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성 앱 '스냅챗'...인스타 광풍으로 주춤
CEO 독선 경영까지...차별화 없이 몰락하나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가수 아이유와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의 차은우,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비슷한 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의 얼굴을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스냅챗'에 푹 빠졌다는 것이다.

(사진=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사진=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2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나이보다 한층 어려 보이는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셀프 카메라를 게재했다. 그는 사진을 올리면서 "요즘 유행하는 애기 얼굴 어플이랍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유독 짧은 턱과 통통한 볼은 60대 중반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앳돼 보인다. '홍그리 버드' 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까칠한 독설가 이미지를 지닌 홍 전 대표가 한층 어려 보이는 사진을 공개하자 많은 누리꾼은 "귀엽다", "평소 이미지를 상상할 수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 전 대표가 사용한 앱은 바로 '스냅챗'이다. 에반 스피켈 등 미국 스탠퍼드 대학생들이 지난 2011년 처음 개발한 스냅챗은 사진과 동영상 공유에 특화된 모바일 메신저다. 현재 한국에서는 아이유 등 유명 연예인들이 어린아이의 얼굴로 바꿔주는 '베이비 필터'를 애용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스냅챗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휘발성'이다. 공유되는 이미지와 동영상은 전송 후 저장되지 않고 상대방에게 전달됐다가 사라진다.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대략 10초. 이 같은 기능은 개인정보 유출이 난무하는 시대에 '잊힐 권리'를 보장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뛰어난 개인정보 보호 능력과 각종 재치있는 사진 필터 덕분에 스냅챗은 론칭 직후 얼마지나지 않아 북미권과 유럽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자기 표현을 중시하는 10·20세대의 지지를 받았다. 2013년에는 약 2억 개가 넘는 사진이 전송되는 등 성장세를 보였다.

카피캣, 원조를 넘어서다

하지만 인기는 영원할 수 없는 법. 10·2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스냅챗은 2016년이 되자 큰 위기를 맞았다. 위기는 세계 최대 규모 SNS 기업인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론칭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기능은 스냅챗이 기존에 갖고 있던 기능과 매우 흡사하다. 사진과 동영상을 24시간 이내에 사라지도록 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스냅챗과 유사하게 다양한 효과를 주는 스티커와 배경음악을 삽입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 도입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스냅챗을 베꼈다는 비판이 나왔다.

'카피캣'이라는 비판은 계속됐지만, 이런 반응이 무색할 정도로 인스타그램 스토리 이용자는 빠르게 증가했다.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스토리 서비스 시작 2달 만에 사용자가 1억이 넘었고, 2년 만인 지난해에는 4억명을 돌파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강세를 보일수록 스냅챗의 하락세는 눈에 띄게 커졌다.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일일 이용자 누는 1억 8,800만 명으로 직전 분기보다 300만 명이나 감소했다. 거대 경쟁사가 유사 기능을 도입하자 스냅챗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한 것이다.

스냅챗과 비슷한 기능이 대세 SNS 인스타그램에 생기자 이용자들은 더이상 스냅챗을 이용해야 하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어느 업체보다 빠르게 진보해야 할 스냅챗은 경영 무능으로 도리어 퇴보하고 있다.

스냅챗 로고. (사진=픽사베이)
스냅챗 로고. (사진=픽사베이)

위기, 인스타 때문만은 아냐

1월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 보도에 의하면 스냅에서는 지난해부터 임원진만 세 명이나 이탈했다. 올해 1월에는 팀 스톤 최고재무책임자가 갑작스레 물러났다. 그는 아마존에서 재무 담당 부사장을 맡다가 지난해 5월 스냅으로 영입된 인재다.

스톤의 정확한 퇴사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창업자이자 CEO인 스피겔의 독선적 경영 때문에 퇴사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스피겔은 각종 외신으로부터 독선 경영으로 수차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스피겔은 직원들의 반대에도 모바일 결제 서비스 '스냅 캐시'를 밀어부쳤다가 실패한 바 있다. 스냅 캐시는 애플 페이 등 경쟁 업체에 밀려 지난해 8월 서비스가 중단됐다. 아울러 스냅챗의 핵심 기능 대신 광고를 노출시키는 형태로 앱 디자인을 바꿔 혹평을 받았다.

현재 스냅챗은 '베이비 필터'로 다시 인기를 얻는 추세다. 하지만 거대 SNS 업체와 경쟁할 만한 매력적인 전략이 부재하고, CEO 한 사람의 독단적인 경영 체제가 이어진다면 스냅챗은 SNS가 아닌 단순한 사진 앱 수준에서 멈출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