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21일은 ‘부부의날’이다. 두(2) 사람이 만나 하나(1)가 된다는 뜻에서, 지난 1995년 한 목사 부부가 부부의 소중함과 화목한 가정을 이뤄가자면서 만들었다. 이후 2007년 정식으로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그러나 부부의날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만큼의 위상을 갖지는 못한다. 혼인율 감소, 점차 늘어나는 이혼율, 실버세대에는 ‘졸혼’까지 논의되는 세상에서 부부의날의 의미는 점점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달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월 혼인건은 1만 8,200건으로 같은달을 기준으로 하면 7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지난 한해동안에는 25만여 쌍이 결혼해 1972년 이후 4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증명하듯 2, 30대 청년들 사이에서는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있다. 최근 통계청의 ‘2018 한국의 사회지표’에서는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미혼남녀 비율이 48.1%에 그쳐 처음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2010년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64.7%였던 것을 고려하면 결혼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변화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직장인 여성 A(28)씨는 본지에 “힘들고 외로운 세상을 함께 헤쳐나갈 동반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주변에서는 ‘혼자 살아도 괜찮은데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느냐’고 많이들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결혼에 이은 출산과 육아문제도 A씨에게는 고민거리다. 그는 “결혼 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지만,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며 “아이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절대로 원치 않아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결혼을 해야할 거 같다”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직장인 남성 B(30)씨에게도 결혼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가장 큰 고민은 ‘내집 마련’이다. B씨는 “가족들이 금전적인 이야기를 하며 결혼을 언급한다”며 “금전적인 문제 중 ‘내 집 마련’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혼 넘어 ‘졸혼’ 말하는 시대

갈수록 혼인율이 줄어가는 가운데, 이혼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월 이혼 건수는 8,200건으로 전년동월 대비 6.5%가 늘었다. 이혼 건수는 연간 기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감소하다가 2018년(전년 누계 대비 2.5%)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 1월에도 9700건으로 9.0% 증가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이나 외도 등 보다는 ‘성격차이’를 사유로 이혼하는 부부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 2월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전국 25~39세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혼인 이혼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이혼 사유로 남성은 성격차이(19.5%)를, 여성은 시댁 등 가족과 갈등(21.4%)을 들었다.

이혼전문 변호사 웹툰 '메리지 레드' 중 한컷. (사진=이유나 변호사 인스타그램 캡쳐)
이혼전문 변호사 웹툰 '메리지 레드' 중 한컷. (사진=최유나 변호사 인스타그램 캡쳐)

이혼전문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은 웹툰 ‘메리지 레드’가 지난해 9월 첫 연재를 시작한 이후 팔로워 15만명을 순식간에 돌파한 것도 이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웹툰을 그린 최유나 변호사는 결혼 전 우울증인 ‘매리지 블루’를 패러디해 결혼 후 이혼위기의 상황을 나타내는 ‘매리지 레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매리지 레드는 가정폭력이나 외도 등 자극적인 사례뿐 아니라 자신의 남편과 아내에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이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이혼 문제를 비춘다.

법적이혼까지 가지 않더라도, 자녀를 다 길러놓고 나서 노년에 별거생활을 하는 ‘졸혼’이라는 개념도 생겼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로, 지난달 이외수 작가와 그의 부인인 전영자씨가 졸혼의 형태로 결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슈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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