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소방 인명피해 0건, 군장병 인명피해 0건, 문화재 피해 0건”

한 누리꾼이 지난 4~5일 강원도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 피해를 나열한 내용이다. 이번 강원도 산불로 수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있었지만, 대체로 정부 대처는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물론 실제 피해상황은 심각하다.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5일 강원도 고성과 강릉, 인제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여의도 면적(290ha) 6배가 넘는 1,757헥타르(ha)의 산림을 불태우고 시가지까지 번졌다. 속초에서 남성 1명이 사망했고, 강릉 여성이 2도 화상을 입는 부상을 입었다. 주택과 농축산시설 등 사유시설과 학교, 공공건물, 상하수도 등 공공시설 3,590건이 잿더미가 됐다.

강원도 산불이 빠르게 확산된 이유는 최근 며칠간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데다가 당일에는 강풍까지 불었기 때문이다. 매년 4월 경 강원도 동해안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는 고온건조한 바람인 ‘양간지풍’이 부는데, ‘불을 일으키는 바람’이라고 해서 일명 ‘화풍(火風)’이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산불 기세가 가장 심했던 지난 4일 강원 고성 일대의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26.5m로 관측됐다. 나무가 쓰러지고 집채가 날아갈 정도의 중형태풍급 위력이다.

이날 발생한 산불의 주불은 대체로 24시간 이내에 진화됐다. 가장 큰 면적이 불탄 강릉·동해 산불은 17시간만에, 고성·속초 산불은 13시간만에 진화됐다. 가장 적은 면적이 탄 인제 산불은 45시간 만에 진화됐다.

文대통령 컨트롤타워 ‘합격점’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진화작전은 ‘역대급 일사불란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왜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산불이 전방위적으로 번지던 4일 밤 23시15분께 “조기 산불 진화를 위해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해 정부는 총력 대응하라”고 긴급지시를 내렸다. 이후 5일 오전 0시 20분부터 47분까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강원도 고성군 인제군 산불 관련해 중앙재난대책본부, 국방부, 소방청, 속초시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긴급상황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더 이상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불이 번질 우려가 있는 지역 주민을 적극 대피시키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면서 “산불 진화과정에서 소방관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이재민에 대한 긴급 생활 안정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의 ‘총력 대응’ 지시로 소방차 872대와 헬기 51대, 소방공무원 3251명, 산림청 진화대원과 의용 소방대원, 군인, 시·군 공무원, 경찰 등 총 1만 명을 넘는 소방인력이 전격 투입됐다.

(사진=뉴시스)
5일 줄지어 속초 산불현장으로 이동하는 소방차들. (사진=뉴시스)

순식간에 전국 소방차량의 15%, 가용 소방인원의 10% 규모의 인력이 모일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2017년 새롭게 개정한 소방청 출동지침 때문이다. 당시 소방청은 대형재난에 대해서 관할 지역과 무관하게 전국의 소방 장비와 인력을 동원할 수 있게끔 출동지침을 바꿨고, 제도적 시비 없이 곧장 지원인력을 투입할 수 있게 된 것.

지난 2017년 6월 새롭게 개통된 서울양양고속도로로 이같은 인력 투입을 신속히 할 수 있게 도왔다. 서울 동부에서 동해안까지 2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이 고속도로를 통해 경기 소방차 181대, 서울과 인천에서 각 95대, 51대의 소방차가 강원도로 향했다. 국토교통부가 제공한 당시 서울양양고속도로 폐쇄회로TV에는 소방차 수백대가 줄지어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장관이 연출됐다.

일명 ‘괴물 소방차’로 불리는 특수소방차 ‘판터’(PANTHER)도 한몫했다. 소방과 재난보호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오스트리아 시스템 제조업체인 로젠바우어(Rosenbauer)에서 내놓은 이 소방차의 가격은 무려 18억원. 강원도 산불에 출동한 판터는 최대 9천 100리터의 물과 1천 200리터의 거품화합물을 저장할 수 있고 분당 7천 리터의 물을 분사할 수 있는 화학소방차의 끝판왕이다. 이 소방차는 속초 가스충전소 바로 앞까지 다가온 산불 현장에 파견돼 대형사고를 막았다.

“VIP, 산불 때 술 취해있었나” 가짜뉴스 확산

한편, 강원도 산불은 무사히 진압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가짜뉴스’는 활개를 치는 모양새다. 일부 보수성향의 유튜브 채널은 문 대통령의 ‘음주설’, ‘보톡스 시술설’ 등을 황당한 주장을 제기하며 가짜뉴스 퍼트리기에 나섰다.

보수 유튜브 채널 ‘진성호 방송’은 지난 8일 “북한이 미사일을 쐈을때 8분만에 NSC를 소집해 상황실에 와 있었는데 이번에는 0시 20분에 나타났다”며 “술 한잔 먹고 자다 나온 얼굴 아니면 시술을 받고 나온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다른 보수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산불이 일어난 지 5시간이 지난 뒤에야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며 “4일 신문의 날 기념식이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는데 문 대통령이 신문사 발행인들과 술을 마시지 않았을까 싶다. 얼굴 표정이나 얼굴이 조금 술을 마신 듯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터무니없는 가짜뉴스가 시중에 떠돌고 있다”며 최초 유포자인 두 방송에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11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명의로 해당 허위조작정보 고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노 비서실장은 “강원 산불화재 당일 대통령 행적에 대한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엄정한 법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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