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보험 내리막길 이후 10년, 다시 눈독들이는 보험사들
시장규모 확대로 반려묘 보험까지 등장
시장규모 2017년 10억원, 가입률 0.1%로 장기적 활성화 여부에 의문

[뉴스포스트=안신혜 기자] 서울에 사는 회사원 문모씨 부부는 25개월 반려견 사랑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 반려견 사랑이는 7개월 때 다리 골절 부상을 입었는데, 수술비는 250만~280만원에 달했다. 이외에 기본 진료비 2만원과 엑스레이 비용 5만원이 들었다. 퇴근 후 야간 시간에 병원에 데려가면 진료비는 2만 7000원으로 높아진다. 생후 9개월, 중성화 수술을 했을 때는 30만원을 지불했다.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및 수술비가 상이하게 달라 병원을 찾는 것도 큰일이다. 사료값, 간식비, 장난감 등 반려견용품 비용도 상당하다. 반려동물 보험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수술 이력이 있는 사랑이는 보험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들은 사랑이를 위한 적금을 따로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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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씨 부부의 반려견(사랑이, 25개월)은 2017년 다리골절 수술을 받았다. 이들은 수술비 및 진료비로 280만원 가량을 지출했고, 현재 매달 반려견을 위한 적금을 들고 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는 추세다. KB경영연구소의 2018년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25.1%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가구 1000만명 시대인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2015년부터 연평균 14.1%씩 성장, 2017년에는 약 2조3300억원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며 2023년에는 4조6000억원, 2027년에는 6조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다시 반려동물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10년 이후 내리막길이었던 반려동물 보험시장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보험사들은 가입연령 등 세부항목에 차별을 두고 보장범위를 확대,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며 반려동물 보험 가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국내 보험사 중 반려동물 보험을 출시한 곳은 메리츠화재와 롯데손보, KB손보, 한화손보, 현대해상, DB손보, 삼성화재 등이다.

최근 반려묘 가정도 늘어남에 따라 ‘고양이보험’도 출시됐다. 2017년 반려동물의 종류는 개가 75.3%로 가장 많았고, 고양이는 31.1%(복수응답)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보험의 가입대상이 개에서 고양이까지로 수요가 늘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0월 강아지보험 ‘펫퍼민트’를 출시한 이후 올해 4월 고양이보험(펫퍼민트 Cat보험)’을 출시했다. 롯데손보(마이펫)와 KB손보(사회적협동조합반려동물보험)도 가입 대상에 고양이를 추가했다.

삼성화재(애니펫), 메리츠화재(펫퍼민트)이 미등록견의 가입을 허용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시•군•구 등 각 청에 등록해야 하지만 2017년 기준 반려동물 등록률은 33% 수준에 그쳤다. 그동안 반려동물보험의 가입 범위는 등록된 반려동물만 가입이 가능했는데, 보험사들이 미등록 반려동물 가입을 허용하면서 반려동물 보험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게 됐다.

최초가입 연령대도 높아지며 고령의 반려동물에게도 보험가입의 길이 열렸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기르고 있는 반려견의 평균 연령은 4.7세다. 1~3세가 51.5%로 가장 많고, 4~5세가 20.1%, 10세 이상이 10.6%, 6~7세의 고령반려견 비중은 10.5%다. 만6세 이상 반려견이 20% 이상이다. 특히 한화손해보험(펫플러스)은 반려견의 최초가입 연령을 만10세까지로 설정하며 주목받았다. 이외에 메리츠화재는 만8세까지 최초 가입이 가능하며 현대해상(하이펫)은 만7세이하부터, 삼성화재(애니펫)은 만3세이하부터 최초가입이 가능하다.

 

(자료=KB경영연구소 '2018 반려동물보고서')
(자료=KB경영연구소 '2018 반려동물보고서')

그러나 보험사들이 반려동물보험을 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보험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보험 시장 규모는 2017년 10억원으로, 일본 시장 규모의 0.2% 수준에 그쳤다. 가입률 역시 0.1% 미만으로 저조하다.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규모가 2012년 1조1854억원에서 2017년 2조3300억원으로 96.7% 증가했지만 가입률은 영국 25%, 일본 6% 대비 부진한 양상이다.

한화손보(펫플러스)의 경우 지난 8월 출시부터 올 3월 말 기준 가입수는 83건에 그쳤다. 강아지와 고양이 보험 상품을 모두 출시한 메리츠화재의 경우 강아지보험은 올 3월 기준 가입수는 9000여 건이다. 양육 비중 31%를 차지하는 반려묘 보험은 이제 시작단계일 뿐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현재 고양이보험에 대한 관심도가 낮지 않은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출시 1개월이 채 되지 않아 추이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펫보험 시장의 성장이 더딘 건 동물병원의 표준 진료수가(진료비)가 없어 보험사가 보험료를 산출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동물병원 진료비용 표준수가제는 1999년 폐지됐는데, 이후 동물병원 간의 진료비 격차가 벌어지며 보험료 산출이 어려워졌다.

낮은 등록률도 문제다. 미등록반려견 가입을 허용하는 보험사도 생겼지만, 등록률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등록제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면 보험 가입시 반려동물의 연령을 낮춰 최초가입연령에 맞추는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 반려동물보험 시장 악화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다만 보험개발원이 시스템을 도입하며 반려동물보험 시장의 활성화에 나서며 위축됐던 보험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은 있다. 

보험개발원은 지난해 8월 반려동물보험에 대한 ‘참조순보험요율’을 산출해 보험 상품의 표준을 마련했다. 보험사들이 참조순보험요율을 토대로 각자 사업비 등을 반영해 실제 보험료를 정하는 것. 실제 지난해 말 반려동물보험상품은 연달아 출시됐다.

또 보험개발원은 ‘반려동물 원스탑 진료비 청구시스템(POS)를 올 상반기 안에 도입할 예정이다. 가입자가 동물병원에서 보험금을 바로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보험개발원은 POS 도입으로 진료비 부담이 줄고 보험사의 지급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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