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회장, 28일 ‘소셜밸류커넥트’서 사회적 가치 역설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 ‘SK가 무슨 사회적 가치를 말하나’
- 사회적 가치를 재무제표로 만든다는 SK, 객관성 확보에 의문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지난 21일 SK는 서울 종로 서린동 사옥에서 언론설명회를 열고 매년 관계사들의 사회적 가치(SV)를 측정한 결과를 일반에 공개한다고 천명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며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바 있다.

최태원 SK회장(오른쪽 넷째)이 28일 '소셜밸류커넥트 2019'에서 문구세트를 구매하고 있다.(사진=SK그룹)
최태원 SK회장이 28일 '소셜밸류커넥트 2019'에서 발달장애인이 만든 문구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SK그룹)

하지만 29일 세무업계 등은 SK가 추진하는 SV정책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책임이 있는 SK가 사회적 가치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SK의 사회적 가치가 입으로만 뜻을 외고 마음으로 통하지 않는다는 구풍우모(口諷牛毛)의 ‘소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적극 추진한 SV, 28일엔 관련 축제도 열려

SK는 지난 21일 언론설명회에서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SK의 주력 관계사 세 곳의 사회적 가치를 평가한 결과를 공개했다. SK가 공개한 사회적 가치 평가분야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경제간접 기여성과는 기업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를 뜻한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 생산,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를 말한다.

위와 같은 SK의 기준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경제간접 기여성과 2.3조원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마이너스 1조1,884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494억원 등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1.6조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81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339억원 등이었고 SK하이닉스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9.9조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마이너스 4,563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760억원 등을 창출했다.

SK는 이번에 공개한 관계사들을 시작으로 올해 순차적으로 16개 관계사에 대한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순차적으로 공표할 계획이다.

28일 오전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한 국내 첫 민간축제 '소셜밸류커넥트 2019'. 왼쪽부터 김종걸 한양대 교수, 이종욱 기획재정부 국장, 정성미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김태영 성균관대 교수.(사진=SK그룹)
28일 오전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한 국내 첫 민간축제 '소셜밸류커넥트 2019'. 왼쪽부터 김종걸 한양대 교수, 이종욱 기획재정부 국장, 정성미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김태영 성균관대 교수. (사진=SK그룹)

SK는 28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한 국내 첫 민간축제 ‘소셜밸류커넥트 2019’를 개최하기도 했다.

‘소셜밸류커넥트 2019’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 이종욱 기획재정부 국장, 정성미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등이 참석해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말 최태원 SK회장이 제안해 80여개 기관과 단체가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호응해 성사된 바 있다.

이날 행사에서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제조한 SK케미칼 등은 ‘검찰수사 끝나고 판단’

SK는 21일 사회적 가치 언론설명회를 통해 이날 발표한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이 아직 미완성이라 밝힌 바 있다. SK는 이 자리에서 향후 지속적인 보완을 통해 미비점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소비자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성과 △법규위반사항 등에 대한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독려했다고 SK는 전했다.

하지만 SK케미칼 등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유발한 관계사들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는 문제는 SK에게 난제로 남아있다.

이들 관계사에 대한 사회적 가치 평가를 진행하면 죽음과 생명의 가치를 수치화한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까닭이다. 반면 해당 관계사들만 사회적 가치 평가에서 쏙 빼놓는다면 정작 불리한 곳에선 평가를 회피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상황.

SK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검찰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결과가 나오고 난 다음에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은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 등 법인과 박철 SK케미칼 부사장 등 임직원 3명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기태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 공동운영위원장은 “피해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과를 받는 것인데 SK는 법적으로 불리해 질 수 있기 때문에 1심이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사과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SK가 무슨 사회적 가치 평가를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사회적 가치 ‘재무제표로 만들 것’, 업계 ‘글쎄’

21일 SK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결과를 향후 일종의 재무제표로 만드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재무제표 외에 사회적 가치를 평가한 재무제표를 작성해 공개한다는 것.

SK의 사회적 가치 평가 재무제표에 포함될 항목들은 고용과 배당, 납세, 환경, 사회, 거버넌스, 사회적책임 프로그램, 기부, 자원봉사 등 기업의 거의 모든 활동을 총망라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두 가지 재무제표를 나눠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화폐로 전환된 사회적 가치 평가가 경제적 가치 평가만큼의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초에 두 가지 영역이 서로 치환될 수 없을 정도로 적잖은 간극이 있다는 설명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평가 등 무형자산은 본래 자체적으로 재무제표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라며 “사회적 가치 평가의 일부에 해당하는 기부 등의 경우 기부금이라는 수치가 있을 텐데 다른 항목을 보면 그로 인해 발생한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도 “가치평가 항목이라고 한다면 자산평가 등이 포함될 수는 있지만 사회적 가치 측정이 반영될 만한 요소는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구체적인 것까지는 아직 결정이 안 돼 있고 툴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며 “사회적 가치라는 게 경제적 가치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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