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한미정상 통화내용 유출’ 사건과 관련, “국가의 외교상 기밀이 유출되고, 이를 정치권에서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이날 문 대통령은 을지태극 국무회의 및 제21회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외교부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겠다”며 운을 띄운 뒤 이같이 ‘작심 비판’했다.

앞서 강효상 의원은 지난 9일 한미정상 통화내용 일부를 언급하며 우리 정부가 미국에 ‘구걸외교’를 하고 있다고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그런데 강 의원이 밝힌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한미정상 통화 유출 의혹이 불거졌고, 정부가 내부 감사에 착수해 강 의원의 ‘고교 후배’인 K외교관이 이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K외교관은 강 의원과는 고교 선후배 사이가 맞지만, 지난 30년간 연락한 적이 없었고, 한미정상 통화 내용도 강 의원이 집요하게 캐물어 실수로 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 사안을 국가 외교의 신뢰를 흔든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해 K외교관은 물론 강 의원까지 형사 고소하기로 28일 결정했다.

자유한국당은 “강 의원은 우리 외교의 핵심축인 한·미·일 3국 동맹에서 한국만 소외되는 상황에서, 한미외교의 실상을 알리려 한 것”이라며 강 의원을 감쌌다. 한국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회의 피감기관인 외교부가 강 의원의 당연한 의정활동을 막겠다며 국회의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드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나 있었을 법한 야당 탄압에 다름 아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간의 통화 내용까지 유출하면서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이나 강 의원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국정을 담당해봤고, 앞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국가 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은 기본과 상식을 지켜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해 사실상 한국당을 조준해 비판했다.

이에 한국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외교폭망도 야당탓 해보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아닌 정파의 수장으로, 국무회의를 무대삼아 야당저격에 대통령이 직접 나선 셈"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이 검찰에게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정에 대한 반성도 없고 더 잘 할 마음도 없이, 법적조치부터 운운하며 공직사회와 야당을 함께 겁박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을지태극 국무회의 및 제21회 국무회의> 중 외교부 기밀 유출 관련 사안 전문.

외교부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국가의 외교상 기밀이 유출되고, 이를 정치권에서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변명의 여지없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정부로서는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고, 철저한 점검과 보안 관리에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각 부처와 공직자들도 복무 자세를 새롭게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 주기 바랍니다.

한편으로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간의 통화 내용까지 유출하면서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국정을 담당해봤고, 앞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국가 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은 기본과 상식을 지켜 줄 것을 요청합니다.

당리당락을 국익과 국가 안보에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라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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