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어르신취업지원센터...재취업 희망 열기↑
직업능력학교 운영..."수강생 만족도 높아"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의학 기술 발달 등에 따라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난해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평균연령은 42.1세로 불혹을 훌쩍 넘었다. 100세 이상 인구는 무려 1만 8,700명 이상이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어르신일자리지원센터에서 취업 기초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에서 취업기초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한국 사회는 100세 시대라는 말이 더는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는 쉽지 않다.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 현행법상 정년은 60세, 교육공무원은 62세다. 민간기업의 경우 통상 60세를 넘기 힘들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빠른 고령화 이른 정년퇴직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시니어 일자리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노인 일자리에 대한 기반 조성사업 진행하고 있고, 이를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가 담당 중이다.

지원센터는 기존 '서울시어르신취업훈련센터'에서 지난해 4월부터 지원센터로 개편됐다. 훈련센터가 고령자 취업 적합 직종에 대한 단기적 훈련 교육을 제공했다면, 지원센터는 구직 등록부터 상담·교육 및 훈련·알선·취업·사후 관리까지 전체 과정을 지원한다.

본지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지원센터를 방문해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 현장을 취재했다. 취업지원팀 조용태 팀장은 지원센터에 대해 "서울시 어르신들의 일자리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일자리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 기반을 확립해 맞춤 취업교육과 다양한 사회 참여 활동을 제공해 성공적인 취업 활동을 지원하는 어르신 전문 취업 기관"이라 소개했다.

지난 18일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에서 이력서 작성 방법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8일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에서 이력서 작성 방법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원센터, 연일 북새통

취재진이 방문한 이날 지원센터에서는 어르신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취업준비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르신 취업 전문 강사가 이력서 작성 방법 등 기초적인 취업 준비 교육을 하고 있었다. 강의실에서는 약 20~30명의 어르신 취업준비생들이 전문 강사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었다. 

조 팀장에 따르면 취업준비교육에서는 기본 소양교육과 이력서 작성, 면접 방법, 노인 취업 직종, 노동법 강의 등이 진행된다. 그는 "직종을 스마트폰으로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그야말로 기본 교육이다"라며 "어르신들이 이걸 듣고, 원하는 직종 교육을 들으러 오신다"고 설명했다.

기본 교육라고는 하지만 직접 강의를 듣는 어르신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요양보호직에 종사하다 정년퇴직한 A(67)세는 이날 교육을 들은 소감에 대해 "이런 교육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 새로 알게 된게 많다"며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교육을 권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원센터 교육에 만족한다는 A씨 소감과 강의실 좌석을 채운 어르신 취업준비생들의 모습은 노년 인구의 재취업 열의를 짐작게 했다. 조 팀장에 따르면 지원센터를 직접 방문하는 어르신은 하루에 약 20명이다. 전화상담은 이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보통 50건씩 오지만, 많으면 100건의 취업 문의 전화가 올 때도 있다.

어르신들의 재취업 희망 사유는 비단 생계 문제 때문 만은 아니다. A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생업보다는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은퇴 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나태해지지 않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지원센터를 찾은 어르신들 다수는 A씨처럼 가계 보탬이 목적이었다.

조 팀장은 "통계청에 따르면 약 59%의 어르신들이 생활비 보탬을 목적으로 직업을 구하신다"며 "약 34%는 일하는 즐거움을 찾기 위해 방문하신다"고 설명했다. 이어 "꼭 생계 때문에 지원센터에 오시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원센터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 어르신. (사진=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제공)
지원센터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는 어르신 수강생. (사진=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제공)

지금 지원센터에서는?

지원센터에서는 '내일행복학교', '시니어직업능력학교', '실전인턴십' 등 크게 3가지 취업 훈련 프로그램이 있다. 내일행복학교는 어르신들의 경력과 취미를 직업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면서 근무하는 바리스타 교육이 여기서 진행된다. 아울러 같은 직종을 희망하는 어르신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한다.

조 팀장은 "어르신들 같은 경우 협동조합을 많이 만드시면서 시너지를 발산하신다"며 "뜻 맞는 분들끼리 현재 예비 강사 협동조합을 만드시려고 하시는데, 지원센터는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등 이 과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시니어직업능력학교는 취업 시장에서 고령자가 주로 채용되는 적합 직종을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앞서 설명한 취업 준비교육 역시 이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경비·주차관리 업무나 배달원 처럼 실제 고령자 취업이 유리한 직종을 중심으로 세부적인 직무 교육이 운영된다. 조 팀장은 "직종 교육의 경우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자랑했다.

주차원 실습 교육을 받고 있는 어르신 수강생. (사진=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제공)
주차원 실습 교육을 받고 있는 어르신 수강생. (사진=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제공)
지원센터에서 동년배 상담가 교육을 받고 있는 어르신 수강생들. (사진=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제공)
지원센터에서 동년배 상담가 교육을 받고 있는 어르신 수강생들. (사진=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제공)

실전인턴십은 내일행복학교와 시니어직업능력학교를 지원하는데, 교육을 넘어 넘어 실제 취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장려하는 프로그램이다. 조 팀장은 "'위 워크'라고 일종의 공유 오피스를 사용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조식을 제공하는 일을 어르신들이 현재 하고 계신다"며 "이 같은 일자리 기회를 조금씩 만들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보람을 많이 느끼신다"고 설명했다.

한편 체계적인 노인 취업 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고령층 취업희망자 재취업은 여전히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이달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용률이 지난달 전 세대 중 가장 크게 증가했고, 60세 이상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는 공공 일자리 취업자 수가 많아짐에 따라 나타난 결과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공공 일자리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민간 일자리의 경우 그 수가 많지 않다고 증언했다. 조 팀장은 "민간 일자리가 많아야 하는데, 근본적으로 어르신 일자리가 많이 안 난다"며 취업자가 재취업 직종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새 직장에 적응하기 위해서 조 팀장은 '내려놓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직 출신 어르신들이 퇴직 후 재취업하시면서 (노무직에 대해) '내가 무슨 이런 일을 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며 "어르신 일자리가 매우 부족하니, 센터에서는 '내려놓기' 교육을 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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