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안건이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임시주총 과정은 물적분할 안건을 사이에 둔 사측과 노조의 충돌로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다.

31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주주총회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사측과 대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31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주주총회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사측과 대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애초 임시주주총회는 31일 오전 10시 울산 동구 전하동 한마음회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조의 한마음회관 점거농성으로 주총 개최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사측은 주총장소를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급히 변경해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노조와의 충돌이 예상됨에도 주총 장소를 변경하지 않은 것은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이고 현재까지 다른 계획은 없다”라고 전했다. 10시 임시주총 개최를 앞둔 9시 52분에 전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오전 10시 40분 주주총회 장소를 급작스럽게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노조와의 극한대치에 주주들과의 약속이란 명분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에 따르면 주주들은 한마음회관에서 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울산대학교 체육관까지 현대중공업에서 제공한 버스와 자차 등으로 이동해야했다. 임시주주총회는 오전 11시 10분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개최됐고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됐다.
 

▲사측-지배구조개선vs노조-노동조건 악화

앞서 지난 2일 현대중공업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물적분할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소집공고를 공시한 바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공시에서 주주총회 개최 이유가 한국조선해양(가칭)을 분할존속회사로, 현대중공업은 분할신설회사로 물적분할하는 사항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분할신설회사가 되는 현대중공업은 △조선사업부분 △특수선사업부분 △해양플랜트 사업부문 △엔진기계사업부문 등을 영위한다. 반면 분할존속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투자사업부분 △연구개발부문 △엔지니어링부문 등을 총괄하며 자회사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한국조선해양은 물적분할 과정을 통해 분할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상장법인으로 존속한다. 분할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은 비상장법인으로 남게 된다. 업계는 현대중공업의 이번 물적분할 결정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을 앞두고 지배구조개선을 확립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에 대해 존속회사가 될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의 현금성 자산을 가져가고 부채만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물적분할을 통해 부실하게 된 현대중공업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구조조정 등을 단행해 노동조건이 악화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분할 후 현대중공업 껍데기만 남는다?

업계는 현대중공업이 2일 전자공시를 통해 밝힌 물적분할 전후의 재무구조를 뜯어보면 노조의 이 같은 우려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분할전후 요약 재무구조(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할전후 요약 재무구조(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5월2일 현대중공업 공시)

현대중공업의 분할일정대로라면 다음달 3일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하게 된 이후 재무구조는 분할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이 부채 대부분을 떠안고 분할존속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장기금융자산과 투자부동산 등 비유동자산 일부와 현금 및 현금성자산 일부를 가져가는 형태다.

분할존속회사인 한국조선해양 관련 사항.(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할존속회사인 한국조선해양 관련 사항.(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5월2일 현대중공업 공시)

뿐만 아니라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본점소재지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75(계동)이고 현대중공업의 본점소재지는 울산광역시 동구 방어진순환도로 1000(전하동)에 그대로 남는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를 중심으로 본점소재지가 서울이 될 한국조선해양이 울산에 위치한 현대중공업의 알맹이만 빼먹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법률원 등은 “현대중공업이 일부 주주만 울산대 체육관에 모아 회사 의도대로 안건을 통과시킨 행태를 묵과해선 안 된다”며 “현대중공업이 강행하는 주주총회와 물적 분할은 중대한 절차 위법으로 무효”라고 밝혀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앞서 담화문을 통해 고용승계를 약속하는 등 물적분할을 하더라도 구조조정 등 노동조건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또 해당 관계자는 용역을 동원해 노조 관계자들을 겁박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선 “치안유지를 위해서 경비인력을 충원한 것”이라며 “노조에 비해 경찰과 경비대의 인원수가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에 조치를 한 것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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