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잔혹史⑩] "우리가 끝이길" 13년만에 복직한 기타 장인의 꿈
[노동잔혹史⑩] "우리가 끝이길" 13년만에 복직한 기타 장인의 꿈
  • 이별님 기자
  • 승인 2019.04.23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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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텍 노사 분쟁 마무리...해고자 명예복직
양승태 재판거래 의혹..."정리해고 없어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사실 저는 기타 만드는 거 밖에 할 줄 모릅니다. 13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 우리 딸들이 너무 고생만 했습니다.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이런 세상에서 안 살기를, 내가 마지막 단식 농성자이기를, 고공 농성은 파인텍(해고 노동자들)이 마지막이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3일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별님 기자)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별님 기자)

23일 콜텍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해고 노동자 복직 합의안에 정식 서명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콜텍지부 이인근 지회장과 김경봉 조합원, 박영호 콜텍 대표 등이 서명식에 참여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22일 오후 4시 30분께 사측과 해고노동자 복직에 최종 합의한 바 있다. 합의안에 따르면 정년을 앞둔 이인근 지회장, 김경봉, 임재춘 조합원 등 해고노동자 3명은 다음 달 2일 복직해 같은달 30일 자진 퇴직한다. 이른바 명예 복직이다.

아울러 박 대표는 해고자들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사측은 국내 공장을 재가동할 시 해고자를 우선 채용하고, 콜텍 지회 조합원 25명에게 합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합의안에 담았다.

서명식이 끝난 오전 11시께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이 지회장과 김 조합원을 비롯한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복직 합의문에 공식 서명을 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었다.

23일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김경봉 조합원이 복직 소감을 말하던 도중 눈물을 흘렸다. (사진=이별님 기자)
23일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김경봉 조합원이 복직 소감을 말하던 도중 눈물을 흘렸다. (사진=이별님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조합원은 "많은 분이 13년 투쟁에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고 물어보시는데, 어렵지 않은 점이 한 번도 없었다"며 "13년 투쟁 속에서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아이들을 돌봐야 했던 제 식구들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복직을 촉구하며 전날까지 42일 동안 단식 투쟁을 벌인 임 조합원은 "목숨을 살려주셔서 감사하다. 기타밖에 만들 줄 모르는 사람인데, 13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며 "젊은 사람들이 이런 세상에 살지 않길, 단식 투쟁은 내가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 역시 "제2, 제3의 콜텍 노동자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그는 "자본의 이윤을 대변하는 정리해고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며 "그게 어렵다면 근로기준법에서 해고 요건을 강화하고, 부당해고 판결 시 (사측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정리해고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김경봉 조합원과 이인근 지회장, 임재춘 조합원이 복직 축하 꽃다발을 받았다. (사진=이별님 기자)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김경봉 조합원과 이인근 지회장, 임재춘 조합원이 복직 축하 꽃다발을 받았다. (사진=이별님 기자)

콜텍 노조, 4464일 동안 거리에서

기타 제작 업체 콜텍은 통기타와 일렉기타를 가리지 않고 명품 기타를 제작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2007년 당시 약 7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던 회사는 '경영상의 이유'로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공장은 중국과 인도네시아로 옮겨졌고, 250여 명의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해고 노동자들은 사측의 정리해고 단행에 저항했다. 다음해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은 2009년 1심 재판부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를 받아드릴 수 없었던 노동자들은 즉각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커졌다. 2012년 대법원은 '회사의 경영상 긴박한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장래에 닥칠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들며 해고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재판을 파기 환송했다. 해당 판결은 2014년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았지만 노조는 단식 농성과 노숙 농성, 고공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등 복직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2012년 콜텍 판결이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대상에 포함됐다는 의혹이 지난해 제기됐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해당 판결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뒷받침을 위한 재판거래 사례로 지목했다.

23일 오전 임재춘 조합원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동료와 기쁨의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23일 오전 임재춘 조합원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동료와 기쁨의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양승태 대법원을 향한 분노는 복직 기자회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지회장은 "가정과 꿈, 삶을 버려야 했던 13년의 세월이었다. 13년이나 걸리도록 한 것은 바로 이 나라 법원이었다"며 "법원이 제대로 판결했다면, 우리 문제는 2012년에 끝났다. 희한한 판결로 우리는 7년이라는 세월을 더 견뎌야 했다"고 분노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는 긴박한 경영상 이유로 이뤄지는 정리해고는 없다. 비싼 값에 기업을 팔아먹고, 거기에 정규직을 채용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행하는 게 정리해고다"라면서 "'미래에 다가올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는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은 법원 스스로가 근로기준법을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대상에 콜텍 판결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나온 이후 노조는 사측과 교섭을 벌여왔다. 지난해 말부터 전날인 22일까지 총 9차례 교섭을 벌인 끝에 최종 합의안이 타결됐다.

한편 교섭과정에서 42일 동안 단식을 벌이다 합의가 도출된 후 단식 농성을 중단한 임 조합원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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