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제외한 전망치… 거듭되는 한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조정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상승
-시장 전문가들 "기준금리 인상 여지는 사라졌으나, 금리 인하로 이어지진 않을 것"

[뉴스포스트=홍성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추경이 이뤄질 경우에는 이보다 더 높은 성장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또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고,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거듭되는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 시장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조금씩 피어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 여지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분석하면서도, 이것이 금리 인하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4월 기준금리를 연 1.75%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에 대해 합의했다. (사진=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4월 기준금리를 연 1.75%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에 대해 합의했다. (사진=뉴시스)

▲ 한국은행, 경제성장률 전망치 0.1%p 하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기준금리를 현 수준(1.75%)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7명)로 결정됐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에서 0.1%p 낮춘 2.5%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4%에서 1.1%로 하향 조정됐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월 2.9%로 처음 제시된 이후 7월과 10월, 올해 1월 그리고 이달까지 4차례에 걸쳐 각 0.1%p 하향 조정됐다.  이번 조정은 시장의 대체적인 예상을 뒤엎는 결과이기도 하다. 

당초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고려해 성장률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럼에도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은 것은 지난 1분기 경기 성장 흐름이 예상보다 부진한 데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1분기 수출과 투자의 흐름을 점검해보니 당초 예상보다 실적치가 낮은 것으로 파악돼 이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소비 증가세가 주춤한 모습을 나타낸 데다 설비, 건설 투자의 조정과 수출 증가세 둔화 지속으로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수출과 투자 부진의 완화 등으로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고 이 총재는 전했다. 아울러 이번 전망치에는 정부의 추경 편성 등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추경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전망치에 반영하려면 규모와 구성 내역, 지출 시기 등이 확정돼야 한다"며 "(추경이) 어느 쪽에 쓰이느냐에 따라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어 7월 전망 발표 때 효과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올해 기준금리 동결 기조 이어질 것”

한은의 발표 이후 대부분의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 여지는 사라졌으나, 금리 인하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증권은 김지만 연구위원은 통화정책방향문(이하 ‘통방문’)에 대해 ‘올해 중 GDP성장률은 1월 전망치(2.6%)를 소폭 하회하는 2%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라는 문구 추가와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는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기존 문구를 삭제했다는 점을 들어 한은의 통화정책이 매파적 어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위원은 “GDP성장률 조정은 추경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설명으로 오해가 풀린다”며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이라는 문구가 삭제된 것은 3월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확인 직후 한은총재가 발언한 ‘미국이 당분간 관망기조로 가기 때문에 우리도 통화정책을 결정할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즉, 금리인상을 쉬고 당분간은 관망할 상황이라는 것이지 금리인하를 고려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총재의 기자회견에서의 발언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교보증권의 백윤민 수석연구원은 한은이 선택지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외했지만, 금리인하 가능성도 재차 일축했다고 분석했다.

백 연구원은 “최근 반등세를 보이던 시장금리는 4월 금통위 통방문 공개 이후 정책금리 인하에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재차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통방문에서 금통위는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의 추가 하향 조정을 시사하고,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는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그 동안 유지했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선택지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여전히 금통위가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이날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재차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출, 투자 등 전반적인 지표들이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R(recession. 불황)에 공포나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Policy mix(혼합 정책) 차원에서의 금리인하 해석도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KB증권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KB증권의 김상훈 연구위원은 “성장률 전망 하향 및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 문구 삭제로 금리인하 기대가 재부각 되겠으나, 성장률 하반기 개선 전망 및 향후 추경 등으로 상향 요인이 있고,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 문구 삭제는 인상의 여지가 사라진 것이지 당장 인하를 시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