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 LG그룹 주력계열사 가운데 가장 저조한 실적
- ESS배터리 '화재 악재', 전기차 배터리 '미국 법정다툼'
- 6월 산업부 발표에 따라 ESS배터리 리스크 커질 수도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LG화학이 연이은 ESS배터리 악재에 그룹 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계륵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이에 업계는 20일 열리는 LG그룹의 사업보고회가 ‘구광모 리더십’의 성패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 자리에서 LG화학의 사업내용에 대한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사진=뉴스포스트DB)
(사진=뉴스포스트DB)

 

▲ 1분기 영업이익, LG화학 57%↓ 삼성SDI 65%↑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곤두박칠쳤다. LG화학의 2019년 1분기 영업이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2,753억6천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6,508억4천만원 대비 57.6% 감소한 수치다. 

LG화학은 지난달 24일 1분기 실적설명회를 통해 △국내 ESS화재 일회성 비용발생 △자동차·IT 계절성에 따른 출하감소 △계절적 비수기 영향 등을 영업이익이 떨어진 이유로 꼽았다. 영업이익 추락에 업황이 어려운 배경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는 LG화학의 영업이익 폭락이 전반적인 업계의 불황이라기보다는 ESS배터리 화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7년부터 발생한 ESS배터리 화재사고는 특히 지난해 말과 올해 초까지 LG화학의 태양광연계 ESS배터리에서 잇따라 집중적으로 발생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생한 ESS배터리 화재사고는 모두 22건으로 이 가운데 12건이 LG화학의 ESS배터리다.

LG화학의 ESS배터리 화재이슈는 국외에서도 조명 받는 실정이다. 지난달 19일 미국 애리조나에 위치한 APS변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미국 전력연구소가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데, 해당 APS변전소는 LG화학의 ESS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화학의 영업이익이 떨어진 반면, 경쟁사인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5% 성장해, 업황이 어려워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LG화학의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LG화학 직원이 ESS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 직원이 ESS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LG화학)

▲ ESS배터리에 기술적 오류 없다는 LG화학, 뒤로는 협조공문과 교체에 열일

경남에서 LG화학의 태양광연계 ESS배터리를 사용해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고 있는 한 법인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지난해 11월 LG화학에서 충방전비율을 70%로 낮추면 비가동손실량을 보전해주겠다는 협조공문이 왔다”며 “최근에 비가동손실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는데 도대체 이게 어떤 근거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인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화재가 발생하지도 않은 법인의 태양광연계 ESS배터리에 대해 LG화학이 충전비율을 70%로 내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는 올해 초 자사의 ESS배터리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모두 마무리했다는 LG화학의 주장과 모순된다.

산업부 관계자도 “LG화학과 삼성SDI는 1,300여 곳에 이르는 ESS배터리 설치장소에 대한 자체 정밀안전진단을 올해 1월에 이미 모두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1월까지 LG화학과 삼성SDI의 정밀안전진단은 모두 끝났다”며 “점검을 하는 LG화학이나 삼성SDI는 당시에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고 산업부에서도 문제가 되는 ESS배터리에 대한 가동중단 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법인 관계자는 LG화학이 1월까지 모든 진단을 마치고 관련 조치까지 끝냈다는 자사의 ESS배터리에 대해서도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동률을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ESS배터리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에 따르면 LG화학은 자사 ESS배터리의 일부 부품을 교체하기도 했다.

법인 관계자는 “LG화학이 ESS배터리에 자신이 있었으면 이제 부품을 교체했으니 정상적으로 가동하라고 하는 게 맞지 않냐”며 “그런데 교체해놓고도 가동률을 70% 낮춰서 해달라고 하는 상황이니 배터리가 불나라고 만들지 않은 이상 당연히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LG화학은 법인에 보낸 공문에 가동률을 낮춘 ESS배터리의 손실보전을 해주는 대가로 단서조항을 달았다. 금액적 손실에 대한 보전이 기술적 오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조항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교체한 배터리 부품은 배터리 모듈이었고 ESS 화재원인으로 파악해 교체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인 조치로 진행한 것”이라며 “안전을 위해서 100% 가동하다가 70%로 낮추라는 부분에 대한 보상과정이었다”고 답했다.

 

▲ 6월 ESS배터리 화재원인 결과발표, LG화학 리스크 눈덩이로 불어날 수도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6월 초 ESS배터리 화재원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LG화학과 LG화학 ESS배터리를 사용하는 개인과 법인 사업자들이 모두 산업부의 입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는 가능한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는 6월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한 점 의혹도 없이 화재원인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산업부가 ESS배터리 화재의 원인이 LG화학의 배터리 기술문제라고 발표하면 LG화학의 ESS배터리 관련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제조한 ESS배터리에 문제가 있다는 산업부 발표가 나오면 LG화학은 자사의 ESS배터리를 전부 다 교체해야 할 수도 있는데 수천억에서 조 단위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보험업계는 연이은 화재사고에 태양광연계 ESS배터리의 보험료를 2~3배 인상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MW급 태양광연계 ESS배터리의 경우 보험료가 연 억 단위라는 것. LG화학 ESS배터리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산업부 결과가 발표되면 오른 보험료에 대한 법정다툼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ESS화재원인에 대한 산업부의 발표를 보고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정부조사에 협조하고 있는 중이고 현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 주력계열사 가운데 실적 가장 저조한 LG화학, 특단의 대책 있을까

LG생활건강은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3,2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5%가 상승했다. LG전자는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9,006억원으로 전년대비 23%가 감소했지만 다가오는 여름 선풍기와 에어컨 등의 늘어나는 전자제품 수요로 실적이 반등될 전망이다.

반면 LG화학은 LG그룹의 주력계열사 가운데 국내외 여러 이슈에 매몰돼 영업이익 57.6% 감소라는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문제는 LG화학의 실적이 LG전자처럼 반등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이다.

ESS배터리 화재라는 악재에 더해 주력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세계시장에서 CATL과 BYD 등 중국기업들의 추격이 거센 상황. 게다가 LG화학은 현재 SK이노베이션과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서 법리싸움을 벌여야 하는 형편이다.

앞서 LG화학에 재직하던 전기차 배터리 관련 엔지니어 76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바 있다. 이에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에서 이직한 엔지니어들을 통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SK이노베이션 미국 법인에 소를 제기한 상태다.

한편 SK이노베이션과의 국제소송전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 측에서 결정을 한 것이고 LG화학이 소송을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LG화학이 벌인 국제소송전에 대한 결정이 LG그룹 차원이 아니라 LG화학 계열사 자체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놓고, 업계에서는 취임한 지 1년여 된 구광모 회장의 영이 아직 계열사까지 닿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상황.

오는 6월이면 취임 1주년을 맞는 구광모 회장이 20일 사업보고회를 통해 LG화학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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