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전날인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긴장된 정세”를 언급하며 한미회담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방미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 역할의 최고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30일(현지시간) G20 행사를 계기로 만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30일(현지시간) G20 행사를 계기로 만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의 방미는 북미 2차정상회담 결렬 이후 단절된 북미대화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것으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으로 7번째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문 대통령의 방미에 대해 “이번 회담은 하노이 회담 후 대화 동력을 조속히 살리기 위해 양국 협의가 중요하다는 공동인식을 토대로 바탕으로 개최되는 것”이라며 “톱다운식 접근을 지속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10일 오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영빈관에서 하룻밤 휴식하고 다음날인 11일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차례로 접견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12시부터는 2시간가량 한미 양 정상 내외가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을 갖고, 이후부터는 핵심 각료와 참모들이 배석하는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을 차례로 갖는다.

문 대통령의 미국행에 북한 측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눈치다. 이날 북한 관영언론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은 매우 이례적으로 전날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행사를 보도했다. 그동안 북한은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개최 2~3일 전 정치국회의 또는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개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왔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긴장된 정세”를 언급하며 북미간 교착상태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당 및 국가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분석하고 오늘의 긴장된 정세에 대처하여 간부들이 혁명과 건설에 대한 주인다운 태도를 가지고 고도의 책임성과 창발성,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로선을 철저히 관철해 나갈데 대하여 강조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향후 북한의 대미정책 노선을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 김 위원장은 오늘(10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전원회의를 소집해 ‘새로운 투쟁방향과 방도들을 토의,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11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통해 ‘2기 지도부’를 연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우리나라로 치면 국회에 해당하는 기구로, 북한은 중대한 정책노선을 이 회의에서 확정·공포해왔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향후 대외정책 노선을 확실히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날 김 위원장이 비핵화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나오기 전에 북한이 비핵화 대화 판을 깨거나, 추가 비핵화 조치 등을 먼저 밝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은 최근 경제시찰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최고인민회의 키워드가 경제건설이라는 의미”라며 “(이번 회의에서) 대내적으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지난해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관련 사업을 결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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