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중독도 질병...관련 업계 반발
관련 정부 부처도 대립...질병인가 아닌가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게임중독 질병 코드 국내 도입 문제와 관련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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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실이 주최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한국게임산업 협회와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등은 WHO의 게임중독 질병 분류 결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앞서 지난 25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다. WHO는 게임으로 일상 및 교육·직업 생활 등이 심각한 영향을 받는 상황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면 게임중독으로 판단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은 WHO의 게임중독 질병분류 결정에 대한 문제점으로 질병을 규정하는 과학적 근거가 배제된 점, 기준의 명확도 및 신뢰도가 부족한 점, 다른 정신장애와 명확한 구분이 어려운 점 등을 꼽았다.

이어 "매년 10월 개최되는 WHO 보건의료 분야 표준화 협력센터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면 충분히 수정이나 개정이 가능하다"며 "WHO에 지속해서 반대 의사를 전달하고, 국내에서는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KCD)에 반영되지 않도록 관련부처에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임상혁 회장은 이날 발제문을 통해 "게임의 과물입 현상을 '중독이란 질병의 틀에 넣고, 국가의 보호 대상이나 후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자유 이념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게임중독을 국내에서 질병으로 인정하면 행복추구권 등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게임산업에 대한 국내의 규제 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전했다. 해외에서는 게임을 전략산업으로 지원하고 별다른 규제가 없는 반면 국내에서는 게임산업에 대한 불편한 선입견을 바탕으로 각종 규제들이 도입되는 것에 대해 산업계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는 의견도 전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국내도입 놓고 문체부vs복지부 대립

게임산업을 관할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WHO의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과학적 근거 없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국내에 도입하는 데 반대한다. 또한 WHO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국내 게임산업이 이번 결정으로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온 방침이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WHO의 결정이 난 직후 게임중독 질병 분류에 대한 국내 도입 절차에 착수했다. 역학조사를 통해 게임중독 실태를 파악해 예방하고 치료 대책을 세워나갈 계획이다. 질병에 대한 진단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면, 도리어 게임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입장이 입장이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에 정부는 28일 오전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참석하는 차관회의를 열어 관계부처와 게임업계, 의료계, 관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둘 중 한 부처가 민관협의체를 주도하면 편향성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무조정실이 주도하게 됐다.

정부는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에 대해 도입 여부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해 가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방침이다. 게임업계의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아울러 한국 콘텐츠 분야 효자 산업인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한 지원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WHO의 게임중독 질병분류 결정은 오는 2022년 1월부터 발효된다. 다만 KCD가 5년 주기로 개정되기 때문에 국내 도입 시기는 2025년 이후로 예상된다. 게임중독 질병분류에 대한 논의가 최소 수년까지 진행될 수 있는 상황. 한국 게임산업의 진흥과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이 균형추를 맞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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