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현직 외교부 직원이 강효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 기밀 3급에 해당하는 ‘한미정상 간 통화내용’을 유출한 사실이 22일 알려지면서 외교부의 기강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앞서 강효상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틀 전 있었던 한미정상간 통화 내용을 폭로한 바 있다. 당시 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을 방문(이달 25~28일)한 뒤에 한국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방한한다면 일본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일정이 바빠서 문 대통령을 만나는 즉시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이 밝힌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인 것이어서 폭로 당시에도 정보출처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된 바 있다. 결국 청와대는 한미정상 간 통화내용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외교부와 합동 감찰을 착수했다.

감찰 결과, 강 의원에 기밀 3급에 해당하는 정상간 통화내용을 유출한 이는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 K씨였다고 jtbc가 보도했다. K씨는 강 의원의 고등학교 후배로, 지난 3월 정의용 안보실장이 볼턴 미국 NSC 보좌관을 만나기 위해 접촉했던 사실도 강 의원에 유출한 것으로 의심 받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22일 논평을 내고 “국가 정상 간 긴밀한 외교 현안 논의 과정에서 나눈 대화 등은 당사국 간의 외교관계는 물론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특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및 북미정상회담 등 민감한 현안이 다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외교기밀 누설 행위는 한미동맹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향후 정상외교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매우 크다”면서 “정부는 해당 외교관 및 연루자를 철저히 밝혀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공직사회 기강을 철저히 점검하여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와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무엇보다 국가기밀 누설 행위를 배후조종, 공모한 강효상 의원의 책임이야말로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면서 “이번 행위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강효상 의원의 범죄행위에 기대어 정치공세로 동조한 자유한국당 역시 그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의원은 “청와대는 본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해 사실무근이라 발표해놓고, 기밀 누설 운운하고 있다. 국민들을 속이려 거짓 브리핑을 한 것을 스스로 자인했다”고 23일 반발했다. 강 의원은 이날 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개인적으로 워싱턴 특파원(조선일보) 시절부터 한국과 미국에 많은 소식통과 교류하고 접촉했다. 기자가 취재원을 밝힐 수 없듯이 제보자 신원을 결코 밝힐 수 없음은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라며 K씨가 정보를 유출한 주체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어 “본 의원 회견에 대해서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을 통해서 저를 무책임한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사실무근이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면서 야당 의원을 사실상 겁박했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한미 정상간 통화에서 어떠한 내용이 오고갔느냐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가 있지 않느냐. 폭로된 (통화) 내용을 보면 이 정권의 굴욕 외교와 국민 선동 실체를 일깨워준 공익 제보”라고 두둔했다. 나 원내대표는 “구걸 외교의 민낯을 들키자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씌우는 위헌적 행태”라며 고발과 수사 의뢰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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