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구조조정'으로 수익…롯데카드 임직원 '불안감' 증폭
우리금융,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에 향후 향방에 업계 관심↑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롯데 지주는 지난달 21일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한앤컴퍼니에서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우리카드와 롯데카드의 합병과 이를 통한 시너지로 카드업계 재편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롯데카드)
(사진=롯데카드)

구조조정 이슈에 임직원들 '좌불안석'

일각에서는 사모펀드인 MBK의 카드업계 진출에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사모펀드 특성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에서다. 그동안 일부 사모펀드에서 기업 인수 후 구조조정 등으로 고정 비용을 줄이고 단기적으로 실적을 올려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이른바 ‘먹튀’ 행각을 자행해 이를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은 27일 매각 공시 이후 사내 게시판에 ‘매각 본계약 체결과 관련해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임직원들의 고용 불안 해소에 나섰다.

김 사장은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은 거래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임직원의 5년 고용 보장을 계약서에 명시했다”고 강조했지만 과거 MBK가 인수 회사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선례가 있어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13년 8월 MBK파트너스는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을 인수할 당시 3년 고용보장을 약속했지만 인수가 마무리되자 불과 반년 만에 전체 인력의 약 20% 가까이를 구조조정 한 바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당국 심사도 남아있고 본계약 진행과 정확한 계약 조건들도 들어봐야 한다”면서 “언론 기사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나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 수와 관련해 은행창구와 같은 영업채널이 있는 기업들과 비교하면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직원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올 1분기 기준 롯데카드의 직원 수는 1701명으로 같은 전업계 카드사인 삼성카드 2066명, 현대카드 1979명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업계 카드사 중 제일 작은 기업규모를 감안한다면 직원 수는 많은 편이다.

우리은행 본사. (사진=뉴스포스트DB)
우리은행 본사. (사진=뉴스포스트DB)

롯데카드 우선협상대상자 MBK-우리은행 컨소시엄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지주사 설립 만 2년이 되는 올해 10월 안에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2곳의 금융 계열사를 정리해야 한다. 

앞서 롯데는 지난달 3일 롯데카드 지분 93.78%를 매각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하지만 한앤컴퍼니 최고경영자(CEO)인 한상원 대표가 탈세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낙마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롯데 측이 우선협상대상자 교체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롯데지주는 지난달 27일 롯데지주 및 롯데그룹이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중 79.83%를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이하 MBK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롯데지주는 이날 “롯데카드 주식 5966만4814주를 1조3810억5491만30원에 처분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지분을 각각 60%, 20%씩 나눠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식 처분 후 롯데지주의 지분비율은 13.95%다.

업계에서는 향후 우리은행의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은행이 MBK파트너스 지분을 모두 인수한다면 카드 부분 자산과 시장점유율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기준 롯데카드의 자산은 12조7274억원, 우리카드는 9조6583원으로 카드업계서 각각 5, 6위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이들의 자산을 더하면 22조원이 넘으며,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에 이어 업계 3위로 올라서게 된다. 

결제금액 기준 점유율로 봐도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를 더하면 지난해 기준 19.5%로 2위인 삼성카드(19%)를 넘어선다. 지난해 결제금액 기준 점유율은 신한카드가 22%로 가장 앞서고 삼성카드 19%,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가 각각 점유율 15.9%, 15.2%로 뒤를 이었다. 

아울러 우리카드의 고객층과 겹치지 않는 롯데카드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롯데카드는 유통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롯데카드 이용자는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을 이용하는 고객들로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들을 활용하면 다양한 사업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투자은행(IB)의 영업측면에서 롯데카드 지분 약 20%를 재무적 투자자로서 참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롯데카드는 일부 지분 투자 및 인수 금융을 주선하는 것으로 그 이상은 아니다”라며 “향후 협업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논의 전 단계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임기 중 최대 목표로 추진해오고 있는 만큼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MBK컨소시엄은 향후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신고 등의 승인 과정을 거쳐 10월까지 롯데카드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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