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바른정당계 오신환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급기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면전에서 소속 의원이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쏘아붙였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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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손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및 주요당직에 대한 임명철회안’을 상정하는 것을 거부하자 이같이 직격탄을 날렸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안건상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당무 거부나 마찬가지다. 계속 당무 거부를 지속할 경우 또 다른 대안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개인 내면의 민주주의가 가장 어렵다.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손 대표의 측근인 임재훈 사무총장은 “손 대표의 정책과 비전 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손 대표의 연세를 운운한 하 최고위원의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 역시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에도 지켜야할 예의가 있다. 당대표로서 정치적 공격을 받고 있지만 최소한의 정치 금도가 살아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와 손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바른정당계 ‘사퇴파’가 나뉘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당초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당내 소수파였지만, 패스트트랙 정국을 지나면서 일부 안철수계 의원들과 합세하면서 오신환 원내대표가 새 원내사령탑에 오르는 등 주도권을 잡게 됐다. 이후 오 원내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지난 보궐선거 참패와 패스트트랙 책임을 물어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당내 계파갈등은 오 원내대표가 취임한 15일부터 현재까지 점점 격화되고 있다. 지난 17일 오 원내대표가 취임한 뒤 처음 참석한 최고위회의부터 고성과 비난이 난무했었다. 당시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눈 앞에서 “당 전체가 불행사태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큰 용단을 내려달라”고 직접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당 지도부에 불만을 표시하며 최고위 회의에 불참했던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도 손 대표에 비판을 쏟아냈다. 권은희 의원은 “자강이 무엇인가. 원내대표는 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퇴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의원이 이에 동의했다”고 고성을 질렀다.

하지만 손 대표는 “사퇴는 없다”며 버티고 있다. 지난 20일는 당 정책위의장에 채이배 의원, 사무총장에 임재훈 의원, 수석대변인에 최도자 의원을 각각 임명하면서 퇴진 요구를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하태경 최고위원이 손 대표의 ‘나이’를 운운하며 거친 말을 쏟아낸 것도 이 때문이다. 바른정당계는 손 대표가 최고위원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중책을 임명했다면서 임명의 전면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이준석 최고위원은 손 대표에게 “최고위 안건상정을 거부할 수 있는 규정이 하나라도 있다면 제시하라”고 했고, 권 최고위원도 “내 맘대로 해석하고 내 맘대로 결정해서 당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따졌다.

그러나 손 대표는 안건상정은 당대표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명직 최고위원 2인(문병호·주승용)에 대한 임명철회 건’과 ‘정책위의장(채이배), 사무총장(임재훈) 임명철회 건’, ‘당헌에 규정된 조항 유권해석 건’에 대해 “임명 철회건, 당헌 유권 해석 등은 법원에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안다. 저는 당 내 정치적인 행위를 법정으로 가져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미리 말씀드린 바 있지만, 지금으로선 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실익이 없는 안건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손학규 대표가 평화당 의원들에 ‘바른미래당으로 와라. 와서 유승민(전 대표)을 몰아내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폭로한 건에 대해서는 “이미 사실무근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일축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박 의원 발언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도 안건으로 올렸지만 손 대표는 “우리 당이 타당 의원인 박지원 의원을 조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거절했다.

손 대표가 자신의 사퇴를 강하게 거부하면서 당분간 바른미래당 내 충돌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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