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의 첫 요양병원 개원
대한요양병원협회 “상생아닌 골목상권 침해”
대신요양병원 “상급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의 가교적 역할”

[뉴스포스트=안신혜 기자] 대학병원에서 요양병원을 개원하면서 업계 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요양병원 시장까지 진입하는 것은 ‘골목상권을 빼앗는 것’이라는 비판과 ‘질 높은 치료과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대립하고 있다.  

 

지난 25일 개원식을 연 대신요양병원.(사진=뉴시스)
지난 25일 개원식을 연 대신요양병원.(사진=뉴시스)

지난 25일 동아대학교 대신요양병원이 개원식을 진행했다. 대신요양병원은 지난 2일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으며, 급성기에서 빠져나온 아급성기 환자들을 요양병원에서 담당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기림 대신요양병원장은 개원식에서 “아급성기 치료에 중점을 두고 다른 요양병원에서 부담이 되지 않은 상태로 전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간 가교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요양병원협회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의 요양병원에 대해 ‘의료전달체계 파괴행위’로,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요양병원까지 운영할 경우, 지역사회 요양병원들의 경쟁력 약화로 인한 의료서비스도 악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회장 손덕현)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동아대는 요양병원 개원을 백지화하라”고 주장했다. 대학병원이 중증질환자 진료에 집중하지 않고 거대자본을 앞세워 아급성기환자, 만성기환자까지 독식하겠다는 것이라며 “한 병원에서 환자를 주고받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러 대학병원이 요양병원 개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학병원들의 요양병원 개원이 줄지어 이어질 것에 우려를 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8년 12월 말 기준 전국 1500여 개 요양병원 중 개인이 설립한 것은 49.4%(771개소), 의료법인이 개설한 것은 41.1%(641개소) 등으로 비중이 높다. 동아대학교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학교법인 동아학숙이다.

학교법인인 동아학숙과 사단법인, 재단법인, 사회복지법인 등 기타법인이 개설한 요양병원은 전체 대비 2.5%(39개소)에 불과하다.

대신요양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이 개원한 첫 요양병원 케이스다. 관계자에 따르면 몇몇 대학병원들은 요양병원 설립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상급종합병원을 보유하고 있는 학교법인의 요양병원 설립 추세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주대학교병원 재단 대우학원은 오는 7월 500병상 규모의 재활특화 요양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다만 상급종합병원은 요양병원 개설과 관련, 수술 후 일반환자로 입원하는 과정에서 재활치료를 중점으로 하는 ‘재활특화’ 요양병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법 상 현재 ‘재활병원’이라는 종별은 없으며, 국내 재활치료의 상당부분은 요양병원들이 담당하고 있다.

요양병원의 종별 전환과 회복기 재활치료 전문의료기관 활성화 등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요양병원의 재활병원 전환에 대해서도 대립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시범사업 도입 당시 요양병원들은 종별 전환에 대해서도 고려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관계자는 “커뮤니티 케어와 관련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되는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학숙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대신요양병원은 재활을 중점으로 운영하며 요양병원들과 기능적으로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설 목적에 맞지 않는 일반환자를 받을 계획은 앞으로도 없다는 것이다.

또 상급종합병원과 요양병원 사이에서 '재활중점' 역할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 수술 후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상태가 악화돼 다시 상급종합병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를 줄일 수 있는 재활중점의 요양병원으로서 상생 개념의 가교적 역할을 할 것이지, 기존 요양병원들과의 교집합을 넓힐 생각이 아니다. 정부의 커뮤니티케어 기조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대학병원의 요양병원 개원을 두고 중소요양병원들이 위기를 느끼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다만, 불법개설 및 부정편취 등 부정행가 아닌 학교법인이 합법적으로 개설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설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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