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예술경영 컨설턴트
이인권 예술경영 컨설턴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 = 이인권] 요즘 어느 분야든 한국사회에서 조직의 문화는 ‘신세대, 디지털, 수평성’이 중추적인 기반을 이루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한국의 사회문화체계를 새롭게 구축해 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과거의 사회 기조였던 ‘구세대, 아날로그, 수직성’과 첨예한 갈등과 대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 신세대들이 중심을 이루는 조직이 관건이다. 조직은 이들의 특성을 감안한 조직관리 및 인력 운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규율과 형식의 패턴에 얽매여왔던 구세대 관리기법은 통하지 않는다. 경영자의 철학과 소신만을 고집하게 되면 신세대의 자발적인 참여나 생산성을 통한 성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곧 조직의 추동력이 되는 구성원들의 '몰입'(flow)을 이끌어 낼 수가 없다.

민간이나 공공 분야에서 조직문화의 시대적 변화가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어떤 일’(job content)을 부여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환경’(job context)을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가이다.

지금은 명령과 복종이 생명인 군대 조직에서도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병영에서도 상급자와 부하 간에 대화를 통해 교감이 이루어지고 소통이 되고 있다. 군대의 소대장은 이제는 부하들의 선배요 멘토로 통한다. 기성세대들이 모이기만 하는 들먹이던 옛적의 군대 얘기는 그저 무용담일 뿐이다. 한 마디로 시대 배경이 지금 21세기에 살면서도 옛 “삼국시대”와 같은 생각에 젓어 있는 셈이다. 그만큼 한국사회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하물며 일반 조직에서의 변화의 필요성은 어떻겠는가? 요즘 한국 굴지의 대기업들의 선호도가 전만 같지 못하다. 그래서 신규 채용 인력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잘 적응하지 못해 전직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경영패턴이나 조직문화가 사회의 빠른 문화체계를 수용하지 못해서다. 말하자면 조직의 환경이 신세대의 특성과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대의 문화도 변하는데 대기업의 문화는 과거 굴뚝산업 시대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 21세기 지식근로사회에 민첩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목적을 심어주지 못하면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 회의를 갖게 된다.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 대기업에서 일하다 전직한 한 30대 직원이 웹사이트 <무브온21>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린 적이 있다.

“99%의 사람들이 그 조직에 회의를 느끼고 기회만 되면 떠나고 싶어 한다. 항상 사원 개개인을 감시하는 철저하게 통제된 시스템 하에서의 숨 막히는 듯한 일상, 관료화되어 창의성이라곤 나올 수도, 찾아보기도 힘든 조직문화···. 정말이지 가족의 생계가 달려서 어쩔 수 없이 다닌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조직은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며 자기계발을 하기 어려운 환경, 수직적 조직문화 등 지식기반산업 시대에 소위 굴뚝산업 시대에서나 통하는 체제다. 그 조직에 있을 때 창조적인 생각을 요구받았으나, 창조적인 일을 꾸미거나 발언을 할 분위기도 아니었고, 또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창조적인 사고를 하기가 불가능했다.”

한국의 유수 일류 대기업의 조직문화를 단편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 젊은 조직 구성원의 지적은 아직도 우리나라 대기업이 지난 세기 제조 산업 구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호로는 창조경영과 혁신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명실상부하게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진정한 창의적인 조직문화가 절실하다. 그렇게 변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말이다.

조직에서 갤러리족이라는 말이 있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하기보다는 구경꾼처럼 회사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을 지칭한다. 그런데 직장인들의 32%가 이런 갤러리족에 속한다고 한다. 그것도 조직에서 나이가 많은 그룹보다 연령이 낮은 세대일수록 갤러리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다. 조직에는 이런 부류도 있다. 그저 기계처럼 출근했다 퇴근하는 게 일상인 사람, 아무 열정도, 의욕도, 용기도 없이 그저 때 되면 월급 타는 그 재미 하나로 아까운 인생의 시간을 덧없이 보내는 사람, 조직생활의 목적도 목표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 튀지만 않게 처신하며 눈치만 갈고 닦은 사람, 일에 대한 주관도 방향도 없으면서 어떻게 연줄이나 잡을 수 없을까 궁리만 하는 그런 사람 등.

이들은 또 달리 말해 조직의 ‘좀비’들이다. 조직에서 좀비가 많아서는 안 되겠지만 한창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젊은 세대가 이에 해당된다면 문제다. 그런 경우라면 그것은 젊은 세대의 ‘유창성’(fluency)과 ‘유연성’(flexibility)이 발휘될 수 있는 조직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서다. 소프트파워, 아니 스마트파워가 중시되는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조직문화의 시계는 그대로 과거에 멈춰져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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