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 "추경 통해 선제적 대응"…이주열 한은 총재 "기업투자 활성화 정책 필요"
-국내외 시장 전문가들도 예상 못 한 충격에 '술렁'…"2분기에는 완만한 호전세 보일 것"

[뉴스포스트=홍성완 기자] 반도체 수출 부진에 따라 올해 1분기 GDP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현 경제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투자 심리를 살려낼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에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추경을 통해 투자와 수출 활성화 등 선제적인 경기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도 예상치 못한 한국의 경제 역성장에 큰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이에 일제히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다만, 2분기 들어서는 경기가 완만한 호전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1분기 GDP 속보치가 정부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긴급으로 열렸다. (사진=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1분기 GDP 속보치가 정부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긴급으로 열렸다. (사진=뉴시스)

▲ GDP 역성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3% 감소했다.

분기 GDP가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2017년 4분기(-0.2%) 이후 1년3개월 만이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 4분기(-3.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출, 소비, 투자 등 경제를 떠받치는 모든 축이 흔들렸다. 수출은 -2.6%로 지난해 4분기(-1.5%)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수입도 -3.3% 하락했다. 2011년 3분기(-4.2%)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그나마 지난해 4분기 1.0%를 기록,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던 민간 소비도 올 1분기 0.1%로 내려앉았다. 정부 소비도 0.3%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4분기(3.0%)에 비해 큰 폭으로 위축됐다.  

투자 또한 얼어붙었다. 설비투자는 -10.8%를 기록해 지난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많이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0.1%를 기록, 지난해 4분기(1.2%) 이후 1분기 만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4% 감소하며 2009년 1분기(-2.5%)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건설업도 주거용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줄어 전기대비 0.4% 하락했다. 서비스업은 도소매, 음식숙박업, 보건 및 사회복지업 등이 줄었으나 금융 및 보험업 등이 늘면서 0.9%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1.1%) 이후 최고치였다. 

제조업의 부진은 우리나라의 수출을 이끌던 반도체 시장의 부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현대자동차의 노사협약 지연에 따른 공급차질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와 운송장비 감소가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정부 지출 효과가 사라지며 ‘기저효과’가 이뤄진 탓도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해 눈을 만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해 눈을 만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 경제 수장들도 감추지 못한 '당혹감'

GDP의 역성장에 경제수장들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행의 발표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해 선제적인 경기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25일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당초 예상보다 대내·외 여건이 더 악화되고, 하방 위험도 확대돼 조금이라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경은 타이밍과 속도가 중요하다. 관계 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가동, 국회 심의와 사업 집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추경이 조속히 통과돼 경기 하방 위험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또 규제 샌드박스 사례를 올해 중 100건 이상 늘리고 3단계 기업 투자 프로젝트를 새로 발굴하는 등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홍 부총리는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 과제를 추가로 발굴해 6월 중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아 발표하겠다"며 "한국 경제가 1분기보다는 2분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 부문에서도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 등을 통해 경제활력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역성장의 원인으로 기업투자 부진을 가장 크게 꼽았다. 따라서 기업투자 심리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26일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과도하게 비관적인 해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으나 현 경제상황을 엄중히 볼 필요가 있다”며 “경제성장의 엔진인 기업 투자에 실질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건 사실”이라며 “대외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민간 부문의 활력이 저하됐으며, 특히 반도체 경기 둔화로 수출과 투자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부문의 기여도가 이례적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마이너스 성장은 이례적 요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만큼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내외 시장 전문가도 예상 못한 충격파… 잇따른 GDP 하향 조정

이번 GDP 발표에 CNBC를 비롯한 외신들은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그 여파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국내 증권사들도 예상치 못했던 역성장에 올해 GDP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다만,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2분기 들어 경제상황이 완만한 호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JP모건의 박석길 이코노미스트는 수 분기 이후 한국 경제가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실망스러운 1분기가 올해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4%가 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2.6%)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내렸다.

반면에 ANZ는 한국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매출이 회복될 가능성에 주목하며 이번 1분기가 저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 경제는 둔화할 것이며 회복도 더딜 것이라고 했다.   

런던의 경제연구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앨릭스 홈스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8%로 낮춰잡았다.  

그는 수출이 계속 어려움을 겪고 내수도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성장의 회복도 매우 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위원은 올해 우리나라의 GDP가 2.3%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연구위원은 “올해 성장률은 한국은행이 수정 전망한 2.5%를 하회할 공산이 높아졌다”며 “일단 2분기 성장률의 급격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수출 및 제조업 경기 부진 지속, 반도체 업황 개선 지연 및 2분기 중 낮은 재정효과 등으로 성장률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당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KB증권도 연간 성장률 예상치를 낮췄다. 다만 분기 성장률은 2분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KB증권 문정희 연구위원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0.1%p 하향한다”며 “1분기 성장률이 크게 저조했으나, 2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소비는 최근 소비심리의 반등과 신차 출시에 따른 대기 수요 등이 2분기 소비지출로 나타날 전망”이라며 “1분기에 미진했던 정부지출도 2분기부터는 확대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의 제조업 업황 반등과 미국 무역협상의 원만한 합의 등으로 수출도 2분기에는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대중국 수출비중이 68%에 달하는 반도체 수출도 2분기부터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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