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박모씨(56·남)는 요즘 한 유튜브 채널에 푹 빠져 산다. 최근 지인이 “옛날생각 난다”며 보내준 유튜브 영상에는 앳된 여성이 시대를 풍미했던 혜은이의 ‘새벽비’를 부르고 있었다. 박씨는 “화면 영상까지 아날로그 TV를 재현해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사진=김혜선 기자)
(사진=김혜선 기자)

‘아재 감성’을 저격한 유튜버의 정체는 신인 트로트 가수 요요미. 당초 요요미 채널은 지난해 12월 약 670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 1월부터 혜은이의 ‘한강교’,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등 커버곡을 올리면서 10일 현재 4만273명으로 늘어났다. 아저씨들의 ‘입소문’을 제대로 탄 셈이다.

유튜브 댓글에서도 취향저격 당한 아저씨 팬들의 감성 글이 가득하다. “당신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마냥 행복해져 구름 위를 노닙니다” “혼을 빼앗가는구먼 호소력짙은 목소리” “나잇살 먹고 댓글 달기 조심스럽지만 노래를 참 이쁘게 부르네요” 등.

지난 8일 본지는 7080세대 ‘아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요미(본명 박연아·25세)를 인천 중구에 위치한 소속사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요요미는 최근 쏟아지는 인기에 “이런 적이 처음이라 되게 어리둥절하다”며 “(인기가 많아질 줄) 몰랐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갈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요요미 팬층은 ‘50대 남성’ 비결은?

요요미 유튜브의 주요 시청자는 40대 중반~60대 중반이 76%을 차지한다. 65세 이상, 35세~44세 시청자까지 합하면 시니어 시청자가 96.5%로 거의 대부분이다. 시청자 성별도 십중팔구 남성이다.

요요미가 중장년 남성층을 사로잡은 것은 그만큼 기존 지상파에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콘텐트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요요미 팬은 “기존 방송에서는 욕설이 섞인 노래들이 많이 나오는데, 요요미 노래는 청아하고 듣기 좋다”며 “(노래가) 우리들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5060세대에서 유튜브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인기에 한몫했다. 중장년층의 유튜브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이 세대에 맞는 콘텐트 역시 주목받는 것. 소통 중심인 기존 SNS와는 달리, 콘텐트 중심으로 운영되는 유튜브는 시니어들의 접근이 쉽다. 실제로 휴대폰 앱 분석업체인 와이즈앱의 조사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휴대폰을 쓰는 50대 이상 시민 중 유튜브 사용자가 지난해 1월 762만명에서 12월 943만명으로 24% 늘었다. 특히 이용자의 동영상 재생 패턴을 분석해 비슷한 내용을 '추천영상'으로 띄워주는 알고리즘도 비슷한 콘텐트를 다양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팬층'이 형성되기 쉬운 구조다.

요요미는 “가끔 ‘누나 누나’하는 10대, 20대 친구들이 있지만 구독자 대부분은 4,50대 팬들이 많다. 지금도 구독자가 빨리 올라가고 있다”며 “7080 시대를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 시절 감성곡들을 커버하는데, 혜은이 선배님의 ‘새벽비’라는 곡을 가장 좋아하시더라. 그 곡 조회수가 82만회 정도 된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남은 유튜브 팬 댓글이 뭐냐고 물으니 “팬들이 똑같이 하시는 말씀이 있다”고 운을 뗐다. 요요미는 “대부분 여성 트로트 가수들은 성숙하고 섹시미 가득하다. 저도 처음에는 ‘큐티 섹시’로 컨셉을 잡았는데, 팬들이 ‘요미는 섹시 아니다’라고 피드백을 굉장히 주신다”고 웃었다. 이어 “어느 정도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은 손녀딸 같으신지 ‘아가’라고 부르시는데, ‘아가는 섹시 아니야’라는 말씀 많이 하신다”고 덧붙였다.

“트로트 가수 아버지 피 이어받았어요”

(사진=가수 요요미 제공)
(사진=가수 요요미 제공)

 

요요미도 처음부터 유튜브 스타가 된 것은 아니었다. 노래를 시작하게 된 것은 충북 청주에서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시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저는 사실 대학도 안 갔고요. 아버지가 충북 청주에서 유명한 트로트 가수 출신이세요. 제가 6살때부터 아버지 공연에 쫒아다녔는데, 차 뒷좌석에서 아버지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어요. 그때부터 음악이 너무 좋았어요.”

요요미가 아버지에게 가수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당시 아버지는 “안 된다”고 단칼에 반대했다고 한다. 요요미는 “아버지가 가수이시기도 하고 그 누구보다 그 길을 잘 아시니까 안 된다고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들과 노래방에 갔을 때 ‘기회다’싶어 심수봉의 ‘그 때 그사람’, 혜은이의 ‘제3한강교’ 등을 들려드렸고, 그때서야 가수의 길을 허락해주셨다고 한다. 요요미는 “(아버지가) 피는 못 속이는구나, 생각하셨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후 요요미는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라이브 카페에서 무명 가수 시절을 보냈다. 그는 “다른 친구들 다 대학시절 겪을 때 저는 카페에서 노래 연습을 많이 했다”며 “우연히 현재 소속사에서 오디션을 보게 됐고, 바로 발탁돼 지난해 2월부터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커버송은 ‘요요미’ 만의 노래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요요미는 “처음에는 일상 모습 정도만 유튜브 방송으로 하고, 커버송을 부르는 모습은 한 번도 보여드리지 않았다”며 “많이 알려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스타가 된 후 부모님 반응이 어땠냐고 묻자 “아무래도 부모님이다 보니, 처음엔 악플을 보시고 ‘요미야, 나중에 하면 안 되겠냐’고 하셨다”며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반응이 폭발적이게 올라오니 엄청 좋아하셨다”고 답했다. 이어 “매일 밤 부모님께 전화하고 잠이 드는데, 전화드리면 ‘요미야, 오늘 어떤 노래가 조회수가 많아졌더라 내가 다 기분이 좋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요요미의 목표는 가수 조용필처럼 ‘요요미 음악’을 만드는 것. 그는 “지금은 한국 곡, 그 중에서 7080곡을 주로 부르지만 그 당시 인기있었던 중국곡, 일본곡, 팝송 등을 커버해달라는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면서 “조용필 선배님처럼 트로트도 하고 발라드도 하면서 ‘요요미의 세계’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유튜버 스타덤에 오르며 작곡가들의 노래 제안이 쇄도하고 있다는 요요미. 짖궂게 ‘남자친구 있느냐’고 묻자 “요즘 노래하느라 정말 바쁘다. 만날 시간이 없다”며 손사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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