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한국전력공사 김종갑 사장의 임기가 중반에 들어섰다. 지난해 4월 취임 당시 “수익성이 개선될 때까지 ‘비상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던 그의 1년은 어땠을까. 취임 후 비용 부분에서는 2조원 이상을 절감 했다. 그러나 전력구입비가 더 큰 폭으로 올라 실적 개선은 역부족이었다. 계속되는 적자에 한전 부실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게다가 각종 불편한 이슈들 탓에 일각에선 김 사장에 대한 ‘부실경영’, ‘자질논란’까지 나온다. 임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는 지금, 김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 (사진=뉴시스)
김종갑 한전 사장 (사진=뉴시스)

1분기 기준 '역대 최악 실적'

지난 14일 한전은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지난 1961년 창립 이후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악인 영업손실 6,299억원을 기록한 것. 이는 지난해 1분기(1,276억원)와 비교해도 약 5배 증가한 영업손실이다. 앞서 증권가에서 예상한 3,000억원대 적자보다도 두 배 가량 높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5조 2,48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576억원이 줄었다. 당기순손실도 5,107억원 늘어 7,612억원을 기록했다. 

한전은 지난 2015년 이후 분기마다 1조~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해왔다. 그러다 2017년 4분기 적자(-1294억원) 전환 후 지난해 3분기를 제외한 매 분기마다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한전이 밝힌 영업손실 주요 원인은 ‘국제연료가 상승’ 때문이었다. 원전이용률 상승과 발전자회사의 석탄 발전량 감소 등으로 연료비는 감소했지만, 국제연료가 상승으로 민간발전사로부터의 전력구입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 겨울은 지난해와 비교해 비교적 포근해 판매량이 1.4% 줄어들면서 전기판매수익이 약 3000억원 줄었고, 발전용 LNG(액화천연가스)가 등 국제 연료가 상승 영향으로 전력시장가격이 13.4% 상승해 전력구입비가 약 7000억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주가 하락에 소액주주 반발…脫원전 탓?

한전의 적자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6년 5월 주당 6만3700원이던 한전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2만3850원까지 내려가 장중 최저가를 찍었던 한전 주가는 올해 3월 가까스로 3만58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30% 가까이 하락한 2만5200원(5월 23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탈원전에 따른 적자’라고 지적하며 주가 회복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20일 소액주주 70여명으로 구성된 ‘한전 소액주주행동’ 회원 10여명은 서울 서초구 한전 강남지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한전을 죽이는 문재인 정부의 하수인 김종갑 사장은 주주에게 사죄하라’는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부실경영 책임지고 김종갑 사장 사퇴하라”를 연신 외쳤다. 

장병천 한전 소액주주행동 대표는 “원전을 포기하겠다는 정책 탓에 지난해 LNG 수입에 연간 4조원을 투입했다”며 “주가 하락 역시 탈원전 정책 강행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전 김종갑 사장은 배임혐의로, 정부는 직권남용 혐의로 행정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집회를 주기적으로 열어 한전 경영진과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전은 당장 대응에 나설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소액주주분들이 아직 소송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법적대응을 할지 안할지는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또한 한전은 낮은 원전이용률이 적자 원인이 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한전 관계자는 “대규모 계획예방정비 종료로 원전이용률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지난해 1분기 원전이용률 54.9%에서 올해 1분기 75.8%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일단 탈원전에 따른 주가 하락이 아니라고 해명을 했지만 주가 회복을 위한 뾰족한 해법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탓에 업계에선 한전이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는 ‘전기요금 인상’이 유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한전의 1분기 적자는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국제유가 인상 탓”이라며 “전기요금 인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김종갑 사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끝나지 않은 고성 산불 논란

지난달 4일 발생한 고성 산불과 관련된 한전의 책임 논란도 여전히 김 사장의 발목을 붙잡는다.

고성·속초 산불에 대한 국과수 결과에 따르면 한전에서 관리하는 고압선과 개폐기 등에서 불이 시작됐다. 당시 경찰은 고압선과 개폐기를 연결하는 리드선이 끊어져 고압 전류가 흐르는 상태로 전신주에 부딪히면서 ‘아크 불티’가 발생해 산불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에 산불 피해 주민들은 한전에서 관리하는 고압선과 개폐기 등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것을 근거로 들어 ‘한전이 책임을 져야한다’며 즉각적인 손해배상을 촉구했다.

이에 김 사장은 산불피해 지역인 고성군을 방문해 “한전 설비에서 발화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형사적으로는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민사적 책임은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성·속초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한전은 ‘관리부실’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특히 김종갑 사장이 피해 주민들에 대한 민사적 책임을 밝히면서 한전의 경영난이 더욱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어떤 식으로든 들려오는 한전에 대한 질타에 김 사장이 무사히 남은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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