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연계 연금보험 출시…주가 하락해 손실 발생하자 나 몰라라
-잘못된 홍보·교육자료, 잘못된 보도에도 조치하지 않아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원금 보장은 당연하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하길래 5년 가까이 무리하면서 보험금을 납부했습니다. 그런데 원금은커녕 수천만 원이 사라지고, 회사에 연락했더니 설계사한테 이야기하라고만 합니다.”(고객 김모씨)

서울 영등포구 ABL생명보험 본사. (사진=ABL생명 홈페이지)
서울 영등포구 ABL생명보험 본사. (사진=ABL생명 홈페이지)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이 ‘파워덱스연금보험’을 둘러싼 끝나지 않는 분쟁에 진땀을 빼고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회사는 설계사들의 불완전판매(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위험성과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를 문제 삼으며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1월 보험 설계사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자 “법원의 판결을 성실이 이행 하겠다”며 말을 바꾸는 모양새다. 

12년 전인 지난 2006년 ABL생명은 주가지수 연계형 연금보험인 ‘파워덱스 연금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원금 보장은 물론 연 1.0%의 확정이율을 제공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했다. 특히 주가가 하락해도 원금이 보전되는 상품으로 알려지면서 한 때 수입보험료가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원금을 보전하지 못할 만큼 손실이 발생하자 고객들은 회사를 상대로 원금을 돌려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회사는 이 상품은 처음부터 원금을 전부 보장한 상품이 아니며 보험설계사들이 실적을 내기 위해 교육내용을 제대로 이해했으면서도 고객에게 다르게 설명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보험설계사에게는 고객의 민원이 제기됐을 경우 허위·과장의 책임이 자신에 있다는 동의서를 쓰도록 요구했고, 민원이 발생한 계약 건에 대해서는 설계사에게 지급한 수수료를 전액 환수해 가기도 했다. 

(자료=이창직 법률사무소)
(자료=이창직 법률사무소)

설계사들은 본사의 교육 및 교육 자료를 토대로 고객들에게 설명을 하고 이 상품을 판매했다는 입장이다. 회사가 주가하락과 관계없이 손실이 발생하지 않고, 원금은 보장되고 일정 수익률은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며 판매를 독려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당시 회사의 고객 제안서를 보면 '주가지수 하락시에는 마이너스가 아닌 1% 확정'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또 광고 전단에는 '주가가 내려도 최저 수익률 보장', '연 1.5%(거치형), 1%(적립형) 확정' 이라고 적혀 있어 원금이 보장되는 것처럼 나와 있었다. 

또한 회사는 언론에서도 해당 보험이 원금보장상품이라는 보도를 해왔음에도 보험계약의 실제 내용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자료=이창직 법률사무소)
(자료=이창직 법률사무소)
(자료=이창직 법률사무소)
(자료=이창직 법률사무소)

ABL생명의 이 같은 행위는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독립사업자에 대한 ‘갑질’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설계사들은 회사로부터 해촉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수수료 환수 조치를 거부하지 못하고 자비로 고객의 손실금을 냈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 노조 오세중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고객들의 민원 자체가 사실상 회사의 책임”이라며 “보험 업계에서 허위 과장성 교육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이런 것들이 결국에는 고객도 피해를 보고 설계사도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억대 수수료를 환수당하고 고객들의 항의 시달린 조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며 설계사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환수금 반환 소송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 중이며, 지난해 1월 서울지역 보험설계사 44명은 회사를 상대로 한 1차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최종 책임은 보험설계사가 아닌 보험사측에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ABL생명에서 보험설계사가 제기한 부당환수금(약5억원) 및 손해배상금(약 6억원)에 대한 80%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앞으로 남은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ABL생명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중이고 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법원의 판결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