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의 운명을 손에 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보임’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실력행사에 나섰다.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실을 점거하고 문희상 의장에 오 의원의 사보임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24일 한국당의 의장실 점거 소동은 이날 오전 패스트트랙 ‘캐스팅 보트’를 쥔 오신환 의원이 “사개특위 위원으로서 여야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전날 바른미래당은 의총을 열고 12대 11로 가까스로 패스트트랙 지정안을 추인했지만, 바른정당 출신이자 패스트트랙 반대자인 오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면 공수처 설치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은 물거품이 된다.
이에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오 의원의 ‘사보임’ 카드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끝까지 오 의원을 설득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끝내 오 의원이 굽히지 않으면 사보임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사법개혁특위 소속 위원을 변경하려면 문희상 의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한국당 의원 백여명이 문 의장실로 쳐들어간 이유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혹시라도 바른미래당이 무리하게 사보임 절차를 하게 될 경우 의장의 허가가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 의장의 의견을 듣고자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문 의장은 “이렇게 겁박해서는 안된다. 어떤 경우에도 저는 자유한국당이 원하는 사보임을 반대한 적 없다. 의사결정은 제가 한다”고 답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오 의원이 사임을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문 의장은 “나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겁박해서 되는게 아니다”고 했다.
언성이 높아지자 문 의장은 “말씀하실 문은 접견실로 오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은 “여기서 검토하고 대답을 바로 달라”며 문 의장을 막아섰고, 문 의장은 “멱살을 잡으려고 하느냐”며 격노했다.
한국당의 ‘실력행사’에 경호원들이 막아서자 의장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스크럼 짜!”라고 외치며 문 의장이 의장실을 빠져나가는 것을 몸으로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문 의장은 쇼크 증상을 보여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문 의장 측은 입장문을 내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을 에워싸고 당장 약속을 하라며 다음 일정을 위해 이석하려는 문 의장을 가로막아 사실상 감금 상태가 빚어졌다”며 “이는 국회 수장에 대한 심각한 결례이자 국회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완력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태로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처사”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한국당도 지지않고 당시 현장에 있던 임이자 의원에게 ‘논란의 소지가 있는 신체접촉’을 했다며 법률검토 후 성추행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문 의장이 의장실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임 의원의 복부와 볼을 쓰다듬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문 의장 측은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실을 점거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 일어났을 뿐 성추행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