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저의 부동산 보유 등과 관련해 질책해주신 사항에 대해서는 무거운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고개숙여 사과했다.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납작’ 엎드리는 장면은 흔하지 않다. 그만큼 최 후보자에 제기된 ‘갭 투자’ ‘부동산 투기’ 의혹이 신빙성 있기 때문이었다. 이날 최 후보자는 ‘부동산의 달인’이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최 후보자는 2주택 1분양권 보유자로 사실상 3주택을 가졌다. 그는 최근까지 분당 정자동 상록마을아파트2단지(84㎡), 서울 잠실 엘스(59㎡) 아파트 2채를 갖고 있었고 세종 반곡동 ‘캐슬&파밀리에 디아트’ 팬트하우스(155㎡) 분양권도 있었다.

이중 잠실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매물로 내놨지만 아직 팔리지 않은 상황이다. 분당 아파트는 장관 후보자로 임명되기 직전인 지난달 장녀부부에게 증여했다. 분양권을 받은 세종 아파트는 오는 8월 입주가 시작된다. 현재 최 후보자는 장녀에게 증여한 분당아파트에서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60만원을 내고 거주 중이다.

야당은 최 후보자의 부동산 3채가 모두 최소 수억원 씩 값이 뛴 점에 주목한다. 지난 1999년 1억5700만원에 구입한 분당 아파트는 현재 시세가 9억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 2003년에는 부인 명의로 재건축 바람이 일던 잠실 주공1단지 33㎡를 구입했고, 2009년 엘스 아파트를 배정받았다.

세종 아파트 분양권의 경우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따냈다. 최 후보자가 가진 단지는 세종시에서도 입지가 좋아 청약률이 292대 1에 달했었다. 분양가는 6억8천여만원,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프리미엄’이 붙어 1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최 후보자가 ‘1가구 1주택’을 기치로 삼는 문재인 정부에 맞지 않으며 서민들에 위화감과 박탈감을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지난달 장녀에게 증여한 분당 아파트는 지분을 장녀와 사위에게 반씩 나누는 식으로 다주택자 양도세를 줄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장관 후보자로 하마평이 오르던 시기에 아파트를 증여한 것을 두고 급히 처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은 “딸에게 분당 아파트를 증여한 데다 월세를 160만 원씩 딸에게 내는데, 이것은 자녀에 대한 지원도 되고 부자들의 절세 방법이자 증여 방법이기도 하다. 부의 대물림 아니냐”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최 후보자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세종시 집을 2016년에 차관으로서 빚을 내서 산 건데 이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은 정말 어렵고 집을 못 사고 있는데 차관은 빚을 내 집을 사고, 그 집이 숙덕숙덕 오르고 장관 지명을 앞두고 딸에게 증여를 한 것”이라며 “말로만 송구스럽다고 하지 말고 이런 일이 국토부에 앞으로 없도록 근본이 되어 달라”고 일갈했다.

최 후보자는 “사려 깊지 못했고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이어 “서민 주거복지와 주택 시장 안정화 정책을 펴는데 제 흠결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견고하게 주택 정책을 펼치는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는 20일 이내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기한내 처리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그럼에도 국회가 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대통령은 국회 동의 없이 내정자를 임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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