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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文정부 단기일자리사업, 큐레이터 지옥 만들었다”
[인터뷰] “文정부 단기일자리사업, 큐레이터 지옥 만들었다”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9.03.25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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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직 생태계 파괴한 ‘국고지원사업’
"정부지원 받는 미술관·박물관 제대로 실태조사 해야"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미술관·박물관 관장은 큐레이터를 노예처럼 부렸다. 대학졸업 후 2년 반 동안의 대학원 생활, 수많은 예술품과 그 역사를 어루만지며 꿈꿨던 큐레이터 세계는 잔혹했다. 욕설과 비아냥은 기본이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미술관·박물관 문턱을 밟은 첫 날, 행정 정규직 직원이 던진 한마디는 칼날같았다. “난 계집애들 가방끈 긴 게 재수 없으니까 나한테 인사하지 마.”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 21일 본지는 학예사 전·현직 종사자 3명을 만나 학예직 처우와 관련한 사례를 인터뷰했다. 큐레이터의 본업은 전시물 수집과 전시 기획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온갖 잡일은 물론 관장의 사적인 일에도 동원된다고 한다. 올해 학예직 종사 10년차인 오현지(가명·33세)씨는 “국립, 공립, 사립 모두 근무해봤다. 사립에서 근무할 때는 아침 업무가 관장이 브런치로 먹을 연어샐러드를 만드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21일 본지가 학예직 종사자 189명에게 구글 설문조사를 통해 받은 미술관·박물관 실제 사례에서도 이같은 성토가 수두룩했다. 학예직 종사자들은 관장 이삿날에 이삿짐을 나르고 박사논문을 대필했다고 털어놨다. 한 학예직 종사자는 미술관 자체상품을 팔기 위해 한시간이 넘는 행사장으로 달려가 하루 종일 가판대에서 물건을 팔았고, 수익금은 모두 관장이 챙겼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한 소지훈(가명·32세)씨도 학예직에 종사한지 5년차지만 “큐레이터를 원하는 후학들에게 정말로 이 직업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막 대학원을 졸업한 정우리(가명·27)씨도 “주변에서 큐레이터를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다”고 했다.

척박한 학예직 처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산지옥’이 됐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일자리를 위해 정부 지원금을 퍼부은 ‘전문인력 지원사업’이 학예사 임금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시켰다는 것. ‘직업만족도 1위’ 직종인 큐레이터는 왜 이지경이 됐을까.

다음은 학예직 전·현직 종사자 3명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학예직 저임금·고용불안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지훈 저임금과 고용불안 문제는 국·공립 관보다 사립관이 더 심하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문인력 사업이 참 큰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현지 정치적인 문제가 가장 큰 것 같다. 공무원의 경우는 행정직이, 사립기관에서는 돈을 벌어오는 쪽이 권력이 생기는데 학예직은 돈을 쓰는 입장이라 TO에 대해 목소리를 키우기가 쉽지 않고, 위로 올라가기도 힘든 게 현실이라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

-우리 다른 분야에 비해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소극적인 것 같다. 근로 형태나, 정책도 큰 원인으로 보인다. 사립기관 같은 경우 자부담으로 인력 쓰는 걸 많이 꺼리다보니 경력인정기관을 이용해서 낮은 임금으로 고용한다. 사립의 경우 무급인턴이 수두룩하다.

정부의 학예인력 지원사업 때문에 저임금·고용불안이 지속된다는 이야기는 수긍하기 힘든데. 정부 지원이 있어서 그나마 지금 고용이 이뤄지는 것 아닌가.

-지훈 맞다. 사립관에서는 수입이 없으니 인건비에 많이 기대는 편이다. 이전에 근무하던 곳에서는 정부지원 사업에서 탈락하니 돈이 없다며 무더기로 학예사들을 해고했다. 나도 그 중 한명이었다.

그런데도 현 상태라면 지원사업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사립 미술관·박물관이 정부 지원금으로 인력을 쓰는데 2년간 이 사업으로 월급을 받은 사람은 향후 1년간 같은 사업으로 근무할 수 없다. 당장 2년을 벌고 나면 정말로 재취업할 곳이 사라지는 것이다. 2년 규정도 전부 채워서 2년이 아니고, 한 해에 6개월만 근무해도 1년으로 친다. 사실상 근무는 2년을 채우지 못했는데 규정에 걸려서 다른 관에 취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현지 저도 지원사업은 없애버리는 게 맞다고 본다. 하지만 이렇게 존폐의 문제로 구분하기 어렵다. 이 사업 ‘덕분에’ 직업을 얻는 분들도 많다.

동시에 이 사업 때문에 월급이 낮아졌다. 사립관 관장님들은 학예사가 160만원이면 쓸 수 있는 널리고 널린 인력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실은 그걸 이미 정부에서 계속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우리 그런데 이 사업도 없다면 과연 이만큼의 급여를 지불하면서 인력을 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현지 동감. 무급인턴으로 쓰려고 할 것이다.

정부지원이 미술관으로 하여금 저임금 노동자에 익숙하게 만든다는 얘기인가. 지원사업 없이 미술관이 자체 수입으로 학예사를 고용할 수 있나.

-현지 맞다. 관에서 학예사를 고용할 수입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수익사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때문에 운영수익은 뮤지엄샵이나 교육프로그램 등 말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관이 수익사업에만 집중하면 운영이 훨씬 원활해지겠지만, 일하는 분들이 힘들어 질 것이다. 서울 모 사립관은 수익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교육수입이 천만원대라고 들었다.

-우리 제가 본 사립관도 교육사업으로 수익 얻으려는 부분이 많았다.

-지훈 박물관, 미술관에서 수익이 지금보다 더 난다고 해서 고용주들이 인건비를 더 지불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관장 주머니로 갈 것이다.

본지 설문조사 중에는 문재인정부 이후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되면서 오히려 학예사 업종의 TO가 사라졌다는 내용도 있었다. 사실인가.

-지훈 A가 4년 일하는것보다 A,B,C,D가 1년씩 일하는게 그래프로 봤을때 일자리가 늘어난 듯 보이지 않느냐. 그런데 실제로 학예직 공무원은 박근혜 정부때 시간제 공무원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정규직을 뽑지 않고 시간제나 임기제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국공립 연구직 TO가 많이 줄어든 것을 느낀다. 국공립 채용의 경우 관장-연구관-학예사-연구원-인턴 순으로 직이 있다. 일정한 인원을 공고를 내서 뽑고 결원이 생기면 다시 뽑는 식이었는데 공무직으로 전환되면서 거기 포함되지 못한 인력이 많이들 튕겨져나왔다.

-현지 TO자체가 늘고 줄어든 것보다는, 계약기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자리 안정이 중요한데 모범이 되어야 할 국·공립관에서 11개월 계약하고 퇴직금 안주는 짓을 하고 있다.

-우리 비슷하게 박원순 시장의 뉴딜일자리도 있다. 이것도 최장 23개월 계약직이긴 마찬가지다.

서울시 뉴딜사업도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해주면서 오히려 환경이 열악해졌나.

-지훈 뉴딜 사업 시작하기 전에는 서울역사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 등 서울시 박물관들은 연구원을 꾸준히 뽑았다. 그런데 지난 2016년부터 서울시에서 학예전문인력 양성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서울시 산하 박물관에 인건비를 지원해주기 시작했는데 서울시민만 참여 가능했다. 지방 사는 학예인력은 지원조차 못한다.

-현지 서울에 유독 국공립 미술관·박물관이 많아서 연구원 TO도 많았는데, 그게 서울시민만 지원할 수 있도록 명칭을 ‘뉴딜 일자리 사업’으로 바뀌었다.

-지훈 그래도 연구원 월급 세전 200만원 주는 거의 유일한 사업이다. 2년 전 모 국립에서 근무할 때 세후 받은 월급이 124만원 이었으니까.

-우리 그렇게 받아도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분야다.

해외에서는 학예직 처우가 어떤가.

-현지 독일같은 경우는 독립큐레이터 제도가 있다. 아이디어를 받아서 채택이 되면, 전시하는데 4년이 걸리든 5년이 걸리든 전시가 열릴 때까지 무조건 믿고 지원해준다. 일종의 프리랜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위스랑 프랑스도 비슷하게 운영되는데, 관에 소속되어 일하는 분보다 프리랜서 페이가 압도적으로 많다.

일본같은 경우에는 학예원제도가 있어서 국가에서 학예직 인력을 양성한다. 입학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들었다. 그래도 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은 어느정도 보장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 초등교원처럼 인력 공급을 조절해주는 식이다.

현 학예직 상황이 바뀌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 학예사 자격증을 따려면 경력인증기관에서 일정 경력을 쌓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무급인턴 등 부당대우를 받게 된다. 특히 사립 경력인증기관의 실태조사를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지훈 적나라하게 말하면 날로 먹는 관들 많다. 사립관의 경우 가족회사도 많아서 지원금 타서 자녀에게 학예사나 교육사를 시키기도 한다. 작년인가부터 친인척 제한 규정이 생기긴 했다. 또 정부 지원금에 자부담금을 더해 월급으로 줘야 하는데, 어떤 사립관은 자부담금을 도로 빼앗아가 리베이트한다고 들었다.

-현지 그런 경우 많다. 인건비 줬다 빼앗는 관도 많았고, 지원금으로 차를 뽑은 곳도 있었다.

-우리 현 실사는 문제가 많다. 정작 실사 나오면 일하는 직원 인터뷰 약간하고 관장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더 많다. 이미 행태를 다 알고 있고, 실사 나온다고 미리 고지하고 나온다.

-현지 국공립관도 평가인증이라고 실사 비슷한 것이 있다. 보통 며칠 전에 인증 나갈거라고 연락을 해주고 서류 만들어놓을 것 다 해놓고 검사 맡는 수준이다. 사립관은 현실을 토로하면 내부고발자 찾기 바쁘다. 걸리면 왕따되는 거다.

이날 인터뷰는 약속된 시간을 2시간을 훌쩍 넘겨 마무리됐다. 이들은 각자 현장에서 받은 부당한 일들을 토로하면서도 “이 바닥 문제가 크게 공론화되려면 분신이라도 해야 한다”며 쓰게 웃었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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