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각본없는 ‘맞짱토론’이 흥행에 대성공했다. 유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홍 전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홍카콜라’에 올라온 ‘홍카x레오’ 영상은 4일 오전 100만뷰(합산)를 넘어섰다.

(사진=tv홍카콜라 캡쳐)
(사진=tv홍카콜라 캡쳐)

지난 3일 밤 알릴레오와 홍카콜라에 각각 게시된 홍카x레오는 유 이사장이 홍 전 대표에 ‘맞짱토론 방송을 하자’고 제안해 성사됐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나 변상욱 YTN앵커의 사회로 토론을 벌였다. 각자 5가지 주제를 가져와 상대방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이다.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는 약 160여분간 △보수와 진보 △한반도 안보 △리더십 △패스트트랙 △민생경제 △양극화 △갈등분열 △뉴스메이커 △노동개혁 △정치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진보와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두 사람은 각 주제에 상반된 입장을 보였지만, 대체로 차분하고 훈훈한 모습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가 유일하게 공감대를 형성한 주제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에 관한 것이다. 유 이사장은 “여야, 보수, 좌우, 진보가 균형을 이뤄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는데, 지금 야권의 리더십이 이렇게 가도 되나.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이 몇십년 전에 본 흔히 보이던 스타일이 아닌가”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나는 좌파와 경쟁을 하거나 민주당과 붙을 때는 몸을 사린 적이 없지만, 우리끼리 얘기는 안 한다”라며 황 대표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면서도 “지금도 보수 우파는 탄핵을 두고 서로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힘을 합해도 문재인 정권에 대항할 여력이 안 생기는데, 서로서로 물어뜯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어갈 수 있느냐고 문재인 정부에 따지고, 잘하는 건 협조해줘야 한다. 이렇게 안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이 슬로건으로 내건 ‘좌파독재’라는 단어에 대해 유 이사장이 “진보가 자유를 억압한 적은 없지 않나. 좌파독재는 너무 나갔다”고 평가하자 홍 전 대표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사실 독재정권은 우파 쪽에서 했지 않냐. 그래서 한국당이 좌파독재라는 말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좌파독재보다는 좌파광풍이 맞는 표현”이라고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대부분의 주제에서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관련해서 유 이사장은 북한과 대화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홍 전 대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평가에 대해서도 홍 전 대표는 “자유를 제한했다는 측면에서는 받아들인다”면서도 “정권의 운영과정에서 공과가 있다. 한 부분을 보고 (과거)정부를 단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유 이사장은 “보수우파에 있는 분들이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 않나. 그러나 그분들은 자유를 탄압한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대권도전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유 이사장은 민주당 대선주자로 누가 나올 것 같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현재로서 10여명 정도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유 이사장 본인이 10명 중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당원도 아니다”라며 대권도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홍 전 대표는 “나는 불펜으로 물러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전투수가 잘 하면 불펜투수가 등장할 일이 없지만 주전투수가 못 하면 불펜에서 찾아야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편,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가 홍카x레오 흥행에 성공하면서 두 사람 모두 ‘윈윈(win-win) 게임’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이사장이 얻은 것은 압도적인 조회수다. 4일 오전 10시30분 기준 알릴레오에 올라온 ‘접속 홍카x레오 전반전’은 57만뷰를, 후반전은 10만뷰를 기록해 67만뷰를 넘어섰다. 홍 전 대표의 홍카콜라에 올라온 ‘홍카레오 1부 무삭제토론대전’은 32만뷰를, ‘홍카레오 2부 무삭제토크+에필로그’는 13만뷰를 기록해 총 45만뷰다.

홍 전 대표의 조회수가 더 적지만, 정치적인 입지를 키웠다는 점에서 승리했다. 본인은 거부하고 있지만 유 이사장은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심심치않게 오르내리는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치에서 멀어진 원외인사다. 홍 대표로서는 홍카x레오를 통해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유튜브 시청자들도 호평 일색이다. 한 누리꾼은 “누구의 잘잘못보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조금씩 느껴져서 인상쓰지 않고 토론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바람직한 토론의 모범이다.발언할 때 가로채지 않고 인신공격하지않고 감정적 흥분하지 않고 충분히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토론. 가장 언변좋고 생각이 선명하며 입장이 정반대에 있는 논객들이 이렇게 신사적으로 토론할수 있다니 (놀랍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서로의 견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말에는 날이 서 있는 때가 많았지만, 웃음을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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