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임시 최고위원회의에서 하태경 최고위원이 손학규 대표에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용서를 구했다. 그동안 보궐선거 참패, 패스트트랙 강행 등을 이유로 당대표 사퇴를 주장해온 하 최고위원이 ‘백기’를 들고 손 대표에 사과한 것은 단 한번의 말실수 때문이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 사과하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사진=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 사과하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사진=뉴시스)

앞서 하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한 것을 두고 강하게 비판하다가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하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하 최고위원의 ‘정신 퇴락’ 발언은 지난 22일 열린 최고위에서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이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하지 않자 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권파’와 유승민계+안철수계 연합인 ‘사퇴파’가 나뉘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당초 손 대표의 퇴진운동은 유승민계인 오신환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면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손 대표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손 대표는 자신의 사퇴요구에 불응하면서 지난 20일 당 정책위의장에 채이배 의원, 사무총장에 임재훈 의원, 수석대변인에 최도자 의원 등 자신에 우호적인 이들을 심었다. 이에 사퇴파는 지명직 임명을 막는 가처분신청까지 법원에 신청했지만 24일 “절차상 문제 없다”며 모두 기각됐다.

여기에 하 최고위원의 발언이 “노인 비하 발언”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하 최고위원은 “(발언에) 사과드린다. 치열하게 다투고 논쟁하더라도 손 대표님 말씀처럼 정치의 금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손 대표는 “하 최고위원의 사과가 진심이라면 사과를 얼마든지 받아들인다”면서도 “어르신 비하 발언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어르신들께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이는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공식 회의에서 국민 앞에 행한 발언이기 때문”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이런 식의 정치 싸움은 이제 제발 그만했으면 한다. 당이 공멸하는 길이다. 당대표의 의사정리권과 정당한 직무 수행을 인정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경고했다.

하 최고위원의 발언 여파 때문인지 이날 최고위원 회의는 그동안 ‘강공’을 펼치던 사퇴파들의 공세가 한풀 꺾인 듯 연출됐다. 그동안 강하게 사퇴를 요구하던 오신환 원내대표도 “용퇴를 거부하셨다면 당 운영이라도 민주적으로 해서 더는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해 사실상 사퇴요구를 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오 원내대표는 “최고위원들이 부의한 안건(최고위원 지명 철회)을 그냥 당대표가 혼자 해석하고 거부하는 것은 민주적 운영 절차가 아니다. 당 대표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은 심각한 당헌·당규 위반이다. 더는 논의를 거부하지 말고 안건을 상정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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