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잔혹史] 年수십억 '학예인력지원'은 눈먼 돈?...문광부 '수수방관'
[노동잔혹史] 年수십억 '학예인력지원'은 눈먼 돈?...문광부 '수수방관'
  • 이별님 기자
  • 승인 2019.04.05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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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종사자 "정부 감시기능 강화 필요"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정부가 학예사(큐레이터) 인건비 지원사업에 매년 수십억에 달하는 금액을 퍼부으면서도 실제로 인건비가 제대로 쓰이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학예업종 종사자들은 각종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에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광부는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 3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예직 관련 사업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 정부의 학예인력 지원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앞서 본지는 학예업종 종사자들의 열악한 근로 실태를 보도한 바 있다. 학예사들의 근로조건은 대체로 월 200만 원 이하·비정규직인데, 이는 정부의 '학예인력 지원사업'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학예직 종사자들의 주장이다. 학예직 종사자들은 '낮은 임금'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지만, 가장 먼저는 정부의 '감시 기능'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예직 종사자들이 지적한 '감시 기능'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박물관·사립관에 대한 설립 기준을 높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학예인력 지원사업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준 이하' 박물관·사립관 우후죽순

학예직 종사자들은 '수준 이하'의 사립 박물관·미술관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서울의 한 사립 박물관에서 근무했다는 학예직 종사자는 "소장품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다"며 "박물관은 구멍가게처럼 운영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소장품 관리는 물론 운영 방식도 주먹구구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부 사립 박물관·미술관에서 학예직 종사자들의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될 리 만무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행법상 사립 박물관·미술관은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관할 시·도지사에 등록할 수 있지만, 조건이 어렵지는 않다. 규모가 큰 1종의 경우 100점 이상의 소장품과 일정 규모의 시설 및 공관, 학예직 종사자 1명 이상을 충족하면 각 지자체에 등록할 수 있다.

사립 박물관·미술관을 등록하고 나면 각종 세제 혜택은 물론 문광부의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한 학예직 종사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매년 한국박물관·미술관 협회에서 사립관을 세우면 받을 수 있는 '세테크'를 소개한다"며 "대충 사립관을 세워놓고 온갖 지원을 받아 운영하면서 세금혜택까지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국에서는 사립 박물관·미술관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모양새다. 문체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8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전국 등록 사립 박물관은 369곳, 미술관은 168곳이다. 2013년부터 최근 5년간 사립 박물관의 경우 100곳 가까이 증가했고, 미술관도 30곳 이상 늘었다.

또 다른 학예직 종사자는 "(사립관 설립 시) 학예사 자격증 소지자 인원을 현행보다 1명 이상 의무적으로 둘 수 있도록 법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며 "부실 사립관을 정리하고, 인력 증강이 가능한 박물관과 미술관의 학예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베이트' 의혹에도 문광부, 사실상 "방법 無"

가장 심각한 것은 정부의 '학예인력 지원사업'이다. 학예인력 지원사업은 문광부의 '사립박물관 전문인력 지원사업'과 한국사립미술관협회의 '사립미술관 전문인력 지원사업'으로 나뉜다. 지난해 사립 박물관 지원사업 규모는 33억 5,700만 원, 사립 미술관은 78명의 인건비를 매달 140~160만 원씩 9개월간 지원해 약 21억여 원이 넘는 정부지원금이 투입됐다.

하지만 실제 학예직 종사자들은 지원사업에 제대로 모니터링이 되지 않는다고 성토한다. 한 학예직 관계자는 "지난해 학예사 월급은 정부지원금 160만 원과 사립관 부담금 40만 원이 있는데 자기부담금을 도로 빼앗아가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상당수 학예직 종사자는 잦은 초과근무와 주말 근무 등에도 제대로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초과근무와 주말 근무 등을 합치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광부 관계자는 이 같은 주장에 "근로계약 문제는 문광부가 관리할 수 있는 부분에서 벗어난다"고 답했다. 사립관 자기부담금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은 이상 우리 선에서 막기 힘들다. 계좌 정보를 다 뒤지지 않는 이상 불가능"이라며 "제보가 이뤄지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학예사들이 피해 사실을 제보하지 않은 이상 문광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학예인력 지원사업이 더 많은 인력에 혜택이 가도록 하는 방향을 고민 중"이라면서도 "매달 출석부와 업무 실적, 근무 여부 확인 등 사업 대상 선정 항목을 보면 큰 문제 안 된다"며 현 지원사업 모니터링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반면 한 한예직 종사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5일 근무한 근로자하고 주6일 근무한 근로자가 얼마 받았는지도 모를 거면 인건비를 왜 주는 건지 모르겠다"며 "인력지원금이 나가는데 인력이 몇 시간 근무를 하는지, 정부 지침에 따라 최저임금은 지급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는 지 모른다는 얘긴데, 사립 관장들 배 채워주려고 만든 제도 아니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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