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대해 경찰과 검찰의 부실 수사가 있었다고 최종 결론을 내린 가운데, 여성단체들이 '성범죄' 문제가 해당 사건의 본질이라며 과거사위를 비판했다.

지난 29일 정한중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이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김학의 사건' 활동 마무리 소감'을 발표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9일 정한중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이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김학의 사건' 활동 마무리 소감'을 발표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0일 한국의여성전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김 전 차관 사건의 과거사위 결론을 두고 "수사의 위법성은 '성범죄'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지난 29일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 사건 관련 최종 조사 결과 발표에서 2013년 '별장 성폭력' 의혹 수사 당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과거사위는 경찰이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을 성범죄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한 것을 두고 "검찰이 뇌물 및 부패 관련 혐의도 수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차명 전화번호, 윤씨의 다이어리 등을 확인하고도 압수수색, 계좌 추적 등을 하지 않았다. 또한 성폭력 피해 주장 여성들의 진술 신빙성을 무력화시키는 데 주력했고, 여성들이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점을 부각하려 했다. 당시 검찰은 성범죄를 무혐의 처분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의 과오로 사건의 진상을 6년간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 회원들은 이 같은 과거사위의 발표를 두고 "수많은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면서도 "경찰이 기소의견을 낸 '성폭력' 범죄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이 사건의 본질임을 과거사위가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검찰의 잘못된 수사가 뇌물 문제 수사 간과보다 훨씬 중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성단체는 "당시 검찰이 피해자들의 진술을 배척하기 위해 서로를 탄핵하는 진술을 하게 유도했다"며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진술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들을 추가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피해자들은 자신의 진술이 왜곡돼 '다른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자신이 제출한 증거가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는 데 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조사에 임했다고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들은 "과거사위가 명시적으로 밝힌 전·현직 검찰 고위관계자 외에도 대학교수, 유명 화가, 호텔 사장, 건설업자, 대기업 회장, 고급호텔 사장, 대형병원 원장 등 수많은 권력층이 피해자들의 진술에도 등장한다"며 "과거사위는 이들에 대해서 언급조차 안 하고 있고, 수사 상황도 알 수 없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가해자는 여전히 김학의, 윤중천 두 명뿐"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에 대한 그 누구의 사과도 없는 현실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들 단체는 "부실 수사·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말했지만,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사람과 사과를 권하는 사람도 없다"며 "기나긴 시간 공권력을 믿고 협조해온 피해자가 들은 소리라고는 '진짜 피해자'를 잘 가려내라고 수사를 촉구했다는 사실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 외에도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검사장, 박모 전 춘천지검 차장검사가 윤씨와 유착 의심 정황이 보인다며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윤 전 고검장과 한 전 총장은 해당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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