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6일 새벽 2시30분을 넘어갈 무렵 더불어민주당 소속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은 한국당이 유일하게 점거하지 않은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으로 모여들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사개특위를 열기 위해서다.

26일 새벽 2시40분 경 사개특위 개회 선언하는 이상민 의원장. (사진=김혜선 기자)
26일 새벽 2시40분 경 사개특위 개회 선언하는 이상민 의원장. (사진=김혜선 기자)

전날부터 극한 대립을 이어온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날 오전 2시경부터 대규모 몸싸움을 벌이는 등 최악의 ‘동물 국회’를 재현했다. 국회 본관 7층에 위치한 의사과 앞에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모인 민주당 의원과 그 당직자들, 이를 저지하려 바리케이트를 치고 막는 한국당 의원들과 그 당직자들이 뒤엉켜 지옥도를 그렸다.

이들이 의사과 앞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동안, 민주당 사개특위 위원들은 국회 4층에 위치한 법사위 회의장에 자리를 잡았다. 당초 전날 공지한 사개특위 회의 장소는 국회 본관 202호실이지만, 한국당이 몸으로 막아서며 회의장에 진입조차 못하던 상황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인원은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상민 의원과 박범계·박주민·백혜련·송기헌·표창원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뿐이었다.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려면 사개특위 재적 위원 18명 가운데 5분의 3인 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소속 위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당이 법사위 앞을 의자로 차단, 소속 위원들이 회의장에 진입하지 못해 이상민 위원장은 사개특위를 개회만 하고 패스트트랙 지정안을 안건으로 올리지는 않았다. 대신 이 자리는 여당 사개특위 위원들의 성토의 장이 됐다.

백혜련 의원은 “국회 회의 절차가 이렇게까지 방해받는 적이 없었다. 정상적 회의진행을 방해하고 법안 접수조차 몸으로 저지하는 국회 행태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막장국회, 동물국회다. 너무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의원은 “국회의원이 국회법을 어기고 방해를 하면 되겠나. 지난 19대 국회 때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을 날치기 통과한 바 있다”면서 “그 당시 야당은 전혀 물리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필리버스터를 사용해 법을 지키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것이 국회 선집화법의 정신이고 대한민국의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사개특위가 개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경원 원내대표와 유승민 의원, 사보임된 오신환 의원 등이 몰려와 “회의 개최를 알리지도 않았으니 원천 무효”라며 항의했다. 민주당 위원들도 “한국당이 모든 회의장을 점거하고 회의를 열지 못하게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맞섰다. 결국 이들은 ‘회의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자리를 떴다.

법사위장 비워줄 것을 요구하는 여상규 법사위원장. (사진=김혜선 기자)
법사위장 비워줄 것을 요구하는 여상규 법사위원장. (사진=김혜선 기자)

이후에는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이 찾아와 “누구 마음대로 법사위원실에서 회의를 하나”라며 “이렇게 무작정 점거해서 회의를 시작하면 어떡하느냐. 나가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민 위원장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라. 사개특위 회의 개의를 불법적으로 막으니 부득이하게 회의 장소를 찾아 연 것”이라고 반박했다.

판사출신인 박범계 의원 역시 여 위원장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절차적인 하자는 보완하겠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패스트트랙을 한국당이 원천봉쇄한 것에 비하면 (법사위에서 사개특위 회의 개최는) 작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은 사법연수원 23기, 여상규 위원장은 10기로 ‘대선배’에 속한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박범계 의원이 여 위원장에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이지만 논리에 맞지 않는 말씀을 하신다”며 대들었다. 그러나 여 의원장은 “안 된다. 제가 온 이상 회의장을 비워달라”고 거절했다.

한편, 이날 개의한 사개특위는 민주당이 일보후퇴하기로 하면서 ‘폐회’가 아닌 ‘정회’로 마무리됐다. 이상민 위원장이 사개특위를 정회한 이유는 회의장소를 확보한 뒤 곧바로 개의할 수 있는 포석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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