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현금배당 제안서 엘리엇에 86:13 완승
- 엘리엇 추천 사외이사 후보들 20% 득표 못 넘어
- 정의선 부회장 ‘사내이사’에 선임, 책임경영 의지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의 높은 벽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의 표 대결에서 완패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의 표 대결에서 완패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현대자동차는 22일 서울 서초구 헌릉로 현대자동차 본사 서관 2층 대강당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현대차 이사회는 51기 주주총회에서 주요안건을 둘러싼 엘리엇과의 표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현대자동차의 제51기 주주총회는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엘리엇이 현대자동차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주제안을 해, 주주들의 표심을 놓고 현대차와 엘리엇의 표 대결이 예상된 까닭이다. 51기 주주총회에서 가장 민감했던 주주제안은 △‘제1-2호 의안’ △‘제3호 의안’ △‘제4호 의안’ 등이었다.

‘제1-2호 의안’은 현금배당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현대자동차 이사회는 ‘제1-2-1호 의안’을 통해 △보통주 주당 3,000원 △우선주 주당 3,050원 △2우선주 주당 3,100원 △3우선주 주당 3,050원 등을 배당할 것을 제안했다.

반면 엘리엇은 △보통주 주당 21,967원 △우선주 주당 22,017원 △2우선주 주당 22,067원 △3우선주 주당 22,017원 등을 배당하는 ‘제1-2-2호 의안’을 제안했다. 

제51기 주주총회에서 투표와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제51기 주주총회에서 투표와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본격적인 표 대결 전 엘리엇 법률대리인 정두리 법무법인 케이엘 파트너스 변호사는 “엘리엇은 주주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며 “현대자동차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을 지지해주시기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공개의견을 표력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주주 한 명은 “주주입장에서 보면 배당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번에 현대차가 제안한 배당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엘리엇의 현금배당 수준은 지나치게 과도하고 현대차의 미래가치를 훼손하는 ‘독이 든 성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긴장감 속에 진행된 ‘1-2호 의안’에 대한 투표와 개표과정의 결과는 싱겁게 끝이 났다. 현대자동차의 안이 찬성주식수 1억4,197만으로 찬성률 86%, 의결권 있는 주식총수 대비 69.5%로 선택됐다. 반면 엘리엇이 제안한 의안은 찬성주식수가 2,245만에 그쳤다. 찬성률은 13.6%, 의결권 있는 주식총수 대비 12%에 불과했다.  
 

현대차 이사회의 완승 끝난 현대자동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이사회의 완승 끝난 현대자동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 (사진=현대자동차)

이어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을 놓고 벌인 표 대결도 엘리엇의 완패였다. 현대자동차 이사회는 △윤치원 △Eugene M. Ohr △이상승 등 사외이사를 제안했고 엘리엇은 △John Y. Liu △Robert Randall MacEwen △Margaret S. Billson 등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제3호 의안에서 사외이사로 선출되지 못한 후보자는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출하는 제4호 후보자 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에 제3호 의안의 성패가 중요한 상황. 6명 가운데 다득표순으로 3명이 사외이사로 선출되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이사회가 추천한 3명의 인사가 모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윤치원, Eugene M. Ohr, 이상승 사외이사 후보는 각각 △찬성주식수1억4,986만·찬성률90.6% △찬성주식수1억3,642만·찬성률82.5% △찬성주식수1억2,793만·찬성률77.3% 등으로 선출됐다.

반면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은 모두 찬성률 20%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로써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들로 현대자동차의 의사결정구조에 관여하는 장기적인 실력행사를 꿈꿨던 엘리엇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한편, 이번 51기 주주총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 의사결정의 전면에 나서며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자동차는 이사회를 통해 정의선 사내이사를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본격적인 정의선 체계를 구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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