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함께 추구하는 ‘DBL 경영’ 그룹 차원 공식화 의미
- 각 사 KPI에 사회적 가치 50% 반영…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회로 활용 방침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SK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의 토대가 되는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고 21일 밝혔다. 

이형희 SK SV위원회 위원장이 발표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SK그룹)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이 발표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SK그룹)

SK는 이날 서울 중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회적 가치(SV) 추구경영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16개 주요 관계사가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순차적으로 일반에 공개한다고 전했다.

SK그룹의 계열사들은 공표 방식과 시점을 각 사별로 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 때 밝히거나 지속가능보고서에 기재하는 등 자율로 정한다. 또 앞으로 매년 측정 결과를 공개하고 관계사별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도 50%를 반영하기로 했다.


▲경영∙회계학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과 측정체계 공동 연구개발

이형희 간담회를 통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SK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최태원 SK 회장은 “측정(measure)할 수 없는 것은 관리(manage)될 수 없다”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또 SK그룹 관계자에 다르면 최태원 회장은 SV 성과를 보고 받은 자리에서 “당장의 결과보다는 시작이 중요하고 앞으로 개선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SK가 측정한 사회적 가치는 크게 3대 분야로 나뉜다.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등이다.

강동수 SV위원회 상무(사진=이상진 기자)
강동수 SV위원회 상무(사진=이상진 기자)

세부적으로 경제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과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등 실적을 측정한다.

SK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은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 활동과 별개가 아니다”라며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 등 일부 국내외 기업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 및 공표해왔다. 다만 제품∙서비스 관련 사회적 가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SK가 처음이라는 평가다.

라준영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사회성과를 경제활동의 언어인 화폐가치로 측정해 재무성과와 비교 가능하게 한 것은 선구적 시도“라고 말했다.


▲SK “측정 시스템은 아직 미완성…지속 보완해 재무제표화하는 방안도 연구”

SK는 이날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원사인 16개 주요 관계사 중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개사의 지난해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먼저 공개했다. SK는 “아직 측정 시스템에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 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은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한 상태다. 각 사는 자체 측정결과 공표 시 미반영 항목을 주석에 표기하고 추후 반영키로 했다.

SK는 또 향후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일종의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서 공개하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회계정보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현대 회계시스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되기까지 100년 이상이 걸렸다”며 “SK의 사회적 가치 측정은 기업 경영방식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