지는 이념도 정파도 가리지 않고 국경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세먼지 문제가 정치 문제가 되는 순간 범국가기구 출범을 통한 해결 노력은 실패한다”며 “개인부터 산업계·정치권·정부까지 국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로 해결책을 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세먼지의 국내외적 배출 원인의 과학적인 규명이 중요하다. 원인은 상당 부분 규명됐지만, 과학적 정밀성이 필요하며, 이에 기초해 정확한 해결방안과 다양한 정책적 옵션이 제시될 수 있어 구체적 실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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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중국 등 동북아 국가와 협력과 공동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범국가적 기구를 만든다 해서 미세먼지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는 게 아님을 국민도 잘 아실 것”이라면서도 “국제적으로 성공한 사례를 찾아 우리 실정에 맞는 최상의 모델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정계복귀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는 ‘범사회적 기구가 성과를 냈을 때 정계 은퇴 결정에 변화가 있을 수 있나’는 질문이 나왔지만, 이에 답하지 않고 미세먼지 관련한 물음에만 답했다.

반 전 총장은 질의응답을 마치고 춘추관을 나오면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정계복귀 질문에) 일부러 답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나가실 때 여쭤봤더니 반 전 총장이 ‘잊어버리고 답을 안 한 게 아니라 일부러 답변을 안 했다’고 말했다”면서 “반 전 총장이 ‘그 이야기는 연목구어다. 이번에 만든 반기문 재단의 정관에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목구어는 맹자 ‘양혜왕장구상편’에 등장하는 사자성어로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이다. 목적이나 수단이 일치하지 않아 성공이 불가능함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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