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 예외 연장 불가에 치솟는 국제유가
-국내 기업들 “대비책 이미 마련 큰 타격 없다”
-고유가 해결할 방안으로 셰일오일은 ‘시기상조’

[뉴스포스트=홍성완 기자] 리비아의 내전과 산유국 감산 합의로 인해 상승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한국 등에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제재가 자국의 셰일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에너지 관련 시장은 미국의 셰일산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설비 성향상 셰일에너지보다는 다른 대체 방안들을 모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한국 등에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공급 우려로 국제유가는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사진=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한국 등에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공급 우려로 국제유가는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사진=뉴시스)

▲ 美 국무부 장관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 예외 연장 안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한국 등 8개국에 예외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인정했던 한시 조치를 5월2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5월 2일 이후로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형식의 경제제재를 미국으로부터 받게 된다.

앞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란 제재에 따른 유가 폭등을 우려해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일본, 대만 등 8개 국가에 6개월간 한시적으로 금수 조치 예외를 허용하기로 한 바 있다.

해당 국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금수 조치 예외 허용을 연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 같은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이로써 이란은 사실상 전 세계 수출길이 끊겼다. 이란의 원유 수출이 불가능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이 공급분에서 제외된다.

결국 이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물은 배럴당 장중 74.52달러까지 올랐다가 74.04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65.70달러에 마감했다. 모두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23일(현지시간)에도 6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66.30달러로 전날에 비해 1.1%(0.75달러) 상승 마감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물은 0.6%(0.47달러) 오른 74.51달러를 나타냈다. 모두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 마감가다.  

미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산유국이 증산에 나서 이란의 공급분 감소를 채우라고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와 다른 OPEC 국가들이, 전면적인 이란 제재에서 오는 원유 수급 격차 이상을 채워주고도 남을 것"(Saudi Arabia and others in OPEC will more than make up the Oil Flow difference in our now Full Sanctions on Iranian Oil)이라고 자신했다.  

WSJ는 "칼리드 팔리흐 사우디 에너지 장관이 성명을 통해 '안정적인 원유 시장을 위해 앞으로 몇주 동안 우리는 다른 산유국 및 주요한 원유 소비국과 긴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공급 안정을 위해 중동 동맹국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와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면서도, 어떠한 합의에 도달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 국내기업들 “이란산 원유 제재 대책 이미 세워져 있다”

올해 3월 기준 이란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중국으로 일평균 61만 배럴 이상을 선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를 이어 우리나라가 일평균 약 39만 배럴로 이란산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제재는 우리나라 원유시장과 석유제품 관련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일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는 현대오일뱅크와 SK인천석유화학, SK에너지, 한화토탈, 현대케미컬 등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왔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대체로 원유구매 경로의 다변화 등으로 미리 대비해왔고, 어느 정도 구매원가 부담이 있을 수는 있으나 크게 문제될 소지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여러 곳이 있다”며 “예전에도 이란산 원유에 대한 수입제한으로 양이 줄어들거나 아예 수입을 못했던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마련했었고, 이번에도 방안을 충분히 마련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 차원에서 원유를 어디서 어떻게 들여오는지 등에 대한 원유도입전략을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서 자세한 건 말하기가 곤란하다”면서 “다만,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지 못하더라도 공장 정상가동이 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토탈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다만, 구매원가에 대한 부담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작년 11월에 제한적으로 허용이 됐을 이전에는 수입이 중단된 적도 있다”며 “이미 그 때부터 다변화를 해왔었고, 이미 중동 카타르나 호주, 러시아, 멀리는 아프리카 등에서 수입을 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공장 가동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이란산 콘덴세이트가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차선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구매원가는 어느 정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국제유가는 요동을 칠 것으로 보여 부담이 있긴 하다”며 “시장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 보니 일단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 컨 리버 유전지대 (사진=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 컨 리버 유전지대 (사진=뉴시스)

▲ 이란 제재는 셰일산업 활성화 위한 ‘빅 픽처(big picture)'일까?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번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패권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셰일산업으로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진 미국으로서는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중동 정세 불안을 방치하는 동시에 이란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외신들도 이란 압박으로 가장 수혜를 보는 것은 미국 셰일 업계라는 전망이 내놓고 있다. 이에 미국 셰일산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셰일오일이란 무엇일까?

우선 간단하게 말하면 전통적인 원유와 달리 원유가 생성되는 근원암인 셰일층(유기물을 함유한 암석)에서 뽑아내는 원유를 말한다. 

전통적 원유는 유기물을 포함한 퇴적암이 변해 지하의 입자가 큰 암석 등을 통과해 지표면 부근까지 이동한 원유로,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수직시추를 통해 채굴한다. 

반면, 셰일오일은 원유가 생성된 뒤 지표면 부근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셰일층 안에 갇혀 있는 원유다. 이에 수직 및 수평시추, 수압파쇄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생산단가가 전통적 원유보다 높아 과거에는 이 셰일오일을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4년 들어 세계 경제의 호황이 지속되면서 석유공급 부족 등의 상황으로 유가가 크게 올랐고, 많은 국가들이 석유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때 미국의 석유기업들은 기술적으로 채굴할 수 없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비전통자원에 눈을 돌렸다.

미국 석유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매장량을 보이던 셰일자원 채굴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면서 2000년대 중반 들어 프래킹(fracking, 수평시추 수압파쇄)기술을 상업화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은 산유국임에도 2005년 기준 자국 석유 사용량의 65%를 해외 수입에 의존해 전세계 교역량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최대의 석유수입국이었다.

그러나 셰일오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며 미국의 석유생산량은 급등해 2005년 하루 7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미국 경제전문가들은 유가가 60달러 수준이 되면 셰일오일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내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며 석유의 공급과잉 심화로 유가는 2014년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아래로까지 하락하며 셰일산업도 위기가 닥쳤다.

실제로 2015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26달러까지 폭락하면서 많은 셰일업체들이 사라졌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산업은 보다 발전된 기술로 효율성을 높이면서 유가가 30~40달러 수준까지 떨어져도 채산성을 맞출 수 있게 돼 생산량은 더 크게 늘었다.

이처럼 셰일산업이 발전하면서 앞으로 100년 이상은 원유 채굴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미국 오바마 정권은 원유 수출 금지를 해제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셰일오일을 필두로 하는 제조업의 부활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에너지자립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으로 이란 뿐만 아니라 중동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당장 셰일오일 수입이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의 대체 방안으로 볼 수 있으나,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모든 유종을 가지고 유리한 조건을 찾는 게 회사의 원칙”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당연히 셰일오일도 거기에 포함되지만 아직 이야기하기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화토탈 관계자도 “셰일오일의 경우 콘덴세이트보다 일반 원유를 대체하는데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며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의 설비들이 미국 셰일오일보다는 중동산에 최적화 되어 있기 때문에 아직 셰일오일 수입을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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