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전국 각지에서 무르익고 있다. 지난 2016년 서울시와 성남시에서 실시됐던 청년수당은 이제 경기도와 인천 등 각 지자체에 도입됐다. 해남군은 농촌 지역의 특색에 맞춰 농민수당을 지급한다.

(사진=김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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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경기도에서 시행하는 청년수당은 그 규모로만 올해 1753억에 달해 화제를 불러왔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만 24세 경기도에 거주하는 청년이면 누구나 1년간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청년수당 지급이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일명 ‘금수저’라고 불리는 고소득자에게도 모두 수당이 지급되는데다가 구직활동이나 생활지원 같은 목적 없이 지급돼 예산만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이름은 ‘청년수당’이지만 실제로 지급받는 연령은 만 24세로 한정돼 다른 연령대의 청년들은 소외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9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본소득 박람회 국제컨퍼런스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보완하는 기본소득 정책이 최저한의 삶을 보장하고,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국가 통합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소득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아주 중요한 장치”라면서 “특정 소수의 독점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자원들을 순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자,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청은 청년수당 100억원 지출 당 연간 일자리 207개, 192억원의 생산유발효과, 205억원의 소득증가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수당의 특성 상 골목상권이 평균 23.3% 활성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청년들이 이번 수당지급을 통해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도 의미 있는 효과로 봤다.

그렇다면 실제로 청년수당을 지급받는 청년들은 이 정책을 어떻게 바라볼까. 지난달 25일 <뉴스포스트>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 4명을 만나 청년수당을 받으면 어떻게 쓸 것인지를 물었다.

“청년수당, 부모님들도 좋아하세요”

청년수당은 주소지 지역 내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업체 등에서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로 지급된다.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유흥업소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이달 10일까지 신청 접수를 마감하고, 연령 및 거주기간 등 충족 여부를 확인한 후 25만 원의 ‘지역화폐’가 전자카드 또는 모바일 형태로 순차 지급된다.

3일 오전 11시기준 현재 청년수당을 신청한 이는 신청대상자 15만 93명 중 10만 7천여명으로 약 71.5%에 달한다. 최초 신청일 만료기한이었던 지난달 30일에는 67.6%의 청년들이 수당을 신청했지만, 경기도는 참여인원을 늘리기 위해 이달 10일까지로 접수일을 연장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꾸준히 접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김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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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거주하는 박선규(남·취준생)는 “청년수당을 받으면 책을 살 것 같다. 동네 서점에서 살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출판업계로 취직을 하고 싶다는 그는 “나는 책값이 엄청 부담스러운데, 대학생은 전공교재나 책을 사야할 때 부담스럽다. 그럴 때 (청년수당을) 사용할 수 있으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취직한 이주현(여·직장인), 김요한(남·직장인)은 “처음 받아보는 수당이라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했다. 주현은 “문제집 사고, 밥 먹고, 친구들과 모임에서 기꺼이 ‘쏜다’고 할 수 있겠다”며 웃었다. 요한 역시 “공돈이 생기니 막 쓰지 않을까”라고 거들었다.

‘만 24세’라는 조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선규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정책 같다. 딱 취업을 앞둔 나이의 청년들에게 지원해주니까”라고 답했다. 주현도 “맞다. 남자는 대학생, 여자는 사회초년생이 될 나이다. 주변에서는 어린 친구들은 ‘나도 24살이 되면 받겠지’ 기대하고, 24세가 넘은 사람은 좀 아까워 한다”고 했다. 요한은 “정권이 바뀌면 없어질까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고소득자도 청년수당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요한은 “소득이 높은 사람들도 받을 필요가 있을까. 연간 100만원이 그 사람들에게는 별것 아닐 수 있다. 중위소득을 따져서 지급하는 게 좋지 않고”고 밝혔다. 반면 선규는 “그 사람들도 세금을 내는데 굳이 제약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중위소득 기준도 집은 가난한데 (소득기준이) 높은 사람들이 있다”며 “나도 소득분위가 높은 편이라 국가장학금도 못 받는데, 친구네 아버지는 사업 하시면서 받을 것 다 받는다”고 말했다.

(사진=김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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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은 “기본소득의 목적이 어려운 사람 돕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며 “내가 볼 땐 지역경제 살리기와 청년들에게 복지를 돌려주자는 취지인 것 같다”고 했다. 요한도 “예전에 사대강 할 때는 눈에 보이는 정책이긴 했지만, 그 효과가 나에게 올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청년소득은 직접적으로 내게 돈이 들어오니까 좋은 것 같다”고 동의했다. 선규는 “청년들만 좋아하는 것 같지만, 부모님들도 굉장히 좋아하신다. 장년층은 못받는다고 하는데 자녀 키우는 세대는 본인들 세금이 자녀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것에 만족하냐는 질문에는 이구동성으로 “충분히 잘 쓸 수 있다”고 답했다. 요한은 “어차피 생활범위가 이 지역 안이다. 상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현은 “서울에서 쓰라고 하면 더 쓸 수 있겠지만, 경기도만으로도 만족한다. 지역 안에서 잘 쓸 수 있고 동네로만 한정해도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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