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저는 힘 없고 나약한 신인 배우 입니다"라는 故 장자연 씨의 호소에 국가가 10년 만에 답했다.

20일 이날 오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이 장자연 사건에 대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이날 오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사건에 대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이날 오후 4시께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는 이날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으로부터 보고 받는 조사 내용을 심의한 뒤 장자연 문건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지만, 접대 리스트 실체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 2009년 3월 기업인과 연예 기획사 관계자, 유력 언론인 등으로부터 술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해당 문건에는 유력 인사들의 실명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어났다.

경찰은 장씨 사망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장씨를 폭행했다는 혐의를 받는 소속사 대표 김종승만 처벌받고, 유력 인사들에게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국민적 의혹을 낳았다.

과거사위는 소속사 대표 등으로부터 피해를 보았다는 내용의 장씨 문건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력 인사들의 실명이 담긴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 여부는 실체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과거사위는 활동 당시 새롭게 불거졌던 특수강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즉각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수사 권고를 내리지 않았다.

가장 큰 이목을 끌었던 유력 언론사 간부들의 술·성 접대 강요에 대해 과거사위는 조선일보 경영진에 대한 봐주기 수사가 있었다는 점과 조선일보가 경찰 수뇌부에 대한 압력성 메시지를 전한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장씨의 문건만으로는 해당 의혹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과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수사를 권고하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13개월 조사 성과는?

10년이라는 물리적 시차는 장자연 사건의 진상규명에 큰 걸림돌이 됐지만,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조사단은 장씨가 2008년 술접대 자리에서 전직 조선일보 기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혐의를 확보해 재수사를 권고했다.

전직 조선일보 기자에 대한 성추행 재조사 권고는 조사단의 가장 중요한 성과다. 해당 기자는 2009년에도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공소시효 만료를 약 1달 앞두고 기소된 그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아울러 소속사 대표 김종승이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명예훼손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단은 수사를 권고했다. 이 의원은 2009년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장자연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가 조선일보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바 있다.

조사단이 4차례나 연장을 거듭해 13개월에 걸쳐 장씨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지만, 10년이라는 물리적 시차를 극복하지 못해 아쉬운 결론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한편 과거사위는 사후에 장씨에 대한 피해 증거가 발견될 것을 대비해 법무부에 사건 기록 및 조사 기록 등을 보존할 것을 권고했다. 또 장씨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가 가능토록 했던 각종 법적 허점을 막기 위한 입법 추진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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