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유출사건 당사자는 능력, 직업윤리 등에 있어 상당한 수준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다. 제 스스로도 리더십이 부족하지 않은가 돌아보게 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뉴시스)

24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한일 외교장관 회담, 한불 전략대화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최근 한미정상 통화내역이 유출된 것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이날 강 장관은 주OECD 한국대표부에서 한국언론 특파원을 만나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출장 오기 전에 꼼꼼히 조사해 엄중문책하라는 지침을 주고 왔다”고 말했다.

앞서 주미대사관 한 간부급 외교관은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 한미 정상간 통화내용을 유출한 것이 발각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실제로 강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정상 간 통화내용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폭로했는데, 당시에도 정보출처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었다. 결국 청와대는 한미정상 간 통화내용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외교부와 합동 감찰을 착수했다.

강 장관은 “외교부의 크고 작은 사고들에 사안의 경중에 따라 대응해오고 있지만, 이번 일은 상대국과의 민감한 일을 다루는 외교공무원으로서 의도적으로 기밀을 흘린 케이스로 생각한다”면서 “정상 간 통화라는 민감한 내용을 실수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흘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커리어 외교관으로서 이런 일을 했다는 게 장관으로서 용납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외교부가 잦은 실책으로 기강해이 등 지적이 많아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될 것 같다는 질문에는 “취임 후 불필요한 밤샘 근무나 대기, 주말 근무를 많이 없앴는데, 이런 실수로 외교부가 비판받게 되면 아무래도 직원 사기가 많이 떨어진다. 실수의 경중을 따져서 문책하는 것이 직원들의 프로페셔널리즘과 사기를 진작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런 일로 국민의 신뢰가 무너져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중간관리자의 큰 역할 중 하나는 외교를 잘하는 것뿐 아니라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돼야 하는 것도 있다”고 외교부 간부들에 당부했다.

한편, 강 장관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문재인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불만을 표시한 것을 두고서는 “메시지 관리에 신중해 달라고 얘기했는데 (일본 측이) 이렇게 한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각료급 회담에서 상대편의 정상을 거론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로서는 근본적으로 피해자를 중심에 놓고 생각 중이고, 법적인 문제를 넘어 역사와 인권 등 근본적인 측면에서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깊이 있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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