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 꾸준한 실적 악화…자구책 마련 부심
각 분야에 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 접목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현재 국내 보험 산업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시장 둔화, 저성장·저금리 추세의 지속,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등의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손해보험사들은 무리한 사업비 지출로 영업이익이 꾸준히 감소하는 등 실적 악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시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혁신 동력으로 기존 상품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을 융합한 인슈어테크를 주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례적인 보험료 추가 인상

금융감독원이 지난 27일 발표한 1분기 보험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1620억 원(18.4%) 감소한 7189억 원을 기록했다. 생명보험사들의 순이익은 1조2640억 원으로 319억 원(2.6%) 늘었다.

생명보험업계는 투자영업이익 등으로 소폭이나마 개선됐지만 손해보험업계는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한 사업비 지출로 순익이 크게 줄었다.

올해 1분기에는 대형 손보사들의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며 전반적인 업황 둔화를 실감하게 했다. 업계 1위 삼성화재는 올해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3.3% 감소한 230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DB손보는 13.2% 감소한 992억 원, 현대해상은 1년 전보다 27% 가량 줄어든 773억 원, KB손보는 16.8% 감소한 569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손보사들의 순익 급감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적정 손해율을 77~78% 사이로 보고 있지만, 국내 손보사의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분기 말 기준 80%대로 오르면서 실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손보사들은 이례적인 보험료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손보사들은 올해 초 자동차보험료를 3~4% 가량 인상한 데 이어 오는 6월 중 평균 1.5%를 올리기로 했다. 악사손해보험은 29일부터 자동차보험료를 1.5% 올린다. KB손보는 내달 6일 1.6%, 삼성화재는 7일 1.5%, 한화손해보험은 8일 1.5%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한다. 내달 10일에는 현대해상, DB손해보험, 흥국화재가 각각 1.5%, 1.0%, 1.4% 올린다. 15일에는 메리츠화재, MG손해보험이 각각 1.2%, 1.0% 인상한다.

이는 대법원이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한 데 따른 것이다. 자동차 사고 발생 시 피해자의 휴업손해와 상실수익을 보존해야 하는데 정년이 늘어나면서 보장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인상에도 손보사들은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올 하반기에도 한 차례 더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차보험료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으면서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손보사들은 사업비를 줄이는 한편, 특약 할인을 축소하는 등 실적 개선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 3월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3% 정도 깎아주던 보험료를 1.5%로 할인으로 축소했다. 삼성화재는 할인특약의 할인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상품구조 안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업계에 부는 ‘인슈어테크’ 바람

“인슈테크(InsurTech) 혁신이라는 변혁의 시점에 직면한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보험산업의 지속성장 지원을 위해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강호 보험개발원장은 지난 12일 취임식에서 보험 산업 핵심 플랫폼인 ‘인슈테크’의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보험 산업 혁신을 적극적으로 이뤄내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약 3년 전부터 세계적인 추세로 떠오른 인슈어테크(Insurtech)란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정보통신 기술을 보험 산업에 접목한 것을 의미한다. 

인슈어테크는 보수적으로 여겨졌던 보험 상품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기존 보험회사에서는 공급자 입장에서 다수를 위한 상품들을 출시했지만, 인슈어테크를 활용하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 소비자에게 개인 맞춤형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인슈어테크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대형 IT기업인 구글, 아마존 등이 적극적으로 인슈어테크 산업에 진출해 있다. 또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단계에 들어선 인슈어테크 회사들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규제에 발목 잡혀 있었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핀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금융 상품과 관련된 데이터 규제를 풀며 인슈어테크 산업 발전에 점점 속도가 붙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보험사들의 인슈어테크 활용 현황’을 보면 국내 보험사들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인슈어테크를 활용한 보험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은 텔레매틱스·웨어러블 기기 등 사물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 및 전송하고 수집된 외부 데이터를 이용해 보험료 할인 등에 활용되고 있다.

우선 AIA생명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운동량을 측정하고 설정된 운동량 목표치를 달성하면 통신요금 할인, 커피쿠폰, 온라인상품권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흥국생명은 모바일 앱을 통해 하루 7천 보 이상 걸으면 보험료의 7%, 1만 보 이상을 걸으면 10%를 6개월 마다 각각 환급해준다.

운전습관과 연계한 상품도 있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은 SK텔레콤의 T맵 내비게이션을 켜고 일정거리 이상 주행하고 T맵 안전운전 점수가 우수하면 보험료를 5~10% 할인해 준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는 고객 상담 내역과 소비패턴, 신용정보, 보험 상품검색 기록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또 고객, 모집인, 계약 속성 등을 분석해 신규 계약의 사고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위험수준이 낮으면 자동으로 보험계약을 인수하는 업무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사기 방지시스템을 구축해 보험사기 관련 고위험군을 자동 분류해 심사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서비스는 고객 상담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일대일 채팅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챗봇을 활용한 고객 상담 및 계약관리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삼성생명, 라이나생명 등은 챗봇을 통해 계약조회, 보험계약 대출접수 및 상환, 보험금 청구신청 및 조회 등의 서비스를 365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보험금 청구 시 본인인증, 보험증권 위조검증 등 일부 업무에 시범 적용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실손보험금 지급신청 때 보험사와 의료기관(서울소재 3개 병원)에서 각각 본인인증을 거치지 않고 한 번에 사용자 인증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임직원 대상으로 시범운영하고 있다.

아직도 국내 인슈어테크 산업은 개인정보보호법의 제한이 있고,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의 경우 의료법상 분쟁의 소지가 있어 다른 국가에 비해 신기술 도입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도 인슈어테크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국내 법규가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현행 보험 관련 법규의 개정이 절대적”이라면서 “기존 보험업과 인슈어테크가 양립하는 보험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부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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