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 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입법 3안을 신속심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을 시도하면서 국회 육탄전이 부활했다. 24일 국회는 패스트트랙을 지정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국당이 충돌하면서 극단적인 몸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정개특위 회의실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진입을 막는 한국당 의원들. (사진=김혜선 기자)
정개특위 회의실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진입을 막는 한국당 의원들. (사진=김혜선 기자)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은 찬성파와 반대파가 극한으로 대립하는 등 분당 조짐을 보이고 있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한국당의 실력행사에 성추행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 여야 대치는 25일 새벽 2시경 최악을 달렸다.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탈진해 응급 구조대에 실려가는 이가 우후죽순 생겼다.

당초 패스트트랙은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국회 멱살잡이’를 방지하고자 만든 법안이지만 이 취지가 무색하게 한국당은 국회 곳곳을 점거한 채 선거제·공수처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결사 저지했다. 패스트트랙 입법안은 어떤 내용이길래 정쟁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 걸까.

‘비례성 강화’ 선거제 개혁안

먼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국회의원석을 줄이고 비례대표석을 늘려 비례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24일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역구석은 225석, 비례대표석은 75석으로 하고, 가장 큰 쟁점인 비례대표 75석 배분은 전국단위 정당별 득표율을 50% 반영하는 ‘준연동제’를 도입했다.

세부적인 의석배분은 ①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얻은 득표비율에 따라 산정한 의석수에서 해당 정당의 지역구국회의원 당선인 수를 뺀 후, ②그 수의 100분의 50에 달할 때까지 해당 정당에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을 먼저 배분한다. ③잔여의석은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의 득표비율에 따라 산정한 의석수를 배분한 다음 권역별로 최종 의석을 배분하기로 했다.

예를 들면, 정당득표율 10%를 얻었다면 의석 300석 중 10%인 30석을 배분하는데, 이중 절반인 15석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만약 A정당이 지역구에서 10석이 당선되면 나머지 5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는 식이다. 지역구에서 배정된 15석을 넘긴 20석이 당선되면 추가되는 비례의원석은 없다. 만약 75석의 비례대표석이 남게 되면, 나머지 의석은 각 정당의 득표비율에 따라 우선 배분한 다음, 전국 6개 권역을 나눠 배분한다.

이 밖에 선거권을 ‘만 18세 이상’으로 확대해 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또 각 당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공천하는 과정을 투명화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일체의 후보자 추천서류 등을 제출하기로 했다. 정당별 열세 지역에서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지역구 후보자를 비례대표의원으로 선출하는 석패율제도 도입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에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게임이 된다. 지역구 선거는 그 특성상 양강구도가 형성돼야 당선이 가능하다. 매 선거철마다 각 정당끼리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기반이 약한 소수정당은 정당득표율에서 높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도 정작 적은 의석만 얻을 수밖에 없다. 국회에 비례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 이유다.

민주당 측은 손해를 보면서도 비례성 강화를 위해 선거법 개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이번 선거법 개정안을 “‘사분오열의 야당’을 만들어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법개혁 공수처, 검·경 수사권조정

사법개혁안은 크게 고위공직자 수사처를 신설하는 안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안으로 나뉜다.

먼저 공수처는 한국당의 육탄저지 끝에 표창원 의원이 이메일로 국회 의사과에 접수하면서 발의를 마쳤다. 앞서 여야4당이 합의한 사항에 따르면, 공수처 신설안은 사실상 국회의원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위에서 제외됐다. 논란의 쟁점이었던 ‘기소권’을 공수처에 주지 않고, 판사, 검사, 경찰 경무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만 기소권을 부여한 것.

대신 공수처는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등을 갖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법원에 제정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장치를 뒀다.

공수처장 선임권 역시 사실상 야당이 갖게 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는 여야 각 2명씩 위원을 구성하고, 4/5 동의를 얻어 두 명을 추천, 이 중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임명키로 했다. 공수처 수사·조사관은 5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자로 제한했다.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의안과에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이메일로 발의했지만, 25일 새벽 4시30분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등록되지 않았다.

여야 합의에 따르면,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검찰이 가진 경찰의 수사지휘권도 다소 그 범위를 축소하고,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도 제한하는 내용을 다았다.

피의자 신문조서는 검찰이 피의자를 신문하면서 작성하는 기록으로, 피의자가 신문에서 진술한 뒤 해당 내용을 번복해도 검사가 적은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재판에서 유효하다.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신문조서를 재판정에서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피고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어왔다.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문제 등도 이 신문조서가 증거능력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 패스트트랙은 국회에 발의된 법안 심사가 장기간 지연되거나 무기한 표류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2년 도입된 제도다.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면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해내지 못해도 상임위 심의 18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법사위에 올라가고, 법사위는 90일이 지나면 통과된다. 이후로도 6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으로 회부돼 표결에 부칠 수 있어 한번 지정되면 최장 330일 내로 안건이 본회의로 회부된다.

패스트트랙을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 85조의 2에 따르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이 가능하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