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강효상·후배 외교관 형사고발 결정
“국방부, 황교안 ‘항명’발언 우려해 즉시 보도자료 작성”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행보에 애꿎은 군·공무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의 ‘한미정상 통화 기자회견’으로 현직 외교관은 중징계와 형사고발을 당하게 됐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항명’ 발언을 들은 국방부는 해당 발언이 문제될 것을 우려해 즉시 해명 보도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8일 외교부는 한미정상 통화유출 등 최근 외교기밀이 유출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강효상 의원과 그에게 한미정상 통화내역을 알린 현직 외교관 K씨를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외교부는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특히 외교 기밀을 유출한 직원에 대해서는 조사 및 보안심사위원회 심의 결과를 토대로 관련 법령에 따라 형사 고발하기로 결정했다”며 “외교기밀을 언론에 공개한 강효상 의원에 대해서도 형사고발 조치 예정”이라고 전했다.

강 의원과 K외교관 외에도 외교기밀을 유출한 2명 외교관들도 ‘중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외무공무원법 제28조 제2항에 따라 관련 직원 3명 중 고위 외무공무원 1명은 총리 직속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하며, K참사관을 포함한 2명은 오는 30일 오전 개최되는 외무공무원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K외교관은 강효상 의원에 구체적인 한미정상 통화내역을 유출했고, 강 의원은 지난 9일 이 내용을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하면서 논란이 됐다. K외교관은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강효상 의원이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고 이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는 해당 사안에 “온정주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외교 원로들도 “강효상이 후배의 외교 경력을 망가뜨렸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명박 정부에서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를 지낸 김숙 전 대사는 27일 라디오에 출연해 “후배가 외교관으로 있는 사람인데 정치인이 결과론적으로 보면 후배의 경력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강효상 의원으로서도 가슴 아픈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24일 “정상 간의 전화든 면담이든 기록은 쌍방의 합의가 있어서 발표하는 수준을 정해야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기밀로 보존이 돼야 된다”며 “그건 어느 나라나 외교 사회에서 기본”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전 차관은 “강효상 의원의 통화 내용 공개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상종하지 말아야 할 국가로 만드는 행위“라고 했다.

국방부, 황교안 ‘항명’발언 듣자마자 해명자료 작성

국방부도 최근 황교안 대표가 ‘민생투어’ 중 한 발언 때문에 몸살을 앓는 중이다. 지난 23일 황 대표는 강원도 지역 GP(감시초소) 철거현장을 방문해 “정치 쪽은 평화를 이야기해도 군은 막자고 말해야 한다”면서 “군과 정부, 국방부의 입장은 달라야 한다. 군에서 양보하는 듯한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지 않나”고 말한 바 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면서 이와 같은 말을 했는데, 그의 발언이 군으로 하여금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에 ‘항명’하라고 유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골적으로 내란 선동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군이 항명하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나. 쿠데타를 하라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황 대표의 ‘폭탄발언’에 국방부는 당일 ‘5월23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강원도 철원지역 GP(감시초소) 철거 현장방문 시 발언에 대해 국방부에서 알려드립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황 대표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우리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무분별한 발언은 국가안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음을 유념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재정 한국당 대변인은 28일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의) 막말은 당일 많은 보도가 있었고 며칠 지난 마당에서도 우려와 분노의 시선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방부도 발언이 있던 당일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련 대용에 대해 즉각 보도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정상 통화 유출 건에 대해서는 “국민의 국가외교에 대한 신뢰를 허물기도 했고 한미관계 공조와 정상외교에 있어서도 균열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우려라는 것은 신뢰에 금이 간다는 것은 어떤 사건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하나만으로 다음단계의 신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그 부분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사안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것 이상의 무슨 일을 더 할 수 있겠나”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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