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약 5세기 아라가야의 중심지였던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고대인들의 생활 양식을 엿볼 수 있는 다수의 상형 토기가 발견됐다.

함안 말이산 고분군 45호분 전경. (사진=문화재청 제공)
함안 말이산 고분군 45호분 전경. (사진=문화재청 제공)

28일 경남 함안군에 따르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두류문화연구원과 함께 발굴조사 중인 함안 말이산 고분군 북쪽 미정비구간의 45호분에서 집·배 모양 등 다수의 상형 토기와 말갖춤, 투구 등이 함께 발견됐다. 오는 29일 함안군은 이날 오후 2시 발굴 현장에서 현장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번 조사는 올해 2월부터 말이산 45호분과 그 주변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45호분은 말이산 고분군 주능선 정상부에 있는 대형 봉토분으로 현재 남아있는 봉분의 지름은 20m, 높이가 1.8m다. 구릉 정상부의 암반을 깎아 원형 봉토 기저부(基底部)를 조성했으며, 매장주체부는 덧널무덤(목곽묘, 木槨墓)으로 길이 6.7m, 너비 2.7m 규모의 대형무덤이다.

무덤 내부 피장자의 머리 위쪽에 있는 유물부장공간에서는 다수의 유물과 함께 집 모양 토기, 배 모양 토기, 동물 모양 뿔잔, 등잔 모양 토기 등 다양한 상형토기(象形土器)들이 출토됐다.

집 모양 토기는 술 주전자로 추정된다. 또 맞배지붕의 고상 가옥 형태로 파손 없이 온전하게 출토됐다. 9개의 기둥과 대들보, 도리, 대공, 서까래, 지붕 마감재 등 우리 전통건축의 기본구조인 삼량가(三樑架, 도리 3개가 있는 지붕 구조)에서 나타나는 주요 부재들이 정확하게 표현됐다.

배 모양 토기는 유선형의 평면을 가진 준구조선(準構造船) 형태로 배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높게 올리고 판재를 댔고, 양쪽 옆면에 각 5개씩 노걸이가 있다. 배의 고물부는 뚫려있어 잔(盞)으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배 모양 토기의 상당수가 아라가야계 토기라는 점으로 보아 아라가야의 중심고분인 말이산 고분군에서 확인된 배모양 토기의 의미는 매우 상징적이다.

동물모양 뿔잔은 굽다리에 불꽃무늬 투창(透窓, 토기 굽에 뚫린 구멍)을 새긴 타원형의 몸체와 아래로 쳐진 꼬리를 붙인 후 U자 상의 뿔잔을 올린 것으로 뛰어난 조형미를 가졌다.

아울러 피장자가 있던 왼쪽과 오른쪽 그리고 발치 아래에서 말 갑옷과 투구, 큰 칼, 금동제 말갖춤새 등이 확인됐다. 이는 마갑총(馬甲塚, 함안군 가야읍 말산리)에서 출토된 것보다 더 이른 시기의 것이다.

이번에 조사된 45호분은 출토유물과 유구 현황으로 볼 때 축조 시기가 400년을 전후한 시기로 아라가야 고총(高塚) 고분의 등장 시점으로 볼 수 있다. 덧널무덤에서 돌덧널무덤으로 변화하는 과정과 대형 봉토분의 등장 시기를 알 수 있으며, 함께 확인된 집 모양 토기와 배 모양 토기를 통해 아라가야 사람들의 뛰어난 건축 기술과 조선술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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