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사무실을 점거했던 대학생의 구속영장이 14일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은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연행된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소속 대학생 윤모씨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인정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나 원내대표의 사무실을 점거한 학생들은 총 20여명. 이들은 지난 12일 오전 10시경 나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사무실에 진입, 약 45분가량 농성을 벌이다가 강제퇴거 당했다. 다수의 학생이 여학생이었던 탓에 여경이 올 때까지 농성 해제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들은 사무실 바닥에 나란히 앉아 ‘반민특위 망언 나경원은 사퇴하라’, ‘김학의 성접대 사건 은폐 황교안은 사퇴하라’, ‘세월호 진실 은폐주범 황교안은 사퇴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퇴거를 요구하는 국회 직원들에 팔짱을 끼고 저항했지만 출동한 경호원들에 의해 차례로 퇴거당했다.

이들은 나 원내대표의 사무실에서 끌려나온 이후에도 의원회관 건물 밖에서 농성을 이어가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연행된 대학생들은 모두 풀려났지만, 일각에서는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경기도 군포에 거주하는 진모씨(27세)는 “정식으로 면담 요청을 하던가, 그냥 건물 밖에서 시위해도 될 것을 너무 과했다고 본다”며 “시위를 하려면 법이 허용하는 선 안에서 떳떳하게 하는 것이 더 박수 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몰래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일단 비도덕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eomh****)은 “의견표출은 좋은데 그게 정당한 방법은 아니였지 않나”며 “목소리를 내는 건 민주사회에서 당연한 거지만 자유를 행하려거든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주지않는 선에서 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학생 점거의 역사

대진연의 사무실 점거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27일에는 한국당 전당대회에 나타나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며 기습 집회를 열었고, 지난달 20일에는 나 원내대표의 지역구 사무실을 기습 점거했다. 대진연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진연은 지난해 3월, 대학생 진보단체인 ‘청춘의지성’, ‘대학생당’,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등 3개 단체가 연합해 출범했다. 대진연은 이나현 청춘의지성 공동대표와 김한성 한대련 의장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한대련의 역사는 민주화운동이 한창일 시기부터 시작된다. 지난 1987년 결성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전신으로 한다. 전대협은 주로 반미·친북적 통일운동 등을 전개하며 활동을 해왔다. 전대협은 1993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연)’으로 재편성됐다.

하지만 한총연은 1996년 연세대학교 점거사태로 대중적 지지를 잃고 몰락했다. 당시 한총연은 광복절 행사로 소속 학생 2명을 북한에 파견, 그들이 돌아오늘 날에 맞춰 판문점 행진와 연세대 집회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집회를 허가하지 않았고, 한총연 소속 학생 2만여명은 연세대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 사태로 1명이 사망하고 종합관이 불타는 등 교내 시설이 파괴되기도 했다. 이후 한총연을 비롯한 학생운동세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한대련은 한총연의 뿌리를 이어받아 2005년 출범했다. 출범 당시 한 대련은 대학교 등록금, 청년실업, 대학생 주거문제 등 청년문제를 주로 다뤘지만, 과격한 활동은 여전하다. 지난 2012년 6월에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의원실을 기습 점거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대진연 김한성 공동대표는 지난해 ‘김정은 서울방문 환영’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출범한 ‘백두칭송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해다. 백두칭송위원회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방문 소식에 “통일을 위해 안위를 버리고 목숨을 걸겠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의지”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이러한 행보를 두고 “남남갈등의 소재가 되고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진연 측은 이번 나경원 의원실 점거사태를 두고 “면담 요청을 한 것 뿐”이라며 불법점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진연 측은 성명에서 “대학생들이 의원실 점거농성을 한 것은 오히려 너무 점잖아서 국민의 분노를 풀어주기에 부족했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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