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자유한국당의 ‘막말’ 퍼레이드가 점입가경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논란이 채 사그러들기 전에 김현아 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한센병 환자’에 빗대 구설수에 올랐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뉴시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뉴시스)

지난 16일 김현아 의원은 YTN 라디오 ‘더뉴스-더정치’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상처가 났는데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 채 방치해 상처가 더 커지는 병이 한센병”이라며 “만약 문 대통령께서 본인과 생각이 다른 국민들의 고통을 못 느낀다면 이를 지칭해 의학용어를 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현아 의원의 ‘한센병’ 발언은 함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논쟁 과정에서 나왔다. 김 의원이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두고 ‘사이코패스’라고 비난한 것을 지적하자, 표 의원은 “사이코패스는 학술 용어로 언론에서도 사용하는 대중적인 용어이기에 나 원내대표와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 의원이 “표 의원께서 변명하시니 똑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한센병 발언을 한 것.

김 의원의 폭탄발언에 정치권은 일제이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특히 민주당은 한센인의 인권침해 문제를 거론하며 “김 의원은 그간 무수한 인권 침해와 사회적 멸시와 차별을 견뎌온 한센인들에게 우선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센인 비하와 대통령 모욕에까지 나아간 김 의원은 진지하게 신상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국민들께 합당한 의사를 표명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이종철 대변인의 구두논평을 통해 “급기야 ‘사이코패스’가 ‘한센병’으로 이어져 막말이 막말을 낳는 악순환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또 “비유에도 금도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막말 릴레이에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표창원 의원을 향해서도 “사이코패스는 괜찮고 한센병은 안 된다는 모순과 이중성도 측은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아무리 비유를 했다고 해도 대통령을 향해 '한센병'이라고 한 것은 부적절하며, 발언을 즉각 취소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서로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달창’, ‘사이코패스’, ‘한센병’ 등 극단적인 용어를 구사한다고 입장이 선명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한국당이 막말의 최고 경지에 올라야 내년 총선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충성 경쟁을 하고 있다”며 “공천은 받겠지만 국민의 선택은 못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아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문 대통령을 ‘한센병’으로 지칭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날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가 정치의 품격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도 이 자리에서 한센병이나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대입해서 쓰지는 않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 제가 빗대어 말씀 드린 것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는 걸 사이코패스라고 한다면 자신의 고통을 느끼지 못해서 그 상처가 더 커지게 방치하는 건 한센병이라고 한다”며 “대통령께서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시느냐에 따라서 저는 똑같은 대입을 통해서 대통령에게도 사이코패스가 아니냐라고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의 SNS에는 그의 발언을 옹호하는 이들과 비판하는 이들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너무 잘했다. 속이 다 시원했다”고 두둔하는 지지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김 의원의 발언에 실망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한 지지자는 “문제는 상대방을 비하하고 공격하기 위해 한센병 환자를 끌어들였다는 것”이라며 “ 잘못한건 잘못했다고 솔직히 인정하시게 좋을듯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지자는 “여야 모두 꼴볼견이지만 '김현아'라는 이름마저 이런 시궁창의 프레임에 빠져드시다니”라며 “그간의 기대와 인내가 허탈한 실망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지자는 “그래도 부동산 관련 전문성과 일정 부분 합리성이 있어보였는데 실망이다”라며 “정치의 격을 낮추지 말라. 페삭(페이스북 친구 삭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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