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여야가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극한 대립 치달으면서 25일 새벽 사상 최악의 폭력사태가 국회 곳곳에서 일어났다. 결국 민주당은 한국당의 육탄저지를 뚫지 못하고 해산하면서 여야 대립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사진=김혜선 기자)
(사진=김혜선 기자)

사건의 발단은 전날인 25일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던 오신환 의원을 사임하고 그 자리에 채이배 의원을 보임하면서부터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부터 국회 곳곳을 점거해 여야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 지정안을 필사적으로 저지했고, 이 과정에서 채이배 의원은 약 6시간 가량 자신의 사무실에 갇혀 있어야 했다.

여야 대립은 이날 저녁이 되면서 더욱 격해졌다. 한국당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 장소인 4층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 장소인 202호 회의실 앞을 점거하고 나서면서 회의 개의 자체가 불가능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를 넘겨 처음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한국당의 육탄전에 밀렸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986년 이후 33년 만에 경호권까지 발동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사개특위와 정개특위는 오후 9시를 넘어서까지 제대로 된 회의를 열지 못했다. 진입을 시도할 때마다 한국당이 인간 바리케이트를 만들고 막아섰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은 여성 보좌진에 “여성들이 선두에 서서 막아서도 남성 보좌진은 다치지 않게 보호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결국 자정 무렵, 정개특위 소속 위원들은 다시 행안위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수차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전희경 한국당 의원과 기동민 의원이 날카로운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기동민 의원이 “자유한국당이 박정희 시절을 부활시키고 있다”고 지적하자 전 의원은 “김정은 정권이다”고 맞받았다.

의안 접수를 하는 본관 7층 의사과 앞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한국당은 팩스기를 부수고 법안 제출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등 결사 항전 태세에 나섰다. 수백명의 여야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한데 뒤섞여 욕설과 고함, 주먹다짐이 오갔고 부상자와 실신자가 속출했다. 한국당 당직자들은 인간띠를 두르고 의사과 앞을 막아섰고, 여야 4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으쌰 으쌰’ 구호를 외치며 이들을 밀어내려 했다. 멀리서 고함을 지르며 달려와 몸을 부딪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당을 완전히 밀어내지는 못했다. 일부 한국당 당직자들은 길을 비켜달라고 요구하는 여야 4당 의원에 야유와 조소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헌법 수호’ ‘민주당은 집에 가라’는 등 구호를 외치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민주당이 물러섰다. 이날 오전 4시를 넘길 무렵,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아주 격렬한 몸싸움을 해서 기진맥진해서 병원으로 실려 간 사람들도 있고 상당히 놀라운 부상을 입은 사람도 있는 것 같다”라며 “원내대표와 협의해서 더 이상 불상사가 있어선 안 되겠다 싶어서 철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지정은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대표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에 대해 여야 4당이 합의한 법들을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며 “원내대표단에서 대책을 잘 준비해서 오전 9시 의원총회에서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사무처 사무실을 점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한 번도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며 “선진화법을 만들어 놓고 정상적인 국회법에 따른 신속처리 절차를 밟아 나가는 데 대해 전면 방해해 놓고선 선진화법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일을 한국당이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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