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고립된 니트 청년들, 한국은 준비됐습니까”
“스스로 고립된 니트 청년들, 한국은 준비됐습니까”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9.06.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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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초 외국인 사회적기업 K2 인터뷰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우리는 약자 중에서도 약자예요. 고립돼 있으니 소리도 낼 수 없고, 사람들이 알아주지도 않고 인정도 안해요. 자기가 스스로 정당화도 할 수 없어요. 내가 못난 놈이라 그렇다고, 계속 자기를 괴롭히는 거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7년째 한국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를 돕고 있는 오오쿠사 미노루 매니저는 국내 은둔형 외톨이들의 고충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화를 돕기 위한 단체 ‘K2’의 교육부문 수석 매니저를 맡고 있는 오오쿠사 매니저는 지난 2012년 코보리 모토무 K2 코리아 대표와 함께 한국에 왔다.

K2는 일본에서 등교거부 문제가 심각했을 무렵인 1989년 최초로 생겼다. 요트회사에 다니던 카나모리 카츠오 K2인터내셔널 그룹 대표가 따돌림, 가정문제 등으로 자신의 방 안에 고립된 청소년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기 위해 요트로 40일간 일주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시작이다. 무력해보이던 청소년들이 요트항해를 통해 많이 밝아졌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난 뒤 아이들은 다시 방으로 틀어박혔다. 일시적인 지원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K2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인 ‘공동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K2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시작돼 뉴질랜드와 호주 등에 거점이 생겼다. 공동주거 뿐 아니라 사회적 독립을 위해 타코야키 등 요식사업도 병행했다. 방에 박혀있던 아이들은 함께 살고 요리를 만들며 사회에 적응해갔다. 이 과정에서 K2코리아도 생겼다. 코보리 K2코리아 대표도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였다가 K2의 도움으로 사회적응에 성공했다.

“한국에 지사를 만들게 된 것은 히키코모리가 한국에도 많다고 이야기를 들어서예요. 제가 일본 K2에 있을 때 한국에서 정말 많은 단체가 견학을 오셨거든요. 일년에 10군데 정도 꾸준히 오니까, (K2 대표님이) 한국에도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었어요. 뉴질랜드와 호주에는 지사가 있지만 히키코모리 문제는 없었거든요”

한국형 히키코모리, 일자리정책 능사 아냐

오오쿠사 매니저가 말하는 히키코모리의 정의는 단순히 방 안에만 틀어박혀있는 이들만 지칭하지 않는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가) 완전히 집에서 안 나가는 건 아니다. 방에서 나오거나 부모님과 대화하는 경우도 있고, 가볍게 편의점에 들리는 정도는 한다. 다만 사회참여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오쿠사 매니저가 설명한 은둔형 외톨이의 범위는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직업교육도 받지 않는 니트(NEET)족까지 포함한다.

모토부 코보리 K2코리아 대표(오른쪽)와 미노루 오오쿠사 교수. (사진=김혜선 기자)
코보리 모토무 K2코리아 대표(오른쪽)와 오오쿠사 미노루 매니저. (사진=김혜선 기자)

국내 니트족 문제는 오래 전부터 ‘청년실업’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문제로 제기돼왔다. 지난 24일 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 2019’에 따르면, 한국 15~29세 니트족 비율은 지난 2017년 기준 18.4%를 차지했다.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7위로 상위권이다. 한국형 니트족은 특히 고학력자가 많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 니트족과 대비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의 ‘한국의 청년 니트 특징과 경제적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 니트 가운데 대학 교육을 마친 고학력자 비율은 42.5%(2015년 기준)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 중졸 이하 등 저학력자는 6.8%에 불과했다. 대졸 니트족들이 만족할만한 ‘괜찮은 일자리’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니트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긍적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K2코리아는 그 너머를 본다. 은둔형 외톨이와 니트족에게 단순히 ‘일자리’만 제시해주는 것뿐 아니라 사회화 과정까지 도와야 한다는 게 오오쿠사 매니저의 설명이다. 오오쿠사 매니저는 “예를 들면 정부에서는 ‘취업성공패키지’로 청년들의 취업을 돕는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은둔형 외톨이들은 취업상담소에 가는 것부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전문적인 심리상담이 필요한데, 상담소나 병원에서도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경험이 없어 이상한 조언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꼬이고 꼬여서 맨 마지막에 저희를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K2코리아의 핵심 프로그램은 크게 △공동생활 △교육 △고용창출 세 가지로 나뉜다. 은둔형 외톨이들이 부모를 떠나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사회적응 훈련에 들어간다. K2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돈부리집 ‘돈카페’에서 일하거나 타코야키를 만들면서 직업훈련도 병행한다. 오오쿠사 매니저는 “새로운 친구가 오면 첫 번째 목표는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구나. 나를 인정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편안히 지내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은 부모 역할이 더 커요”

코보리 K2코리아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의 부모님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보리 대표는 “만약 자녀가 은둔형 외톨이라면 은둔이 어떤 상태인지 잘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며 “보통 은둔형 외톨이들은 부모님과 관계가 너무 가깝거나 너무 멀 때 생긴다”고 전했다. K2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공동생활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당사자는 물론 그 부모님에게도 큰 상처가 된다. 코보리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 자식이 있는 부모님들은 아무에게도 이 문제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자식의 성공이 곧 부모의 트로피가 되는 한국에서, 아이가 잘못되면 그 책임은 ‘관리자’인 부모의 것으로 돌아가게 된다. 오오쿠사 매니저는 “좋게 말하면 책임감이고, 나쁜 게 말하면 아이는 내 소유라는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매년 K2에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 상담문을 두드리는 은둔형 외톨이 가족은 1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코보리 대표는 가장 먼저 자녀의 은둔 문제를 전문단체에 알리는 ‘정보교환’과 당사자 부모님들과의 ‘교류’, 은둔 문제에 대한 대처를 배우는 ‘연수’ 단계로 부모상담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정기적으로 은둔형 외톨이 부모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열쇠방 모임’은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을 서로에게 털어놓는 시간이 된다. 최근에는 국내 은둔형 외톨이 부모들의 자조모임으로 네이버 카페도 생겼다.

코보리 대표는 “은둔이라는 문제는 일부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사람이건 간에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혼자서는 물론 가족 안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일단 K2와 같은 지원단체와 연결돼 상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도 사회와 모임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 그렇게 나를 인정해주는 연결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합니다. 힘들고 곤란한 처지에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K2에 문을 두드려주세요”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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