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 마디 못 하니까 여기서도 (북한의) 대변인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

“신재민 (전) 사무관보다 못한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문대통령이 거론한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그 분은 사법시험에 올인하지 않았던가?”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최근 보수진영의 대권잠룡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발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문재인 정부를 ‘좌파독재’로 규정하고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고, 최근 극심한 내홍으로 역할론이 커진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도 부쩍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에 나섰다.

황교안, 단독회담 목표로 강성정치

특히 황 대표는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 황 대표의 이러한 요구는 자신이 대통령의 ‘상대’가 되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 13일 “일대일 회담은 이번 회담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5당 대표가 회담한 뒤에도 한국당에서 ‘일대일 회담’을 요구한다면 그때 다시 논의하면 된다”고 거절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한국당과의 단독회담에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 직전, 문 대통령은 홍준표 전 대표의 끈질긴 요구로 전격 단독회담을 가진 바 있다. 당시 한국당은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을 전면으로 보이콧하고 나가지 않았다가 단독회담을 갖게 됐는데, 별다른 합의문도 없이 ‘아무말 대잔치’만 하고 끝났다.

문 대통령과 황 대표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은 5·18 기념식 행사를 기점으로 수면으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5·18 기념식에 참석한 황 대표의 면전에 대고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며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민주화운동)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가 일부 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을 징계하지 않고 행사에 참석한 것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황 대표도 지지 않았다. 그는 21일 릴레이 장외투쟁으로 인천 중구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에 헌화한 뒤 “진짜 독재자는 김정은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을 진짜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해 달라”고 응수했다. 황 대표는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하나 못하니까 대변인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내가 왜 독재자의 후예인가. 제가 황당해서 대꾸도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고 대변인은 “연일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발언, 국민을 편 가르는 발언들이 난무하고 있다. 결국 하나의 막말은 또 다른 막말을 낳고 있는 상황”이라며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 말로 갈음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합리적 보수 이미지로 차별화

유승민 전 대표 역시 그동안의 잠행을 깨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문 대통령에 날을 세우고 있다. 최근 패스트트랙 정국을 지나며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존재감을 드러낸 유 전 대표는 자기가 ‘밀고 있는’ 오신환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면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유 전 대표는 황 대표와는 달리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좌파’ ‘사회주의’ 등 이념성을 띠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고 경제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9일에는 문재인 정부 2년을 맞아 “무능과 독선의 2년”이라고 규정하며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15일에는 직접적으로 문 대통령을 거론하며 “달나라 사람이 아닌가. 지난 2년 경제정책 실패에 반성은 커녕 ‘성공’이라고 말하는 문 대통령을 보며 드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틀 뒤에도 문 대통령의 재정확대 필요성 발언에 “대통령이 틀렸다”라며 “쉽게 얘기하자면 이 말은 ‘세금을 더 화끈하게 퍼붓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20일에는 문 대통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재정확대를 주문하며 ‘국가채무비율 40%가 마지노선이라는 근거가 뭐냐’고 물은 것을 두고 “국채담당 기재부 사무관은 나라빚을 줄이려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대통령은 왜 나라살림을 위험으로 몰고 가는 것인가. 신재민 사무관보다 못한 대통령이란 말을 들어서야 되겠나”고 반문했다.

홍준표, 한국당 지도부 견제

지난 19대 대선에 한국당 후보로 나섰던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의 ‘대통령 저격’도 여전하다. 21일 홍 전 대표는 자신의 SNS에 “최근 문대통령이 거론한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그 분은 사법시험에 올인하지 않았던가”라며 “한국 정치판이 이제 그만 흑백 이분법에서 벗어나는 미래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현 한국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를 향해서는 “공안검사의 시각으로는 바뀐 세상을 대처하기 어렵다”고 훈수를 놓는 한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달창’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그 말이 지금 보수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차기 총선이나 대권을 노리고 ‘몸풀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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