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소에, 인권위 진정서까지 제출한 노조 …사측 ‘별 일 아냐’ 일축
업계 밑도는 지급여력비율, 실적 개선 불투명한데 협상은 장기화 조짐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KB금융 편입 이후 긍정적 평가를 받아온 KB손해보험이 실적 부진에 노사 갈등까지 심화되며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고 있다. 계속되는 보험업계의 불황으로 실적 개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지며 양종희 KB손보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B손보 노조는 법원 고소에 이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기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분쟁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이해리 기자)
(사진=이해리 기자)

되살아나는 국민은행 파업 악몽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B손해보험지부(이하 KB손보 노조)는 22일 서울 강남구 KB손해보험 본사 앞에서 ‘2018 임단투(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투쟁) 승리를 위한 투쟁선포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대성 KB손보 노조 지부장은 “회사는 말로만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하고 전혀 그렇지 않은 행동들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금부터 파업을 준비해서 회사가 정상적으로 나올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KB손보 관계자는 이날 선포식에 대해 “노조가 1박2일의 결의대회를 다녀오면서 헤어지기 전에 임단협 쟁취하겠다는 투쟁선포식을 하려고 모인 것이다. 별 일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 초 국민은행 노사 갈등을 간신히 잠재운 KB금융은 또 다시 계열사의 노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KB손보 노조에 따르면 지난 18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임단협 쟁의행위 찬반투표 투표에서 91.2%, 약 2000명 이상의 조합원이 파업에 찬성했다. 전체 조합원 수 2502명 중 투표인원 수는 2264명(전체 90.49%)이었다.

투표에서 조합원의 과반수가 파업에 찬성할 경우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얻어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KB손보 노조는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가 가능하게 됐다. 

KB손보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파업을 준비하고 있고, 조합원 조직 사업을 먼저 하고 난 뒤 다음 달부터 투쟁대회를 열 예정”이라며 “그 이후에도 교섭이 없다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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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다툼으로 치닫는 ‘노사분쟁’

앞서 KB손보 노조는 지난 2일 서울 본사 앞에서 사측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측이 사문서를 위조한 뒤 허위사실을 유포해 노조 간 갈등을 유발하고 부당 인사발령, 직원 사찰 등의 불법행위를 자행했다는 것이다. 

이후 10일 서울중앙지검에 사측을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호 위반(부당노동행위), 재물손괴죄 및 특수절도죄 등의 법률위반으로 고소했다. 

KB손보 노조는 2018 임단협 미타결로 쟁의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앞으로의 투쟁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4월 경 분장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측이 분회장대회 초안일정표를 입수해 고의적으로 위조했고 사내 게시판에 분회장대회 공식 일정표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게시했다고 주장했다.

KB손보 노조는 “분회장대회 중요내용인 ‘소집단토의’ 등을 삭제하는 등 위조행위를 통해 사내 게시판을 읽는 직원들이 마치 노조가 분회장대회를 핑계로 관광 계획을 세운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노조의 사회적 신뢰도와 도덕성을 상당히 깎는 명예훼손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손보 관계자는 “글자 단지 몇 자 지웠을 뿐인데 그걸 사문서 위조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손보 노조 관계자는 “변호사 자문을 구해서 진행한 부분”이라며 “초안을 보고 수정테이프로 지운 것인데, 사문서 위조도 아니고 의도한 게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KB손해보험 본사 건물 내·외부에 설치한 현수막을 사측이 무단으로 철거했다는 게 KB손보 노조 측의 설명이다.

노조는 “노사 대화를 요구하고 회사에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요청하는 내용의 현수막으로 노조의 정당한 의사표시 행위였다”며 “그러나 회사는 이 현수막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절취하는 등 부당노동행위, 재물손괴죄, 특수절도죄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KB손보 노조는 2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사측이 임금피크제 대상자 53명을 부당하게 전보 배치한 사건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달 12일 1961년~1964년생의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 53명을 고객창구 등의 현장 업무에 전보 배치 명령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LIG손보에서 KB손보로 매각 당시 작성한 고용안정협약에도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임피제 대상 직원 42명을 어떠한 논의나 협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창구 업무에 발령을 냈다”고 설명했다. 

사측이 이들에게 생활근거지에 멀리 떨어진 원거리 전보를 단행하고, 전문성을 배제한 단순 창구업무에 배치한 것은 사측이 노동자 스스로 사직하도록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KB손보 노사는 2018년 임단협 타결을 위해 협상을 계속해왔지만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지급 기준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2017년 당기순이익이 3805억원을 기록한데 대해 임금 5% 인상과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기에 1% 인상과 호봉제 폐지 등을 제시했다. 

(사진=이해리 기자)
(사진=이해리 기자)

업계 불황, 실적 개선 불투명

KB손보는 업계 ‘빅5’에 드는 대형 손보사로 꼽히지만, 최근 순이익이 20% 넘게 하락하며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KB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623억원으로 전년의 3640억원보다 20.5%나 감소했다. 올해 실적도 좋지 않다.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6.8% 감소한 569억원으로 집계됐다. 

KB손보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다. 자동차보험은 1년 단위 만기 상품이기 때문에 실적과 직결된다. 올해 초 보험료를 3~4%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KB손보의 자동차보험료 손해율은 85.9%로 적정 손해율(77~78%)을 웃돌았다. 

문제는 앞으로의 시장 상황도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저금리 기조로 인한 운용이익율 하락, 자동차 손해율 상승에 따른 영업 손실 악화 우려 등 외부 시장 환경의 위험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또 3년 후 도입 예정인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으로 인해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이 100%에서 200%으로 크게 올라 대규모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재무적 부담을 갖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의 RCB비율은 187.09%로 업계평균인 242.6%을 밑돌아 상대적으로 준비해야할 자본 확충 부담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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