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이란 단어는 곰팡내 나는 책을 뒤적여야 찾는 빛바랜 훈장 닦는 소리가 된 지 오래다. 직장이 아닌 직업을 말하는 시대. 본지는 일찍이 자신의 업을 찾은 청년장인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전국시대 도가 사상가인 장자(壯者)는 도(道)가 만물의 이치라고 주장했다. 장자에 따르면 도(道)는 그러해야 할 일을 그러하게 하는 무정하고 묘청한 자연의 이치다.

장자(壯者) 내편(內編) 양생주편(養生主篇)은 19년 동안 한 자루의 칼만으로 소를 잡아온 도(道)가 튼 장인을 소개한다. 노련한 기술자도 날이 상해 해마다 칼을 바꿔야 하는데 칼날 하나로 십수 년의 소 해체작업을 비끄러맨 포정해우(庖丁解牛) 얘기다.

여기 19년에 걸쳐 한 자루의 칼날로 소를 해체해온 장자의 우화 속 장인처럼, 열여덟 소년시절부터 19년 인고의 세월 동안 우직하게 내장목수의 도(道)를 걸어 우뚝한 청년장인이 있다.

기자는 14일 신민수 우드스케일 목수연합 대표를 만나 청년 내장목수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인천광역시 계양구 선주지동에 위치한 우드스케일 가구공장에서 진행했다.

​신민수 대표(왼쪽 셋째)와 우드스케일 목수연합 내장목수팀(사진=이상진 기자)
​신민수 대표(왼쪽 셋째)와 우드스케일 목수연합 내장목수팀(사진=이상진 기자)

▶ 내장목수라는 말이 생소한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내장목수에 대해 설명한다면.
“목수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다. 한옥이나 사찰을 짓는 대목수와 목조주택을 짓는 빌더, 콘크리트 건축물을 구축하는 외장목수 등등. 내가 업으로 삼은 내장목수는 인테리어목수라고도 하는데 공사에 착수하면 내장목수가 모든 기준을 세우는 거라고 보면 된다. △벽체와 천정, 바닥의 단을 올리는 일 △계단 △문틀 △몰딩 △가구제작 △선반제작 △라운드모양 구조체 잡기 등을 하는데 전체 인테리어의 80%를 내장목수가 한다.”

▶ 수많은 직업 가운데 내장목수의 길을 걷기로 선택한 이유가 뭔가.
“아버지가 목수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책상과 액자 등을 사용하면서 목수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일하는 현장에 나가본 게 정말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커서 뭘 하지’, ‘어떤 직업을 갖지’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 아버지가 목수라는 직업을 한다고 했을 때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하다.
“처음엔 반대가 심하셨다. 아버지는 목수 100명을 책임지는 목수반장이셨다. 가구를 제작하시다가 내장목수로 직종을 바꿨고 예순이 넘은 나이인 지금도 카자흐스탄 현장에 나가서 목수업을 하고 계신다. 아버지는 현장의 어려움을 아셨던 거다. 하지만 나는 현장이 늘 재밌고 내 능력과 다른 목수들과의 협업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내는 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만약에 내 자녀가 목수를 한다고 하면 나는 두말없이 응원해줄 것이다.”

신민수 대표가 현장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우드스케일 목수연합)
신민수 대표가 현장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우드스케일 목수연합)

▶ 내장목수의 작업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클라이언트에 따라 다르다. 클라이언트는 두 종류로 나뉜다. 인테리어 회사들과 셀프 인테리어를 하길 원하는 일반 고객들이다. 인테리어회사들의 경우 대부분 실제 만들어야 하는 치수들을 정확히 기입한 도면을 제시한다. 물론 인테리어회사들이라고 해서 모두 도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양한 현장을 진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회사와 작업하는 데는 큰 애로사항이 없다. 하지만 일반 고객들의 경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비되는 경우도 있다. 도면이 아닌 사진을 제시한다거나 말로만 ‘이렇게 저렇게 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사전 미팅을 할 때 내가 직접 그림을 그려드리면서 셀프 인테리어 과정을 도와드린다.”

▶ 현장에서 작업과정을 놓고 목수들 사이에 이견은 없나.
“물론 내장목수들이 작업을 할 때 다양한 의견이 나올 때가 있다. 우리는 목수고 저마다 자신의 기술에 자신과 확신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목수라 할 수 있겠나. 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게 된다. 내장목수일도 마찬가지다. 작업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 하지만 결국 결정을 내리는 것은 현장팀장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내장목수 조직도 영이 서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 인테리어의 80%를 한다면 수도와 배관, 전기 등을 모두 섭렵해야 하는지.
“인테리어에 관련된 모든 직종의 기술자들과 전문가들이 작업사항에 대해서 내장목수들에게 문의한다. △수도배관 포인트 위치와 타일시작 지점 △콘센트가 들어가는 위치 △카운터와 가구 들어가는 위치 △창문이 들어가는 유리 사이즈 등등 거의 모든 사항들을 내장목수들과 조율해야 한다. 목수가 상가든 아파트든 현장작업의 중심이 된다. 이런 까닭에 큰 평수든 작은 평수든 자신 있게 공사하려면 내장목수 인생이 적어도 10년 이상은 돼야 한다. 경험이 없으면 작업과정의 어느 부분에서 결국 탈이 나게 마련이다. 내장목수 19년차인 나도 늘 배우고 노력하고 있다.”

​(사진=우드스케일 목수연합)
​(사진=우드스케일 목수연합)

▶ 현재까지 작업한 현장이 얼마나 되나.
“내 경우는 150곳 정도 한 것 같다. 내장목수들은 1년에 평균 5곳~10곳 정도 작업한다. 하지만 규모별 공기(공사기간)이 다양하기에 일률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홈인테리어의 경우 2~7일 정도 걸린다. 상가인테리어는 2~10일, 대기업이나 관공서, 호텔, 쇼핑몰, 백화점 등은 최소가 한 달이고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지난 2013년에 목공반장으로 잠실 제2롯데월드 쇼핑몰 3층을 기초 기준선 먹매김부터 천정마감까지 했었는데 7개월 걸렸다.”

▶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위험한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
“작업을 하면 절대로 다른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도구를 사용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면 손과 발을 놓친다. 무념무상 해야 한다. 생각이 많아지면 몸이 다치는 것이다. 특히 절단공구를 사용할 때가 위험하다. 연차가 아무리 많더라도 내장목수라면 이 말을 늘 유념해야 한다. 19년차인 나도 최근 전기대패로 작업을 하다가 손가락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를 당했다.”

▶ 아직까지도 목수는 몸을 쓰는 막일이라는 편견이 존재하는 것 같다.
“내장목수로서 일하는 이상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일은 평생의 숙제다. 목수가 몸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직업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몸을 쓰는 것은 아니다. 몸을 쓴다는 표현보다 몸을 움직인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몸은 쓴다는 말은 힘을 쓴다는 것이지만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정밀한 계획 아래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니까. 내장목수는 도면과 숫자에 친밀해야 하고 미적감각과 공간지각 능력, 그리고 위급상황에 대처하는 대범함도 갖춰야한다.”

(사진=이상진 기자)
(사진=이상진 기자)

▶ 내장목수의 연차별 연봉은 어떻게 되나.
“연봉으로 따지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2019년 5월 일당기준으로 팀장급은 30~35만원, 연장을 사용하지 않고 현장에서 목수반장만 보는 목수는 26~28만원, 10년 이상된 일반 목수들은 20~24만원을 받는다. 그 외에 입문한 지 6개월 미만의 조공들부터 3년차까지는 능력별로 받고 있다. 악덕 반장 같은 경우는 조공에게 일당으로 3~5만원을 주기도 하는데 조공에게는 기본적으로 8~10만원을 지급하는 게 정상이다.”

▶ 목수, 워라밸 챙길 수 있나.
“근무시간이 철저하다. 내장목수는 아침 7시부터 오후4시까지 또는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다. 이 시간을 초과해 작업을 하면 택시미터기보다 무섭게 일당이 오른다. 퇴근시간을 30분~2시간 초과하면 일당의 절반(반품)을 내장목수들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3시간 이후부터는 일당의 2배(두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테리어회사나 일반 고객분들이나 최대한 내장목수들에게 야근을 요구하지 않는다.”

▶ 내장목수를 꿈꾸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감히 조언을 해드리자면 목수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당장 눈앞의 수익에 연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목수의 기술이 뛰어나면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게 돈이고 수익이다. 포기하지 마시고 꼭 기술향상에 힘쓴다면 목수로서도, 생활인으로서도 좋은 결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진=우드스케일 목수연합)​
(사진=우드스케일 목수연합)​

▶ 목수는 조공에게 일을 잘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하던데.
“흔히 목수들은 '자기 밥그릇 뺏길까봐 조공에게 일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선배 목수들이 후배 목수들에게 일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르쳐 줄 시간이 없다는 게 맞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내장목수는 초과근무를 하면 무섭게 일당이 오른다. 공기 내에 일을 끝내야 하는 클라이언트들이 선배 목수가 일은 뒷전이고 후배 목수를 붙잡고 기술을 알려주고 있는 것을 보면 속이 터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결국 배우는 사람이 더 노력해야 한다. 나는 조공으로 입문한 후배 목수들에게 늘 선배 목수들을 귀찮게 하라고 한다. ‘이건 왜 이런 건지’, ‘마감은 왜 이렇게 떨어지는 건지’ 등등 묻고 배우는 게 중요하다.”

▶ 끝으로 내장목수로서 또 목수반장으로서 정부정책에 대해 아쉬운 점은.
“일부 악덕 인테리어업자들이 목수들의 인건비를 가지고 장난을 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노동청에 가서 신고를 해도 노동청에서는 딱히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근로복지공단에 수차례 ‘법적으로 해결방법이 없느냐’고 문의를 해도 국회에 청원을 넣으라고만 한다. 결국 민사소송으로 가야 하는데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변호사를 구해 법정에 선다는 게 보통 무서운 일이 아니지 않나. 악덕 업체는 이걸 노리고 벌금 조금 내버리고 인건비를 나몰라한다. 현장에서 피부로 와 닿는 불합리한 부분들이 많이 존재한다. 정부차원에서 해결책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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